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더 늙어 보인다”
올 여름 한반도에 ‘역대급’ 폭염이 강타했다. 갖가지 기록과 피해를 양산한 폭염이지만, 눈에 잘 띄지 않더라도 폭염이 큰 영향을 끼친 악재가 하나 더 있다. 바로 ‘노화’다.
폭염 일수가 길어질수록 신체 노화가 빨라질 수 있다는 연구 분석 결과가 나왔다. 더운 날의 비율이 증가하면 신체 DNA 나이가 늘어난다는 게 골자다. 지난 여름 폭염 일수가 ‘역대급’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올해 유독 빨리 노화가 진행된 셈이다.
폭염에 따른 건강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각종 온열질환은 물론, 기존 질병의 위험성을 키우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날씨에 따른 건강 우려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가 빨라지며, 역대급 폭염·폭설 등 이상기후 현상 발생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의 한 상가 건물에 설치된 실외기가 이른 아침부터 가동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23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따르면 미국 미시간 대학 연구팀은 폭염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신체 DNA의 노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내용의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56세 이상인 3800명의 DNA를 분석한 결과, 1~6년간 더운 날씨가 더 많았던 지역에 살았던 사람들이 비교적 시원한 곳에서 거주한 이들보다 생물학적 DNA 나이가 더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어르신들이 햇볕을 피해 무료급식을 기다리고 있다.[연합]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들은 체감 기온이 26.7도 이상인 경우를 ‘더운 날’로 가정하고, 살고 있는 지역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더운 날의 비율이 10% 증가할 때마다 참가자들의 DNA 나이는 0.12년 증가했다. 더운 날이 2배 늘어날 때, 신체 노화가 1년가량 더 가속화된다는 얘기다.
해당 논문의 공동 저자인 최은영 미국 남가주대학(USC) 연구원은 “신체적 피해는 즉시 관찰할 수 있는 건강 결과로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생물학적 악화는 나중에 장애로 발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폭염이 인간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은 이뿐만이 아니다. 당장 더위에 직접 노출되는 빈도가 높을 경우, 온열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식수 혹은 대기질을 변화시켜, 향후 질병 발생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사거리에서 시민들이 양산과 손으로 햇볕을 가리며 출근길을 서두르고 있다. 임세준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ICPP(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에 따르면 기후변화에 따른 폭염이 이어지면 심장질환, 당뇨병, 고혈압, 호흡기질환 등으로 인한 사망 가능성이 증가한다. 기온이 1도 증가할 때마다 사망률이 3%, 폭염이 7일 이상 지속될 시 9% 이상 늘어난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여름 폭염(일 최고 기온 33도 이상) 일수는 24일로 역대 3위를 기록했다. 평년(10.6일)과 비교해 2.3배 많았다. 전국 평균 열대야 일수는 20.2일로 평년(6.5일)과 비교해 3.1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름 장기간 폭염으로 인해 병원 응급실을 찾은 온열 질환자 수는 총 3704명으로 1년 전(2818명)과 비교해 31.4% 늘었다. 사망자 수도 6.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8년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온열질환과 관련된 산업재해도 최근 10년 간 최대 수치를 기록했다.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출근하는 시민들 위로 눈이 하얗게 쌓여 있다. 임세준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그렇다고 해서 추운 날씨가 더 좋은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니다. 장기간 이어지는 겨울철 한파는 다음 여름철 더위를 가중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상기후 현상 자체가 문제라는 얘기다.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기후센터에 따르면 1990년대 이후 한반도 겨울철 평균 기온은 다음 여름철 평균 기온과 뚜렷한 상관관계를 가진다. 겨울이 추우면 여름이 덥고, 겨울이 따뜻하면 여름이 비교적 시원하다는 것이다.
일례로 2018년 1월과 2월에 폭설·한파가 나타난 이후 여름에 역대급 폭염이 찾아왔다. 반면 2019년과 2020년 겨울은 비교적 따뜻했고, 여름에도 폭염 문제가 크게 불거지지 않았다.
문제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가 이어지며, 폭염이 빈번하게 찾아오는 ‘이상기후’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반포한강공원이 한강 물에 잠겨 있는 모습.[서울시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기상청이 발표한 ‘우리나라 109년 기후변화 분석 보고서’에 따른 최근 30년(1991~2020년) 동안 한반도 연평균 기온은 1.6도 상승했다. 최고 기온과 최저 기온은 각각 1.1도와 1.9도 올랐다.
이에 따라 최근 30년간 여름은 20일 길어지고, 겨울은 22일 짧아졌다. 폭염은 물론 갑자기 강한 비가 내리는 돌발성, 국지성 집중호우 등 이상기후 현상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실제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더운 날씨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2025년 봄 평균 기온이 평년(11.6~11.2도)보다 높을 확률을 50%로 책정했다. 평년보다 기온이 낮을 가능성은 20%에 불과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