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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5 (수)

리조트 빌려 완벽 위장… 모사드의 유대인 비밀 호송 작전[정일천의 정보전과 스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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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모사드가 제작한 ‘아로스’ 리조트 홍보 팸플릿. 사진 출처 sofre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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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천 가톨릭관동대 초빙교수·전 국정원 국장


전 세계 스파이들에게 올해 인상 깊었던 사건 중 하나는 헤즈볼라를 대상으로 한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삐삐(무선호출기) 폭발 공작일 것이다. 이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해 비밀 숙소에 머물던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를 암살한 것도 놀라웠지만, 정보기관이 수행하는 특수공작의 전형을 보여 준 삐삐 폭발 공작은 단연 압권이었다.

사업가로 신분 세탁한 모사드 추정 블랙 요원들이 헝가리에서 위장회사를 운영하면서 대만제 삐삐에 폭발 장치를 탑재해 헤즈볼라에 공급한 것인데, 수년간 준비해 실행한 기획 공작이었다. 이같이 위장회사를 활용하는 정보기관의 ‘가장체 공작’은 많은 시간과 인력, 자금이 투입되고 공작 인프라가 뒷받침되어야 추진 가능한 고난도 작전이다.

1980년대 초 모사드의 에티오피아 유대인(Beta Israel) 비밀 호송 작전인 ‘형제 공작(Operation Brothers)’은 위장업체를 활용해 성공한 대표적 공작 사례다. 모사드는 출범 시부터 기본 임무가 학살 등 위기에서 생존한 해외 유대인들을 자국으로 데려오는 것이었다. 하지만 외부 유대인 공동체와 단절되어 살아온 에티오피아 유대인들은 장기간 소외되어 오다 1977년에서야 귀환법 적용 대상이 되었다. 이들의 귀환이 추진된 1970년대 말 에티오피아는 오랜 내전으로 대규모 사망자가 발생하고 많은 유대인이 포함된 난민들이 인접국 수단 국경의 유엔 난민수용소로 피란하는 등 대혼란기였다. 또한 이슬람 국가 수단이 이스라엘과 적대적 관계였기 때문에 외교 경로를 통한 귀환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이에 모사드는 육군 장교 출신 다니엘 리모르가 지휘하는 공작팀을 꾸리고 실태 조사를 하기 위해 프랑스 인류학자로 위장한 그를 수단에 파견했다. 현지 조사 결과를 토대로 많은 인원을 안전하게 데려오기 위해 모사드가 선택한 방식은 해군 전함을 이용한 해상 호송이었다. 1981년 세부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스쿠버의 천국으로 알려진 현지 해안가에 이탈리아 회사가 운영하다 방치한 ‘아루스’라는 이름의 리조트를 활용하자는 아이디어가 제기되었다. 리조트를 통해 요원들의 현지 체류 명분을 얻고 인력과 운송 장비 동원 등을 위한 공작 거점으로 이용하려는 것이었는데 최종 실행 방안으로 채택되었다. 공작팀은 리조트 임차 후 특수부대 출신 스쿠버 강습소 운영자 등을 직원으로 투입하고 홍보 활동도 전개하는 등 완벽하게 위장했다. 이를 통해 리조트를 거점으로 초기 6개월간 800여 명의 유대인을 빼내 해상 호송하는 데 성공했으며, 많은 스쿠버들이 방문하면서 사업적인 성과도 거두었다.

그러나 1982년 해상 밀수꾼을 감시하는 현지 군인에게 노출되는 사건이 발생해 항공 호송으로 전환되었으며, 1985년 유대인 호송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중단되기도 했다. 하지만 호송 사업은 2012년까지 ‘모세 공작(Operation Moses)’ 등 다양한 작전명으로 지속되어 총 4만 명이 넘는 에티오피아 유대인이 귀환했다. 모사드의 ‘형제 공작’은 2019년 ‘레드 씨 다이빙 리조트(Red Sea Diving Resort)’라는 제목의 넷플릭스 영화로 소개되기도 했다.

오늘날 모사드가 탁월한 정보활동으로 많은 정보기관의 ‘워너비’가 된 것은 국가 지도자들이 정파를 떠나 안보와 국익 관점에서만 정보기관을 운영함으로써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기관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는 정보기관에 관한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신냉전 시대의 도래로 정보기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 지금 정보기관의 경쟁력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이스라엘의 정보기관 활용법에서 그 답을 찾았으면 한다.

정일천 가톨릭관동대 초빙교수·전 국정원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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