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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실손 간소화·AI 추천으로 편의성 높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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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1999년 금융감독원 보험감독국 팀장으로 일했던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25년간 보험은 허창언 보험개발원장 삶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가 됐다. 한 분야에 집중하고 파고들었기에 쌓인 '업력'은 보험개발원장으로 재직한 지 2년 만에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 시스템 구축이라는 성과를 낼 수 있게 한 원동력이다.

일견 단순해 보이지만 수많은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조정하고 설득해야만 가능했던 스마트폰을 통한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 시스템 구축에 허 원장의 오랜 경험과 네트워크가 있었다는 데 많은 사람이 동의한다. 특히 보험개발원은 전송대행기관으로 선정돼 시스템 운영을 위탁받아 안정적으로 시스템을 관리하고, 철저한 암호화를 통해 개인정보 보호를 해야 하는 업무를 맡았는데 여기에도 허 원장에 대한 업계의 신뢰가 작지 않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최근 서울 영등포구 보험개발원에서 매일경제와 만난 허 원장은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는 오로지 국민 편익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병원 입장에서도 서류를 떼는 작업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 앞으로 더 많은 병원이 시스템으로 들어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허 원장과의 일문일답.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 서비스를 간략히 소개하자면.

▷지난 10월 25일 출범한 간소화 서비스는 소비자와 병원의 편리함에 중점을 뒀다. '실손24'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면 병원에서 종이 진단서를 발급받지 않아도 간편하게 보험금 청구가 가능하다. 이 서비스는 출범 한 달 만에 60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기록할 정도로 관심이 많다.

―보험개발원이 맡은 역할은 뭔가.

▷보험개발원은 간소화 서비스 전산 시스템의 구축·운영을 맡았다. 빠르게 늘어나는 가입자 수에 발맞춰 서비스에 참여하는 병원 수를 늘리는 것이 과제다.

서비스 개시 당일 실손24를 통한 보험금 청구가 가능한 병원은 210개였다. 이후 계속 추가돼 현재는 상급종합병원 47개와 종합병원·의원급 병원 335개를 포함한 382곳에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내년 10월 25일부터는 의원(7만개)과 약국(2만5000개)도 대상이 된다.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한 과제가 또 있다면.

▷더 많은 전자의무기록(EMR) 업체의 참여를 이끄는 것도 중요하다. EMR 업체는 병원에서 의료인이 작성하는 진료 기록부를 보험개발원과 보험사로 전송하는 역할을 한다. 병원이 전자화된 기록부를 보내기 위해서는 EMR 업체가 해당 병원에 서비스를 설치해줘야 한다. 더 많은 병원에 간소화 시스템을 장착하는 단계다.

금융당국은 사업 확대를 위한 별도 조직을 꾸린다. 병원과 EMR 업체가 필요로 하는 것을 파악하고, 이들을 참가시킬 방안을 찾는 것이 목표다. 의료기관과 EMR 업체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금융위원회가 실손 청구 간소화 확산추진단을 만들기로 했다. 추진단에는 보험개발원과 보험 관련 협회도 참여할 예정이다.

―서비스 이용자도 점점 많아지는 추세다.

▷그렇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보험금 청구 건수다. 사업에 참여하겠다는 병원이 확 늘어나면 청구 건수도 증가할 것이다. 사업 초기임에도 간소화 서비스를 통한 보험금 청구 건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서비스 개시 1주 차에는 3134건에 그쳤지만, 2주 차에 5434건으로 증가한 데 이어 3주 차에 7168건, 4주 차에 1만316건으로 빠르게 불어났다.

―향후 실손 외 다른 보험에도 적용할 수 있나.

▷간소화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가능하다고 본다. 장기적으로 간소화 시스템을 다른 보험 종목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시스템을 갖췄으니 범위를 넓히더라도 큰 추가 비용이 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간소화 서비스 외에 보험개발원이 집중하려는 분야는.

▷보험 분야에 인공지능(AI)을 접목하는 데도 관심이 많다. 금융보안원장으로 일할 때 AI와 빅데이터, 클라우드, 블록체인 등 첨단기술을 직접 다뤄봤다. 보험개발원에 와서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보험소비자의 성향을 분석하는 솔루션을 개발해 보험사에 제공했다.

이를 위해 보험개발원이 보유한 보험 관련 데이터에 통신·카드 이용 데이터, 신용평가 데이터를 결합했다. SK텔레콤과 신한카드, 코리아크레딧뷰로(KCB)가 참여했다.

통신사가 가진 고객의 이동 정보와 카드사가 보유한 소비패턴 정보에 신용평가 정보까지 종합해보면 소비자가 선호하는 보험상품을 유형별로 분석할 수 있다.

―주력 중인 해외 사업은.

▷'K보험'을 해외에 전파하는 것 또한 보험개발원의 핵심 사업이다. 주요 타깃은 동남아시아 국가다.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한국의 보험 시스템을 알려주고 있다. 동남아 국가와의 MOU는 미국이나 유럽 국가에 치이지 말고 같이 잘해보자는 의지를 다지는 계기이기도 하다.

허창언 보험개발원장

△1959년 출생 △제주 제일고 △서울대 법학과 △고려대 대학원 법학석사 △1987~1997년 한국은행 조사제2부·신용감독국 등 △1999~2007년 금융감독원 보험감독국 인허가팀장·보험총괄팀장·특수보험팀장·감찰팀장 등 △2008년 금감원 법무실장 △2009년 금감원 공보실 국장 △2010년 금감원 뉴욕사무소장 △2011년 금감원 보험감독국장 △2013년 금감원 보험담당 부원장보 △2015년 금융보안원장 △2018년 신한은행 상임감사위원 △2022년 11월~ 보험개발원장

[이희조 기자 / 사진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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