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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 (화)

'남태령 시위' 경찰 대응 도마에…김상욱 "국민 자유 침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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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주장하는 농민단체의 트랙터 행진과 이에 연대하는 시민 수천 명이 함께한 이른바 '남태령 시위'를 경찰이 차벽을 치고 막아선 데 대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질의에서 여야 의원으로부터 날선 추궁이 나왔다. 특히 12.14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공개 찬성하며 '보수의 양심'으로 불린 국민의힘 김상욱 의원이 이 사안을 언급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김 의원은 23일 국회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이호영 경찰청 차장(경찰청장 직무대행)을 상대로 "경찰에 집회 시위 대응 원칙이 있느냐"고 따져물으며 "현장에 있는 경찰관, (시위 현장) 주변에 계신 시민, 모두 다 보호받아야 될 국민들이시고 아무도 다쳐서는 안 된다. 또 집회·시위의 자유가 훼손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날이 많이 차다. 날씨를 고려해서 시위 주최자와 좀 더 많이 소통하고 또 배려하고 원만한 집회 시위가 되도록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어제 남태령 시위와 관련, 경찰청 게시판에 아무리 익명게시판이라고 해도 납득할 수 없는 글이 게시됐다. 제가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기도 좀 면구한 내용"이라고 질타했다.

김 의원이 언급한 것은 이날 언론·온라인커뮤니티 등을 통해 알려진 경찰청 '블라인드' 게시판 글로 "요즘 어린 여자애들 왜 이렇게 정신머리가 없냐", "뇌에 우동사리 든 MZ X들", "여초 사이트, 좌파 전문 시위꾼들에 선동당해서 우르르 쏟아져 나와", "유럽이었으면 머리에 총알 구멍 뚫어버렸을 텐데" 등 남태령 시위에 대한 원색 비난을 담고 있다.

김 의원은 "대부분의 경찰관들이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겠지만 경찰관이 지금 시국에 그런 글을 게시한다는 것이 저는 좀 납득할 수 없다"며 "지금 경찰청 내 분위기가 어수선한 점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최소한의 통제마저 잃어버리면 안 된다"고 이 차장에게 지적했다.

그는 "아무리 익명 게시판이지만 그런 글이 올라온다는 것은 경찰 수뇌부에서 사전 교육이나 문제의식을 좀 덜 가진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며 "단 1명의 잘못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경찰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정말 인내하고 현명하게 소통하고 배려하는 성숙한 대응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김 의원은 또 "지금 남태령 관련해서 이 차장은 집회·시위 관리가 잘됐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이 차장이 이에 "집회가 야간까지 연이틀 이어지고 있었고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주최측과 협의해서 마무리했다"고 답하자, "제가 문제제기하고 싶은 부분이 그거다. 집회 참가하셨던 일반 시민들은 이 추운 날씨에 이틀 동안 엄청난 고생을 하셨고 불필요하게 서로 대립이 심해지면서 시민들도 흥분하고 경찰관도 흥분해서 충돌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됐다. 조금 더 일찍 소통할 수는 없었나"라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지금 같은 시국에 경찰은 대립을 격화시키는 주체가 돼서는 안 되고,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대립을 완화시켜 나가야 한다"고 경찰에 성숙한 태도를 주문했다. 이 차장은 "앞으로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약속했다.

프레시안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남태령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체포·구속 농민 행진 보장 촉구 시민대회'에서 트랙터와 시민들이 경찰 버스를 지나 한남동 대통령 관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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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등 야당 의원들도 지적에 나섰다. 민주당 김성회 의원은 "시민단체와 경찰 간에 원만한 합의가 이뤄져서 모든 것이 평화롭게 끝난 것은 잘됐지만, (애초에) 트랙터를 왜 막으신 거냐"며 "경기도에 트랙터가 다니는 건 되는데 서울에 트랙터가 다니는 건 안 돼서 남태령을 다 막았다는 얘기를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겠느냐"고 따졌다.

김 의원은 이 차장이 '남태령이 집시법상 주요도로에 해당하고 안전문제가 우려돼 막았다'는 취지로 답변하자 "안전 문제가 있으면 그냥 트랙터를 다 막아도 되는 건가? 법이 허용하는 건가?"라며 "어떤 분들이 시위를 하기 위해서 집에서 나서면, 지금 경찰이 하는 대로 하면 문 앞에서 '어? 광화문 집회 나가려는 사람이네? 당신 나가지 마' 이렇게 막을 수 있다는 얘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농민들의 안타까운 사정을 듣고 현장에 모였던 시민들이 저체온증으로 괴로워하고 있는 상황에서 (식량 등) 보급차 진입도 막고 난방버스 진입조차 허용하지 않았던 검찰의 태도에 대해 저희가 따져보겠다"며 추가 진상규명을 예고했다.

민주당 박정현 의원도 "집회·시위는 신고제이지 허가제가 아니지 않느냐. 법 집행이 왜 고무줄처럼 늘어났다 줄었다 하느냐"며 "지금 경찰은 집회·시위를 허가제처럼 운영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이 차장이) '트랙터를 막은 이유가 교통통제·안전이라고 했는데 사실 오히려 경찰이 안전을 해친 것"이라며 "28시간 대치 상황을 만들었고, 농민들이나 그 농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갔던 수많은 시민들의 안전을 오히려 경찰들이 해친 결과가 됐다", "교통 문제도 차벽을 그렇게 완전히 치지 않았으면 일부 구간은 소통할 수 있었는데 경찰이 교통을 통제하면서 오히려 혼란이 더 일어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조국혁신당 정춘생 의원도 "2008년 촛불시위를 막아선 '명박산성'을 연상시킨다"며 "대한민국 헌법은 모든 국민에게 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한다. 그런데 무슨 법적 근거로 트랙터 행진을 차벽으로 봉쇄하고 막았나. 법적 근거가 뭐냐", "농업용 트랙터가 12.3 내란에 동원된 장갑차라도 되느냐? 농민들이 무장군인이라도 되느냐?"고 꼬집었다.

정 의원은 "트랙터를 봉쇄한 것 자체가 경찰의 위헌·위법한 조차치"라며 "집시법 제12조에 따르면 질서유지인을 두고 행진하는 등 교통질서 유지를 위한 대안이 있으면 집회를 금지할 수 없다. 그런데 경찰은 경찰버스로 도로를 봉쇄하고 농민들을 막았고, 트랙터 유리를 부수며 농민들을 강제로 내리게 하고 폭력을 행사했다"고 비판했다.

정 의원 역시 "교통 혼잡을 이유로 저지했다고 하지만 이 또한 이유가 될 수 없다. 약간의 불편이 있었을 수 있으나 평화롭게 행진 중이었고, 8차선 전체를 봉쇄하면서 심각한 교통체증을 유발한 것은 오히려 경찰"이라며 "경찰의 차벽 봉쇄와 집회 제한 통보는 반헌법적이고 반민주적인 조치"라고 주장했다.

이 차장은 이에 대해 "제한통고가 불법하다고 생각지 않는다"며 "저희는 적법하다 생각하고 그에 대해 다른 할 말은 없다. 트랙터라는 게 굉장히 크고, 34대가 한꺼번에 도로를 주행했을 때 극심한 안전·교통불편이 충분히 예상된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정 의원은 다시 "이 엄동설한에 난방버스도 보내주고 밥차도 보내주는 이런 민심이 왜 일어나는 건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혀를 차며 "이런 상황에서 평화로운 집회가 보장이 안 되고 그렇게 (시위를) 막아서기 시작하면 예상 못 한 소요가 있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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