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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주요 이슈들을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깊이 있는(deep) 지식과 폭넓은(wide) 시각으로 분석하는 심층리포트입니다.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조감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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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7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미국의 조선업은 한국의 도움과 협력이 필요하다”면서 “한국의 건조 능력을 알고 있으며 유지·보수·정비(MRO) 분야에서도 긴밀하게 양국 협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국내 조선사는 일반적으로 세 가지 사업 영역을 가지고 있다. △상선과 △해양플랜트 그리고 △특수선, 즉 군함 분야가 그것이다. 정부 및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한국의 조선업을 언급한 배경에는 ‘군함’이 있다고 전한다.
군함, 국력을 상징하는 무기
군함은 전투에 사용하는 무장된 함정으로, 한 나라의 국력을 상징하는 무기체계로 손꼽힌다. 일례로 과거 영국은 세계를 선도하는 군함을 제조해 대규모 함대를 구성했고, 그 결과 지구상의 4분의 1을 차지하며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렸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오늘날 미국이 세계 최고의 강대국이 된 배경에는 강력한 해군력이 있었다.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1907년 12월 16일부터 1909년 2월 22일까지 미 해군의 대규모 함대는 세계 일주를 하며 미국의 힘을 전 세계에 과시했다. 당시 세계 일주에 동원된 군함들은 선체를 흰색으로 도색해 ‘대백색 함대(Great White Fleet)’로 불렸다. 또한, 1981~1989년 미국 대통령을 지냈던 로널드 레이건은 미 해군의 600척 군함 보유 계획을 진행했고, 그 결과 압도적인 해군력으로 냉전을 종식시켰다.
미국과 중국의 연도별 군함 진수 현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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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군함 시장의 지각 변동
현재 진행형인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갈등으로 인해 군함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노후 군함에 대한 대체 수요도 더해지고 있는 상황.
일반적으로 군함의 수명은 30년으로 알려져 있다. 2000년대 초에 건조된 군함들의 경우 2030년 무렵에는 대체가 필요하다. 건조 기간과 해군의 전력화 일정을 고려하면 2020년대 중반, 즉 지금 시점에는 군함 건조에 필요한 계약과 준비가 필요한 것이다. 지난 5월 제인스마켓포캐스트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세계적으로 신규 발주가 예상되는 군함은 약 1,100척, 113조 원 규모로 추정된다. 특히,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미국이다. 2016년 미 대통령 선거유세에서 트럼프 후보는 중국과의 경쟁에 대비해 ‘355척 군함 확보’를 공약했다. 하지만 트럼프 1기 행정부는 군함 확보 계획만 마련했을 뿐 시작도 못 하고 물러나야만 했다.
군함 확보에 빨간불 켜진 미국
바이든 행정부도 미 해군의 군함 확보에 집중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기존 군함 건조도 영향을 받게 된다. 더욱이 코로나19 기간 중 미국 내에서 군함의 핵심 구성품을 납품하는 공급망이 붕괴되고 숙련된 기술자가 대거 이직하면서, 미 해군의 신조 군함 전력화도 지연되고 유지 및 보수도 어려워진 상황.
반면 미국의 최대 경쟁국인 중국은 자국의 조선 산업을 이용해 빠른 속도로 군함을 건조했다. 주목할 점은 중국 해군의 주요 군함이 2010년 이후에 건조된 최신형 군함이라는 것이다. 특히, 중국의 국영 조선소들은 전례 없는 속도로 단 8년 만에 80여 척의 군함을 건조했다. 또한 미국의 이지스 구축함과 유사 혹은 대등한 전투력을 자랑하는 군함도 대규모로 건조하고 있다. 그 결과 2021년 3월 기준. 중국 해군의 각종 전투함은 360척으로 미국 해군(297척)을 추월했다. 미국 입장에서는 더 이상 국내 조선소로는 중국과의 경쟁이 불가능한 상황이 된 것이다.
미 해군 부활, 한국 역할 중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355척 군함 확보 계획’ 방법 중 하나는 조선업 강국인 한국, 일본과 협력하는 것이다. 한국은 전 세계 민간 선박의 25%를, 일본은 약 15%를 건조하고 있다. 카를로스 델 토로 미 해군성 장관이 지난 2월 한국과 일본을 방문해 양국 조선업체의 대미 투자를 독려한 배경에는 절박한 미국의 사정이 있었던 것이다.
특히, 한국을 대표하는 HD 현대중공업, 한화오션의 경우, 미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과 유사한 군함을 건조하면서 △품질은 대등하고 △기간과 예산 면에서 장점이 많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일례로 미국에서 이지스 구축함 한 척을 건조하는 데 28개월이 걸리고 16억 달러(2조2,900억 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반면 한국은 18개월에 8억 달러(1조1,484억 원)면 가능하다. 비록 국산 군함, 즉 K군함의 역사는 미국이나 해외 선진국 대비 짧지만 단기간 내에 고속 성장을 해 건조 능력에서는 세계 정상급의 수준을 자랑한다.
호위함별 크기 비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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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군함의 약점은?
K군함이 건조에 있어서는 세계 정상급이지만 약점도 있다. 지난 11월 25일(현지시간) 호주 정부는 자국에 신형 호위함을 공급할 사업자 후보를 일본의 미쓰비시중공업과 독일의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TKMS)으로 압축했고, 한국과 스페인 업체는 탈락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한국 업체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1차 후보로 선정됐지만, 2개 업체로 압축하는 2차 후보 선정에선 고배를 마신 것이다.
울산급 호위함 배치-Ⅳ. 한화오션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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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락한 원인은 무엇일까. 호주 측은 ‘한국 업체가 제시한 호위함은 항행 거리가 짧아 대양 작전이 핵심인 호주 해군의 작전 환경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 등을 이유로 제시했다. 일단 우리 업체들이 제시한 차기 호위함 ‘울산급 배치(BATCH)-2/3’의 경우, 우리 해군의 동·서·남해 지역 함대에서 사용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배의 크기라고 할 수 있는 배수량이 작다. 국산 최신 호위함인 충남함의 경우 만재배수량이 4,300톤에 불과하다.
우리 해군의 2,800톤급 호위함 대구함. 해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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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트렌드에 발맞추고 현지화도 중요
하지만 최근 호위함, 즉 적의 잠수함이나 항공기로부터 선단이나 항공모함을 호위하는 일을 맡은 군함의 경우 대형화가 트렌드다. 일례로 호주 해군 호위함 사업의 최종 후보에 오른 일본 해상자위대의 모가미급 호위함은 만재배수량이 5,500여 톤에 달한다. 또 충남함의 승조원이 130명인 데 반해 모가미급 호위함은 90명 이하다. 그만큼 함정 자동화에서 앞서 있다는 뜻이다. 거기에 크기도 크다 보니, 미래전의 핵심인 유무인 복합에 필요한 무인 수상정과 무인 잠수정을 운용할 공간도 충분하다.
호주 호위함 사업에서 알 수 있듯이 K군함이 향후 해외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수요 국가의 요구에 맞는 군함이 필요하다. 우리 해군의 요구로 만들어진 군함만으로는 해외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뜻이다.
세계 군함 시장은 크게 선진국, 중진국, 후진국 시장으로 분류할 수 있다. 선진국 시장의 경우, 가격도 중요하지만 군함의 미래 작전 능력과 확장성을 핵심으로 본다. 또한 현지화도 중요한 관건 중 하나다. 일례로 미 해군이 현재 추진 중인 컨스텔레이션급 호위함 사업의 경우, 이탈리아의 핀칸티에리사가 미국 내 조선소를 인수·합병해 건조하고 있다. 이런 점은 국내 조선업체들에 현지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준다.
김대영(군사평론가, 한국국가전략연구원 군사전문연구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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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영 군사평론가는?
2001년부터 국방 및 방위산업 분야에서 온·오프라인 기고 및 방송 활동 중이며, 국방대학교 국방전략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국방 및 방위산업 컨설팅 업체인 KDYLab 대표이자 영국 제인스의 한국특파원, 그리고 한국 국가전략연구원 군사전문연구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대한민국 해군 해군발전자문위원과 방위사업청 방위산업 반부패 혁신추진단 자문위원을 역임했다. 이 밖에 일반인에게 각종 무기 체계를 소개하는 무기바이블 시리즈에 공동저자로 참여했다.
김대영 군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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