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직된 양당논리로 지연 안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를 접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국정 안정을 위한 '여야정 국정 협의체'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정국 혼란을 수습하려면 정치적 합의기구라는 구심점이 필요하다. 이런 방안에 대한 총론에 여야가 공감하면서도 각론을 놓고 동상이몽이다. 협의체 구성과 의제 설정을 놓고 여야 간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다.
우선 협의체 구성과 관련해선 우원식 국회의장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대표자 등 '4두 체제'에 큰 이견이 없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실질적인 입법 성과를 내기 위해 원내대표가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정국 수습 등 거시적인 논의를 위해 당 대표가 들어가야 한다고 맞선다. 이럴 땐 중재안으로 여야가 수렴하는 게 합리적이다. 따라서 협의체 '킥오프' 때는 이재명 대표가 참여하고, 추후 정책·입법을 논의할 땐 박찬대 원내대표가 나서는 우 의장의 중재안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의제 설정을 둘러싼 충돌 역시 협의체 순항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국민의힘은 경제 활성화를 위한 내년도 본예산 조기 집행과 함께 현재 공석인 국방부·행정안전부 장관 임명 등을 우선순위로 거론한다. 반면 민주당은 민생·경제 입법 요구 외에 추가경정예산 연초 편성, '내란 특검법' 등을 강조할 것이다. 언뜻 보면 양당 간 공통 부분이 있는 반면 충돌하는 이슈도 혼재돼 있다. 그렇다면 시국이 극히 혼란스러운 만큼 양당이 공통으로 합의하는 민생·경제 입법 분야를 1순위로 놓고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
나머지 이견이 큰 사안들을 다루는 과정에서 협의체가 큰 혼란을 겪을 수도 있다. 가령 추경 조기 편성 문제를 놓고 여야 입장이 첨예하게 평행선을 달릴 우려가 크다. 일단 내년 1·4분기 내수가 매우 악화될 것으로 우려하는 데는 여야 간 큰 이견이 없다. 다만 내수진작 방법을 놓고 서로 견해차가 있을 뿐이다. 국민의힘은 내년 1월부터 예산을 조기 집행해 시장에 온기를 불어넣자는 입장이다. 정부가 내년도 상반기에 예산의 75%를 집중적으로 집행하겠다는 이유다. 반면 민주당은 1·4분기에 추경을 단행해야 최악의 내수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친다. 추경 논의는 각 당의 탁상공론적 전망에서 벗어나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할 사안이다. 정부 방안대로 예산을 조기 집행해 내수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할 수 있다. 다만 트럼프 2기 출범에 따른 우리나라 경제위기가 생각보다 크다면 추경까지 고려해봐야 한다. 협의체에서 내년도 상반기 경제 리스크를 면밀히 살펴 합리적 의사결정에 따라야 한다는 말이다.
한덕수 권한대행의 권한 행사 문제도 협의체 순항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 임명을 미루거나,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한 권한대행을 탄핵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전제를 내세운다면 어렵게 출범한 협의체가 무너질 수 있다.
협의체 구성과 의제 설정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전제로 짜여선 안 된다. 또다시 국정 컨트롤타워에 공백 상태가 벌어진다면 정국은 걷잡을 수 없는 블랙홀에 빠져들게 된다. 소용돌이에 빠진 정국 돌파를 위해 어렵게 살린 협의체 논의가 물거품이 되지 않도록 여야는 국민과 민생이라는 대의만 바라보며 중지를 모으길 바란다.
Copyrightⓒ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