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부터 각본까지 현실이 된 'AI 창작자'
'카지노', '살인자ㅇ난감' 등 국내에서도 AI 활용 사례 존재
AI와 성우의 협업…기회의 확장으로 위기 뒤집을까
사진ㅣBing image creato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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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더뉴스 이종현 기자ㅣ예술 분야에서 인공지능(AI) 활용이 예상보다 빠르게 확대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생산·조립, 운송, 가사 등 단순 노동이 AI에 대체될 것이라는 예상이 대부분이었으나 실제로는 그림, 음악 등 예술·창작 분야에서 AI는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AI에 의해 가장 마지막에 정복될 것이라 예상했던 예술 분야가 가장 먼저 AI를 만난 것입니다.
처음에는 몇 개의 프롬프트(명령어)로 간단한 그림 정도를 그리던 AI가 단편 영화 한 편을 몇 분만에 만들어내는 수준까지 도달하는 데에는 불과 1~2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됐습니다. AI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프롬프트만 다루는 '프롬프트 디자이너'라는 신종 직업이 생겨날 정도입니다.
AI의 혜성 같은 등장은 창작의 영역을 보다 넓히고 다수의 사람들에게도 접근성을 확보해준다는 평가를 듣고 있으나 기존 업계 종사자들에게는 일자리를 빼앗는 위협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프롬프트 디자이너를 준비하는 한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AI 전문가가 곧 예술 전문가가 되는 날이 올 수도 있다"라고 최근 업계 동향에 대해 의견을 내기도 했습니다.
이미 활약 중인 'AI 창작자'…불안한 '인간 창작자'
AI는 이미 예술·창작 영역에 발을 담근 지 오래입니다.
미국에서 열린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 미술대회'의 디지털 아트 부문에서 AI로 제작한 그림이 1등을 차지해 논란이 된 사건이 벌써 2년 전입니다.
지난 2023년에는 미국작가조합(WGA)이 챗GPT와 같은 AI 툴을 활용해 각본을 쓰는 것을 반대하는 요구를 포함시킨 파업에 들어갔으며 미국 배우조합 역시 단역, 엑스트라 배우들을 AI로 대체하는 것에 반대하며 파업에 동참했습니다.
그럼에도 지난 2월 두바이에서는 '제1회 두바이 국제 AI 영화제'가 열려 500여편의 출품작을 맞이해 영화 산업에서 AI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것을 증명하기도 했습니다.
국내 관련 산업도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지난 7월에 열린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는 AI 영화 부문을 신설했으며 AI 흐름에 상생하겠다는 취지의 'BIFAN+AI' 공식 사업을 추가하기도 했습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AI 영화 국제경쟁 부문 '부천 초이스: AI 영화'에 초청된 그루칸 아타칸 감독의 "코끼리가 들려주는 말'의 한 장면. 사진ㅣ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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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인기를 끌었던 디즈니플러스의 '카지노'와 넷플릭스의 '살인자ㅇ난감'은 AI 기술을 활용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카지노'에서는 배우 최민식의 젊은 시절을 AI를 활용한 '디에이징' 기술로 구현해냈으며 '살인자ㅇ난감'은 배우 손석구의 어린 시절을 아역 배우의 얼굴에 딥페이크 기술로 손석구의 얼굴을 덮어 구현하기도 했습니다.
'카지노'에서 활용된 디에이징 기술. 사진ㅣ디즈니플러스 코리아 유튜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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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 AI를 계속 활용하는 이유는 속도와 비용 절감입니다. 기존에 사람이 하던 일을 AI가 대신하게 되면 훨씬 빠르고 저렴한 비용을 지불하면서도 기대 이상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AI라는 거대한 흐름, 거스를 수 없다면 함께 한다
이렇듯 AI가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을 수 있다는 현실에 대해 여러 업계의 많은 종사자들이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산업의 흐름 속에서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해 AI를 새로운 기회로 삼으려는 시도도 존재합니다.
사운드 솔루션 업체 '엘리펀트어라운드'는 최근 AI를 더빙 작업에 활용해 성우들과 상생하고 나아가 활동 반경을 글로벌로 넓히겠다는 작업 방식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성주현 엘리펀트어라운드 감독은 "AI로 제작된 퀄리티 좋은 무료 에셋들이 많이 풀리다 보니 사운드 업계 종사자들은 이를 이기기 위해 실력은 올라가야 하지만 단가는 높이지 못하고 있는 추세다"라며 업계 현황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여기에 TTS(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사람 목소리를 구현하는 기술), AI 클로닝(음성 복제)로 인해 성우들도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성주현 엘리펀트어라운드 감독. 사진ㅣ인더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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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성 감독은 성우들의 보이스를 활용한 AI 더빙 작업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성 감독은 "우리와 함께 일하는 성우들의 보이스를 클로닝해 이를 AI를 통해 외국어로 다시 더빙하는 방식"이라며 "이럴 경우 작업량이 많아지면 오히려 단가가 줄어 수익성 면에서도 제작사와 스튜디오 모두 유리하다"고 말했습니다.
해외 콘텐츠를 수입해오면서 국내 성우가 더빙을 진행하고, 국내 성우의 보이스를 클로닝해 AI로 번역까지 진행한 후 번역된 외국어로 AI가 더빙까지 진행하는 방식입니다.
성 감독은 "이 방식을 사용하면 오히려 성우들의 목소리를 글로벌로 넓혀주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제작사는 단가 절감을, 성우들에게는 기회를 줄 수 있는 것"이라 강조했습니다.
물론 이러한 작업을 위해서는 해결해야할 요소들이 존재합니다. 성우의 보이스에도 라이센스가 걸려있기 때문에 이를 클로닝에 활용할 수 있어야 하며 아직 완벽하지 않은 AI의 어색함을 후보정할 수 있는 스튜디오의 능력도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성 감독은 "국내 성우 없이 콘텐츠 자체의 보이스를 활용하려면 출연 배우들의 보이스 라이센스 전체를 가져와야 한다"며 "그렇기에 1차적으로 AI를 통해 콘텐츠를 번역해 라이센스 문제가 해결된 국내 성우들로 더빙을 진행하고 이후 클로닝을 통해 여러 외국어로 번역하는 방식을 채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스튜디오에서 확인된 작업물은 아직 중간 단계임에도 실제 목소리와 AI 목소리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성 감독은 "AI가 업계에 불러올 변화는 피할 수 없다"며 "그렇기에 새로운 방식을 모색하면서도 기존의 일자리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함께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노력했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통계청이 발간한 '2024 사회동향' 보고서에서는 AI에 의해 대체될 수 있는 일자리가 270만개로 전체 일자리의 10%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대체 가능성은 낮지만 AI를 통해 보완·지원할 수 있는 직업까지 확장한다면 숫자는 454만여개(16.0%)로 늘어납니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AI가 기존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닌, 인간과 AI의 새로운 협업 형태를 만들어내는 방향으로 간다면 이전과는 다른 전혀 새로운 형태의 업계가 등장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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