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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3 (월)

‘위기의 일본’… 역대급 가계빚에 개인 파산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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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늘어나는 가계 부채로 인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인플레이션, 저(低)임금, 고(高)금리라는 ‘삼중고’ 속에 부채 부담이 증가하면서 일본 내 개인 파산 신청 건수는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16일 일본 도쿄에서 시민 한 명이 닛케이 지수 전광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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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은 일본 파산 전문 변호사들을 인용해 올해 개인 파산 신청자가 7만5000~8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년(7만589명) 대비 약 13% 증가한 수준이며, 8만2668명이 개인 파산을 신청한 지난 2012년 이후 12년 만에 최고치다.

지난해 일본의 평균 가계 부채는 655만엔(약 6055만원)으로 평균 소득을 넘어섰다. 일본의 가계 부채 대비 가처분 소득 비율은 지난 2022년 122%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0년 동안 부채 비율이 감소한 미국, 영국과 대조적인 모습”이라며 “일본이 전통적으로 현금을 집에 쌓아두는 저축 문화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부채 문제는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일본 금융 소비자들은 장기간 이어진 저금리 속에 인플레이션이 고개를 들면서 거리낌 없이 대출을 받아왔다. 그러나 지난 3월 일본 중앙은행이 17년 만에 금리를 올리고, 7월에도 기존 0∼0.1%에서 0.25%로 금리를 인상하면서 상환 부담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일본은 대출 액의 크기에 따라 최고이자율을 연 15%∼연 20%의 범위로 정하고 있는데, 개인 신용 대출에 대해 대부분의 기관들은 연 14~16% 사이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더 큰 문제는 가계 부채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는 점이다. 지난해 9월까지 월별 소비자 대출 증가율은 8% 이상으로,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8년 이후 가장 높다. 일본 금융업체 SMBC 컨슈머 파이낸스의 모리카와 요시마사 대변인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소비가 늘어나면서 대출 수요가 증가했다”고 말했다. 특히 소셜미디어(SNS)에서 활발한 대출 광고를 보고 20대의 대출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고 요시마사 대변인은 밝혔다.

일본의 심각한 저임금 문제가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졌다. 일본은 주요 7개국(G7)의 일원이자 세계 3위 경제 대국이지만, 2023년 기준 일본의 평균 임금(PPP·구매력 평가 기준)은 4만6792달러(약 6773만원)로, OECD 평균인 5만8232달러(약 8428만원)의 80% 수준에 불과하다. 평균 임금이 약 8만 달러 수준인 미국의 절반 수준이다. 장기간 지속된 저임금으로 인플레이션을 감당하지 못한 금융 소비자들이 은행 대출을 받기 시작했다.

자산운용사 픽테 재팬의 오츠키 나나 선임연구원은 “일부 사람들은 임금으로 충당하지 못한 생활비를 대출로 메우고 있다”면서 모기지(mortgage·담보 대출) 상환에 대한 압박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다중 대출에 대한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일본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대출 부담으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은 792명으로, 대출 규제 강화로 수 천 개의 대부업체가 문을 닫고 금융 시장이 위축된 지난 2012년 이후 최고치다.

가계 부채가 더 증가할 가능성도 크다. 지난 10월 일본은행(BOJ)은 2년 마다 발표하는 보고서를 통해 젊은 층의 주택 소유가 증가하면서 이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더구나 일본이 지난 2020년 민법상 성인 연령 기준을 만 20세에서 만 18세로 낮추면서, 대출을 받는 젊은 층이 더 늘어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만 29세 이하 가구의 평균 부채는 992만엔(약 9181만원), 10년 전보다 약 3배 증가했다고 전했다.

김송이 기자(grap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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