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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멕시코 對中 무역장벽 높여···印, 미국산 관세인하 '트럼프 환심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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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통상전략 대수술

멕시코·캐나다, 25% 관세 엄포에

美와 블록 강화로 트럼프에 구애

베트남, 미국산 에너지 수입 늘려

아르헨 中에 농산물 수출확대 등

남미국가는 미중갈등 속 실리찾기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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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tariff)는 사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이자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입니다.”

‘관세 만능주의’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아군과 적군을 가리지 않고 쏟아내는 관세 예고전에 미국의 우방국들도 생존 해법을 찾기 위해 분주하다. 트럼프로부터 ‘중국의 뒷문’으로 지목된 멕시코는 중국산 수입품을 겨냥한 관세 인상 조치를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대미 수출 규모가 큰 일본·인도·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들 역시 미국산 수입관세를 내리고 에너지 구매를 늘리기로 하는 등 트럼프의 환심을 사기 위한 통상 전략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일부 국가는 미중 무역 갈등을 노려 자국산 수출을 확대할 기회를 노리는 등 글로벌 통상 질서가 격변하고 있다.

◇북미 경제 동맹 위협···中에 장벽 쌓기=트럼프의 복귀를 앞두고 가장 셈법이 복잡해진 곳은 북미다. 트럼프는 그간 북미자유무역협정(USMCA)을 통해 관세 혜택을 누리던 멕시코·캐나다산 모든 제품에 대해 25% 관세를 물리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트럼프가 당선 이후 특정 국가를 타깃 삼아 구체적인 관세 계획을 밝힌 것은 중국 이외 이들 국가가 처음이다. 지난해 멕시코와 캐나다의 대미 무역흑자는 각각 2048억 달러(약 297조 원), 1287억 달러(186조 원)로 중국(2598억 달러) 다음으로 규모가 컸다.

특히 중국산 제품의 관세 우회로로 지적된 멕시코는 즉각적 조처에 나섰다. 멕시코는 이달 20일 북미산을 제외한 모든 섬유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15%, 의류 완제품은 35%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멕시코 정부는 불공정 경쟁 환경 개선을 이유로 들었지만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조치로 풀이된다. 멕시코는 올 들어 철강·알루미늄·목재·플라스틱·종이 등 544개 품목에 최대 50%의 임시 관세를 부과했다. 블룸버그는 “(멕시코의) 관세 조치는 주로 중국산 제품을 노리고 있다”며 “미국에는 북미 블록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짚었다.

캐나다는 대미 통상 대응책을 놓고 정치적 혼란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2기에 대응할 관세정책에 문제를 제기해온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전 캐나다 부총리 겸 재무장관은 쥐스탱 트뤼도 총리와의 충돌 끝에 사퇴했다. 프릴랜드 장관은 트럼프 1기 시절부터 미국과 충돌이 잦았던 인물로 트럼프로서는 눈엣가시가 제거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캐나다 정부 일각에서는 트럼프 관세에 대한 강경 대응 카드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구체적으로 우라늄·칼륨 등 주요 원자재를 대상으로 대미 수출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印, 관세 인하·수입 확대로 협상 노려=트럼프가 높은 대미 관세를 문제 삼아 상계관세를 예고한 인도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인도는 대미 수출 규모 기준 최근 5년간 꾸준히 10위권을 기록해왔다. 인도 정부는 미국산 돼지고기(현행 관세 45%), 의료기기와 고급 모터사이클(25~60%) 등 일부 품목에 적용되는 수입관세를 선제적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를 토대로 트럼프 취임 후 무역 및 투자 협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인도는 특히 미국과의 협상에서 중국을 대체할 생산기지로서 자국의 입지를 부각할 방침이다. 인도 정부는 미국과 ‘우선 무역·투자협정’을 체결하는 등 양국 관계 강화를 위해 연구기관 및 재계 인사들과 회의를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의 ‘관세 폭탄’을 피하기 위해 미국산 에너지 등의 수입을 늘리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인도는 미국과의 무역 협상 카드로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와 방위 장비 수입을 확대하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 역시 지난달 말 “인공지능(AI) 칩과 항공기·LNG 등 더 많은 미국산 제품과 에너지를 구매하겠다”는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베트남은 미중 1차 무역전쟁 당시 중국의 대체지로 부상하며 수혜를 받았지만 지난해 대미 무역흑자 4위(1006억 달러)를 기록해 트럼프의 보복관세 사정권에 들었다. 트럼프의 관세 인상 위협에 일본에 이어 유럽연합(EU) 역시 미국산 석유·가스 수입 확대를 비롯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중 갈등 틈새에서 실리 찾는 남미=트럼프 취임 이후 본격화할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이득을 취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는 국가들도 있다.

아르헨티나는 조만간 중국으로 밀을 수출할 예정이다. 그간 미국·호주·캐나다산 밀을 수입해온 중국이 아르헨티나산 밀을 대규모로 수입하는 것은 처음이다. 중국 정부는 최근 아르헨티나산 옥수수에 대해서도 수입 허가를 내렸다. 최근 대중 농산물 수출을 크게 늘린 브라질은 최대 옥수수 수출국(올해 1~10월 기준)으로 올라섰다.

남미 국가들의 대중 곡물 수출 확대는 트럼프의 관세 전쟁이 현실화할 경우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을 겨냥해 보복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예측되는 데 따른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중 무역전쟁이 재개될 경우 미국산 농산물의 대중 수출은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남미 국가들이) 트럼프 2기 출범에 앞서 ‘어부지리’를 노리고 나섰다”고 평가했다.

정혜진 기자 suns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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