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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 (화)

주한美대사, 12.3 계엄에 "21세기에 상상 어려운 비민주적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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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대사가 사실상 12.3 비상계엄을 가리켜 "21세기에 상상하기 어려운 비민주적 행위"라고 직격했다. 이임을 앞두고 국회를 방문, 여야 대표를 차례로 만난 골드버그 대사는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은 발언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

골드버그 대사는 23일 오후 4시 민주당 당대표회의실에서 이 대표 등 야당 지도부를 만나 자신이 곧 대사 임기를 마치고 이임을 앞두고 있다며 인사말을 건넨 후 이같이 말했다.

"나는 약간의 아쉬움과 슬픔이 느껴지는 시기에 이임을 하게 됐다. 왜냐하면 21세기에 우리가 목도한 것과 같은 비민주적 행위가 일어나리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I'm departing at a time that does produce a bit of regret and a bit of sadness in me, because it was hard to fathom that in the 21st century un-democratic acts such as the one we saw could take place.)"

골드버그 대사가 이날 여야 양당 지도부를 만나 한 인사말은 거의 비슷했으나, '21세기에 상상하기 어려운 비민주적 행위'라는 표현은 이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만 나왔다.

골드버그 대사는 이날 여야 지도부에 공통적으로 "현재 한국이 겪고 있는 여러 정치적·법적·헌법적 사안의 무게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최근 몇 주간 국회와 국회의원, 국회의장이 민주적 헌법적 절차를 수호하고, 한국이 직면한 시급한 현안에 대한 논의를 주도하면서 핵심적 역할을 한 데 대해 매우 고무됐다(been very encouraged)"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곳 국회의사당에 오니, 다시 한 번 그 역할 (즉)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회복력을 보여주는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되새기게 된다"고 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이 말을 '탄핵 반대'가 당론인 국민의힘의 권성동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 앞에서도 똑같이 했다. 그는 권 대행에게 건넨 인사에서 "정치적으로 어려운(politically challenging) 이 시기에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이자 원내대표로서의 리더십이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하기도 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여야 지도부에 "한미동맹에 대한 철통같은(iron-clad) 공약을 재확인할 것"과 "통상·투자관계 지속 강화", "인적 교류 확대" 등 기존 한미관계의 지속 발전을 약속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이재명 대표가 모두발언에서 "한미일 간의 협력 관계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한 데 대해 "한미일 3국 간의 관계가 강력하게 유지될 것이라고 말씀하신 데 대해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특별히 언급하기도 했다.

프레시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3일 오후 국회에서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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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한국 민주주의에 관심, 깊이 감사"

이재명 대표는 이날 접견에서 골드버그 대사를 향해 "몇 달 만에 다시 뵙게 됐는데 그 사이에 여러 상황 변화들이 많았다"고 12.3 사태를 간접 언급하며 "특히 이번 한국에 좀 급작스러운 일이 발생했는데 미국이 동맹의 일원으로서 동맹의 핵심가치라고 할 민주주의와 법치 회복을 위해 관심을 가져주고 또 신속하게 입장을 내주신 점에 대해서 정말로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대한민국은 국민 모두가 인정하는 것처럼 자유민주진영의 일원으로서, 또 미국의 큰 도움 때문에 경제적 성장과 발전을 이루어냈고 또 한반도에서 평화와 안정을 누려왔던 게 분명하다"며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이 혼란도 결국은 민주주의의 가치와 자유민주진영의 강고함을 전 세계에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그 과정에서 한미 관계도 더욱 단단해지고 더 발전하게 될 것"이라며 "대한민국이 전 세계 자유민주진영 국가들, 그 중에서도 미국 정부와 미국 사회로부터 많은 관심과 도움을 받게 됐는데 앞으로 대한민국도 자유민주진영의 일원으로서 그 역할과 책임을 제대로 다해 나갈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미관계뿐 아니라 한미일 간의 협력관계도 계속될 것이 분명하다"고 그는 부연했다.

헌법재판소가 심리 중인 대통령 탄핵심판이 인용되면 조기 대선이 치러지게 되는 상황에서, 미국 조야에 차기 대선 주자로서 이 대표에 대한 일말의 의구심이 있는 데 대해 적극 해명한 것으로 보인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은 골드버그 대사를 접견한 자리에서 "현재 대한민국이 다소 혼란스러운 상황이지만 한미동맹 70년으로 대표되는 양국의 공조와 협력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며 "한덕수 총리가 현재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대한민국을 대표해 미국 등 전 세계 국가들과의 외교 관계를 이끌고 있으며, 국민의힘도 집권 여당으로서 한미관계에 공백이 없도록 정부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권 대행은 "국민의힘은 건국과 산업화, 민주화 등 대한민국의 번영을 이끌어왔다. 우리 당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 경제를 지향하고, 이같은 가치와 지향에 기반해 앞으로도 미국을 비롯한 자유세계의 우방 국가들과 연대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 대행은 그러면서 "일부 언론에서는 미국 행정부 교체 때문에 주한미대사 공백상태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대사께서 워싱턴에 잘 말씀드려서 조속히 후임 대사가 부임할 수 있도록 힘써달라"며 "국민의힘은 차기 트럼프 정부 및 조야와 강력한 한미동맹을 위해 꾸준히 소통하겠다"고 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현 바이든 행정부에서 임명됐다.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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