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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fn사설]트럼프 만난 정용진, 대미외교 민관 총력전 계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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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박 6일 자택 체류 직접 대화
韓패싱 전방위 채널로 막아야


파이낸셜뉴스

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올해 1월 트럼프 당선인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와 함께 찍은 사진(정용진 회장 인스타그램 갈무리) /사진=뉴스1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지난 16일(현지시간)부터 21일까지 트럼프 당선인의 자택이 있는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 머물면서 식사도 함께하며 시간을 공유한 것이다. 별도로 가진 대화는 10~15분 정도였다고 하지만 바로 곁에서 트럼프 당선인과 깊은 이야기를 나눈 것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정 회장은 재계는 물론이고 정치권과 행정부를 통틀어 미국 대선 후 트럼프 당선인을 만난 유일한 국내 인사다. 친분이 두터운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의 초청으로 방문이 이뤄졌다. 트럼프 주니어는 트럼프 2기에서 공식적인 직책을 맡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 인선이나 정책 결정에서 강력한 막후 실세로 통한다. 정 회장의 마러라고 일정은 당초 3박4일이었으나 이야기가 길어지면서 5박6일이 됐다고 한다. 정 회장은 체류기간 트럼프 주니어의 소개로 여러 인사를 만나고 사업 논의도 했다. 이 네트워크를 우리 정부와 재계가 향후 다방면에서 활용하는 것도 외교 해법이 될 수 있다.

정 회장은 트럼프 당선인과 나눈 대화에 대해선 조심스러워하고 있다. 개인적 인연으로 만난 만큼 신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트럼프 당선인 측과 전방위적으로 채널을 가동하고 목소리를 내야 하는 다급한 상황에 있다. 정 회장이 트럼프 측과 가교 역할을 해주면 외교공백 위기를 맞은 정부에도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탄핵정국 속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한국 패싱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날로 커지고 있어 하루하루 절박한 심정이다. 트럼프는 중국, 러시아, 일본은 물론 북한과도 적극 소통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한국에 대해선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16일 마러라고에서 가진 대선 후 첫 기자회견에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두고 "잘 지내는 사람"이라며 친분을 과시했다. 취임 후 한국을 건너뛰고 북미회담이 성사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중국대사에 이어 일본대사 지명도 끝났지만 한국대사는 거론조차 안 되고 있다. 트럼프의 의중을 읽고 우리 입장을 제대로 전달하는 일이 시급하다.

일본의 전방위 외교도 본받을 필요가 있다. 일본은 트럼프와 특별한 관계였던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부인 아키에 여사를 통해 트럼프 마음을 움직였다. 취임 전 이시바 시게루 총리를 만나지 않겠다고 했지만 아키에 여사를 만난 후 달라졌다. 이시바 총리와의 회동 가능성에 대해 "일본이 원하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손정의 소트프뱅크 회장은 1000억달러의 투자 선물 보따리를 들고 트럼프의 기자회견장에 배석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한국산 제품에 대해 10~20%의 보편관세를 예고하고 있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크다. 기업의 고통과 국민의 부담이 말할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대통령 취임까지 한 달도 안 남았다. 정부와 기업, 정치권 전체가 힘을 합쳐 외교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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