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20일 서대문구의회 앞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예산심의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항의 집회를 열고 있다. 민주당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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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의회가 내년도 구청 예산안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여당에 해당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점거하고, 구청 측은 의회 파견 직원을 모두 철수 시키는 등 파행 운영된 것으로 확인됐다. 구의회 더불어민주당 측은 사태에 대해 “서대문구판 비상계엄”, “이성헌 구청장은 서대문의 윤석열” 등의 비판을 제기 중이다.
23일 민주당에 따르면 서대문구의회는 지난 20일 본회의에서 서대문구의 내년도 예산안을 최종 통과시킬 예정이었다. 이때 예정된 본회의 폐막시간(오전 10시)을 한 시간 앞두고 구의회 국민의힘 의원 3명이 출입구를 봉쇄하고 본회의장을 점거했다. 민주당 측이 본회의에서 기존 예산안 대신 ‘수정예산안’을 상정해 통과시키려 한다는 소문이 돌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
이성헌 서대문구청장(국민의힘)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민주당 측의 움직임에 반발해 시의회로 파견돼 근무 중이던 사무·방호직 직원 9명을 모두 철수시켰다. 이후 일부 시민들이 구의회를 찾아와 민주당 측의 수정예산안 상정 움직임을 비판하는 시위를 벌였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회의장 점거와 직원 철수로 인해 본회의는 이날 오후 4시를 넘어 청사 내 다른 장소(상임위원장실)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 민주당 의원 8명은 수정예상안을 가결시켰다. 현재 서대문구 의회는 민주당 8명, 국민의힘 5명, 개혁신당 1명, 무소속 1명의 ‘여소야대’ 구조다.
민주당은 “서대문구청이 제출한 7716억3061만5000원의 예산 중 서대문구실업농구단을 포함한 37억8797만8000원의 일반예산 삭감안과 11억의 기금예산 조정안을 공동발의했다”며 “주민대상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가장 감액이 필요한 예산 1위인 서대문구실업농구단 예산을 포함해 총 5개의 과산정된 예산을 민생의 관점에서 삭감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회의장 점거와 파견 직원 철수 등이 구의회 무력화를 목적으로 한 행위라는 입장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날 사무국장은 물론 팀장 3명, 방호 등 주요 보직 공무원이 구청으로 긴급 복귀해 공백이 생기면서 피켓을 든 주민들 다수가 구의회 청사 내부로 불법 진입해 구의원들을 위협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경찰이 도착하자 해산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대문구의회 김양희 의장은 “이번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의 인사권 남용을 통한 폭거는 국회에 무력을 동원한 윤석열의 비상계엄과 흡사하다”며 “지방의회의 독립성과 주민의 예산을 지키기위해 싸우겠다”고 밝혔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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