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의 트랙터들이 22일 서초구 남태령에서 대규모 집회 후 대통령 한남관저로 향하고 있다. 전농 소속 트랙터 30여 대와 화물차 50여 대는 전날 정오께 서울에 진입하려다 남태령 고개 인근에서 경찰에 저지된 뒤 그 자리에서 밤을 새우며 이틀째 대치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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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진입하려다가 남태령 고개에서 경찰에 가로막혔던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의 트랙터 10대와 시위대가 대치 31시간여 만인 22일 오후 6시 50분쯤 한남동 대통령 관저 근처까지 이동했다.
전농과 경찰의 대치로 남태령 고개가 이틀째 전면 통제된 가운데 시민 수천여 명까지 모여들자 국회 행정안전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양측을 중재해 일부 트랙터의 행진을 허용하면서다. 김성회, 이소영 의원 등이 경찰청을 찾아 경찰청장 직무대행을 만나 차벽을 해제하라고 촉구했다.
현장 분위기가 바뀐 건 이날 오후 3시45분쯤이다. 주최 측은 시민들에게 “트랙터 10대가 한남동(관저) 방향으로 행진하기로 했다”며 참가자들에겐 지하철을 타고 한남동 대통령 관저 근처에서 오후 6시까지 모여달라고 호소했다. 통제가 풀리자 남태령역 인근에 모여있던 전농의 트랙터 10대가 오후 4시 30분쯤부터 움직이기 시작했다. 전농 트랙터 10대와 시민 6000여명(경찰 비공식 추산)은 22일 오후 6시 50분쯤 서울 용산구 6호선 지하철 한강진역 2번 출구 앞에 모였다. 이곳은 대통령 관저로부터 직선으로 600m 거리다. 시민들은 “국민이 승리했다”고 환호했다. 공식 집회는 오후 7시 10분쯤 종료됐지만 시민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오후 8시 무렵까지 “윤석열 구속”을 외쳤다.
지난 16일 전남과 경남에서 트랙터 30여 대와 화물차 50여 대를 끌고 출발한 전농은 21일 오전 9시쯤 경기 수원시청 앞에서 모였다. 이후 대통령 관저까지 상경할 예정이었지만 낮 12시쯤 경기 과천을 지나 서울로 들어오는 길목인 남태령 고개에서 경찰 차벽에 막혔다. 경찰은 “공공 이익을 훼손할 정도로 극심한 교통 불편을 야기할 수 있다”며 양방향 도로에 경찰차로 차벽을 세웠다. 전농은 21일 참석자 2명이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경찰에 연행됐다고 밝혔다.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털모자·장갑·목도리 등 방한용품을 챙겨 현장으로 모였다.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에 모여 앉은 이들은 “경찰은 차 빼라” “윤석열 퇴진” 등 구호를 외쳤다. 전날 서울 광화문에서 윤 대통령 퇴진 집회를 마치고 곧바로 남태령으로 달려와 함께 밤을 새운 시민들도 있었다. 조명민(24)씨는 “어제 오후 3시부터 서울에서 집회하고 끝나자마자 이곳으로 와 밤새 있었다”며 “시간과 체력이 있으니 나라를 위해 나서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집회 현장과 가까운 남태령역 2번 출구 앞에선 물품 나눔도 이어졌다. 핫팩·양말 등 보온용품부터 휴대전화 보조배터리, 응원용 봉 건전지, 비상약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직접 시위 현장에 오지 못한 이들은 따뜻한 음료, 토스트 등을 배달하기도 했다.
이틀째 이어진 경찰과 전농 측 대치로 일부 도로 통행이 어려워지면서 시민들은 이동에 불편을 겪기도 했다. 사당역 4번 출구엔 ‘어제부터 사당IC-남태령 구간을 경찰 버스 20~30대가 막고 있었다. 버스 진입이 언제 될지 모르니 다른 교통편 이용을 권장드린다’는 손글씨도 붙어 있었다. 이정만(66)씨는 “사당에서 경기도 의왕까지 자가용으로 30분 거리를 출퇴근하는데 어제 퇴근 땐 평소보다 1시간 정도 더 걸렸다”며 “계속 고개가 막히면 자가용을 못 탈 것 같아 오늘은 지하철을 타고 외출한다”고 말했다.
이보람·오소영·조수빈 기자 lee.boram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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