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성심장병 앓는 9살 환자 초청해 무료 시술
아산사회복지재단과 함께 치료비 등 경비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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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을 고치는 멋진 의사가 되고 싶어요. "
선천성 심장병을 고치러 인도네시아 오지에서 날아온 펠리시아(Pelicia·9) 양은 환한 미소를 띤 채 조그마한 팔을 활짝 벌리며 의료진에게 "저처럼 힘들어하는 친구들을 찾아다니며 의료 봉사를 다니고 싶다"며 이 같이 말했다.
23일 강릉아산병원에 따르면 펠리시아 양은 소아심장의 명의인 김영휘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이끄는 소아심장협진팀의 치료를 통해 건강을 회복하고 지난 21일 퇴원했다. 아산사회복지재단과 강릉아산병원은 펠리시아 양의 치료비, 항공료 등 모든 경비를 지원하며 펠리시아 양에게 평생 잊지 못할 크리스마스 선물을 안겼다.
펠리시아 양은 '동맥관개존증'이란 선천성 심장병을 가지고 태어났다. 동맥관은 자궁 내에서 태아의 순환을 유지하기 위해 대동맥과 폐동맥 사이를 연결해 주는 혈관이다. 본래 태어난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막히지만 어떠한 이유로 인해 막히지 않고 열려 있을 때 동맥관개존증이라고 부른다. 동맥관개존증 환자들은 대동맥 혈류의 일부가 폐동맥으로 흐르면서 폐혈류량이 증가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좌심실에 부담을 줘 심부전 증상이 나타나고, 치료받지 않으면 폐고혈압이 생겨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 심내막염 발병의 빈도도 높아지기 때문에 환경이 매우 열악한 곳에 사는 펠리시아 양의 경우 반드시 치료가 필요했다.
펠리시아 양의 부모는 딸의 치료를 위해 인도네시아 전국을 누비며 병원을 찾았으나 조그마한 밭에서 채소를 길러 파는 가정환경은 경제적으로 열악해 치료비를 감당하기 버거웠다. 그러던 중 지난 11월 서울아산병원과 인연이 닿았다. 서울아산병원 의료봉사단과 인도네시아에서 의료 봉사를 하던 김 교수가 꼬깃꼬깃한 돈을 양손에 쥔 채 집에서 2시간 거리에 있는 봉사단의 임시 치료시설을 방문한 펠리시아 양 가족과 만난 것이다.
김 교수는 펠리시아 양의 심장 소리를 듣고 심전도 검사와 심장초음파를 진행한 뒤 "저희가 모든 비용을 지원하겠다"며한국 초청과 수술을 약속했다. 이 말을 들은 펠리시아의 부모는 '뜨리마 까시'(Terima kasih·감사합니다)라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그로부터 한 달 뒤인 지난 18일 펠리시아 양은 어머니와 함께 강릉아산병원에 도착했다. 신속하게 정밀검사가 이뤄졌고 다행히 다른 질환은 없어 이튿날인 19일 약 1시간에 걸쳐 경피적 동맥관 폐쇄술이 진행됐다. 경피적 동맥관 폐쇄술은 다리 정맥을 통해 심장까지 얇고 긴 도관(Catheter)을 집어넣어 동맥관에 기구를 삽입하는 시술이다. 가슴을 열고 진행하는 수술 없이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이후 순조롭게 건강을 회복해 사흘만에 퇴원하고 본국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병원 측이 퇴원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해 준 소소한 축하 자리에서 펠리시아 양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열이 많이 나고 아파서 힘들었는데, 앞으로는 아프지 않는다니깐 너무 기분이 좋다"며 "산타를 대신해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신 강릉아산병원 선생님들께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영휘 교수는 "어린 환아가 인생 처음 받는 시술이라 무섭고 떨렸을 텐데, 씩씩하게 치료를 잘 받아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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