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 이래 여름철 기온 가장 높아…9월까지 폭염·열대야
장맛비 더 짧고 굵게…'따뜻한 바다' 무릎 높이 폭설 불러
내륙 곳곳에 폭염특보가 확대 발령된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이 51도를 나타내고 있다. 열화상카메라 화상은 온도가 높을수록 붉은색으로 나타나며 상대적으로 온도가 낮은 곳은 푸른색으로 나타난다. (열화상 카메라 촬영) 2024.6.18/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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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한반도가 역사적 폭염을 앓은 2024년은 '기후위기 실감 원년'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커졌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온난화를 뛰어넘는 '지구 열대화'를 언급한 뒤 첫 해, 연초부터 기온이 평년을 웃돌았고, 여름에는 최악의 폭염·열대야가 찾아왔으며, 여파가 겨울까지 이어져 11월 폭설을 불렀다.
23일 기상청에 따르면, 올여름 한반도는 유례없는 폭염과 열대야를 앓았다. 여름철(6~8월) 전국 평균기온은 25.6도로, 평년(1991~2020년)보다 1.9도 높았다. 이는 근대적 기상 관측이 시작한 1973년 이후 가장 높았다.
특히 서울은 6월 평균 최고기온이 30.1도, 7월 평균기온이 29.5도를 돌파하는 등 극한의 '찜통 폭염'을 앓았다. 6월 21일, 관측 사상 가장 이르게 열대야가 나타나기도 했다.
폭염일수는 24.0일로 지난 50년 중 3번째로 많았고, 평년(10.6일)의 2배를 훌쩍 넘었다. 열대야 일수는 20.2일로, 2위인 16.5일(2018년)보다 3.7일, 평년(6.5일)보다는 3.1배 더 많았다.
이런 무더위 이유는 한반도를 덮은 '두 겹 이불' 같은 티베트 고기압과 북태평양 고기압 때문이었다.
티베트 고기압은 상층 대기에서, 북태평양 고기압은 하층 대기에서 동시에 한반도를 덮으며, 열이 빠져나가지 못하는 상태가 지속됐다. 마치 두 겹의 이불이 한반도를 덮고 있는 것처럼 고온 현상이 강화된 것이다.
엘니뇨 현상의 영향도 있었다. 엘니뇨는 적도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며 전 지구적인 대기 순환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으로, 한반도에서는 여름철 폭염을 더욱 심화시키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
반면 여름철 강수량은 평년에 비해 적었다. 기상청은 올여름 강우량에 대해 특정 기간에 집중됐고 좁은 영역에서 강하게 내렸다고 분석했다.
올여름 전국 평균 강우량은 602.7㎜로 평년(727.3㎜)보다 적었지만 여름철 강수량 중 78.8%(474.8㎜)가 장마철에 몰아치면서 1973년 이래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눈이 그치고 맑은날씨를 보인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에서 관람객들이 눈길을 걸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폭설로 인해 이날 오전 문을 닫은 경복궁은 오후 1시부터 관람객 입장을 재개했다. 2024.11.28/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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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앞서 지난 겨울(2023년 12월~2024년 2월) 평균기온은 2.4도로, 1973년 이래 2번째로 높았다.
국내에 영향을 준 태풍은 2개로 평년(3.4개)보다 적었다.
폭염의 여파는 가을까지 이어졌다. 가을철(9~11월) 전국 평균기온은 16.8도로 평년보다 약 2.7도나 높게 나타나며 1973년 관측 이래 가장 높은 가을 기온으로 기록됐다. 서울은 첫 9월 폭염을, 춘천은 첫 9월 열대야를 겪었다. 서울에선 9월 19일 밤 열대야가 나타났는데, 1907년 기상관측 이래 가장 늦은 열대야였다.
가을 단풍 시기는 예년보다 약 1주일 정도 늦어졌다. 특히 서울 북악산 인근 단풍 절정 시점은 10월 하순에 접어들어 평년(10월 중순)과 비교하면 10일가량 차이 났다. 단풍 시기의 지연은 식생 변화, 곤충 생태 변화 등 다양한 생물학적 연쇄 반응을 불러 장기적으로 생태계 균형을 흔드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더운 날씨는 겨울철 초입, 폭설도 불렀다. 11월 27~28일 서울에 28.6㎝의 눈이 쌓였는데 역대 3번째로 많은 눈이 쌓인 걸로 기록됐다.
폭설은 다시 무더운 날씨와 연결됐다. 늦가을까지 서해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 해기차(해수와 대기의 온도 차)에 의해 눈구름대가 더 잘 성장했기 때문이다.
내년도 올해와 비슷하게 평년보다 무더운 날씨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이 낸 2025년(을사년) 봄 기후 전망에 따르면 평균 기온은 평년(11.6~12.2도)보다 높을 확률이 50%로, 낮을 확률(20%)보다 2배 이상 높았다.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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