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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 (화)

‘北의 공격을 유도’ 점집서 나온 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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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노상원 수첩’ 神堂서 압수

조선일보

‘12·3 비상 계엄 사태’ 내란 혐의로 구속된 노상원(왼쪽) 전 정보사령관이 2016년 현직 시절 국방부 국정감사에 출석한 모습. 경찰은 23일 노씨가 2018년 여군 성추행으로 불명예 전역한 뒤 운영했던 경기 안산시 신당(神堂·오른쪽)에서 확보한 계엄 모의 수첩에 ‘NLL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 ‘정치인 사살’ 같은 내용이 적혀 있었다고 밝혔다. /TV조선·구동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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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은 ‘12·3 비상계엄’ 내란 혐의로 구속된 노상원(62·육사 41기·예비역 육군 소장) 전 정보사령관의 안산 신당(神堂)에서 압수한 수첩에 ‘북방한계선(NLL)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한다’ ‘정치인 사살’ 같은 내용이 적혀 있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은 노씨 등이 계엄 선포 여건을 조성하려는 남침(南侵) 유도, 즉 북풍 공작을 실제로 벌였는지 조사 중이다. 만약 그렇다면 내란 외에 추가로 외환죄가 성립할 수 있다.

수사단은 이날 브리핑에서 노씨의 ‘계엄 수첩’에 정치인·언론인·판사 등을 ‘수거(체포) 대상’으로 지칭하면서, 이들에 대한 ‘수용 및 처리 방법’에 대한 언급이 담겨 있었다고 밝혔다.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 “정치인 등에 대한 ‘사살’이라는 표현이 있었느냐”는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 질문에 “사실에 부합한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노씨 수첩에 사살이라는 표현이 명시적으로 적혀 있었던 것이 맞다”고 했다.

앞서 민주당은 국가수사본부에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북한에 무인기를 보내고 북한의 오물 풍선이 날아오면 원점을 타격하라고 지시하는 등 도발을 유도한 혐의가 있다며 외환죄로 추가 고발한 바 있다.

북한은 지난 10월 8일 소위 ‘평양 침범 무인기’ 사건 배후가 한국이라고 주장했는데, 당시 김용현 장관의 국방부는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며 “대꾸할 가치도 없다”고 했다. 민주당은 정보사령부가 산하 북파 공작 부대(HID) 요원들을 비상계엄 선포 당시 경기도 성남 판교 정보사 사무실에 대기시킨 것도 북한 도발 유도 정황이라고 주장한다. HID 요원을 북한이 남파한 공작원으로 위장, 폭파·화재 등 소요를 일으켜 비상계엄 선포 및 연장의 명분으로 삼으려 했다는 것이다.

노씨의 ‘계엄 수첩’은 60~70쪽 분량으로 비상계엄 계획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계엄 이전 ‘NLL 북한 공격 유도’ ‘오물 풍선’ 관련 내용과 함께 계엄 당일 ‘국회 봉쇄’ 언급도 있었다. 여기에 정치인 등 ‘수거 대상’의 실명도 나열되고, 사살을 비롯한 체포 후 신병 처리 절차가 수첩에 담긴 경위를 집중 조사 중이다. 실제 계엄 선포 후 합동수사본부를 자동 구성하게 돼 있는 국군방첩사령부(방첩사)는 비상계엄 선포 직후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 과천 청사 등에 ‘체포조’ 200여 명을 투입했다.

조선일보

그래픽=박상훈


경찰은 김용현 전 장관과 노씨의 통화 내역을 압수 수색해 분석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계엄 수첩의 NLL 관련 언급을 토대로, 남침 유도 작전이 실제 존재했는지, 선관위를 겨냥한 작전에서 노씨가 김 전 장관을 보좌하는 ‘참모장’ 역할을 했을 가능성 등을 조사 중”이라고 했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검찰에서 “계엄 직후 김용현 국방 장관이 선관위 출동을 지시하면서 ‘노상원 전 사령관과 연락하면 된다’는 말을 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노씨와 여 전 사령관이 계엄 작전의 ‘양대 축’ 역할을 분담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노씨가 현역 군인이 아님에도 국방부 장관 공관, 판교 정보사 사무실 등을 수개월 동안 드나들며 선관위 장악, 국회 봉쇄 등 계엄 작전 수립에 관여하고, 현역 군인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계엄 참여를 조건으로 진급 등을 약속한 점 등을 유심히 보고 있다.

경찰은 노씨가 이른바 ‘롯데리아 회동’에서 자신이 지휘하는 별도의 ‘계엄사 비공식 조직’을 꾸리려 한 정황을 포착했다. 노씨는 계엄 이틀 전인 지난 1일 경기 안산시에 있는 패스트푸드점 ‘롯데리아’에서 문상호(육군 소장·육사 50기) 정보사령관, 정보사 소속 김모·정모 대령을 만나 햄버거를 먹으며 “계엄이 곧 있을 테니 준비하라”고 했다. 비상계엄 당일인 지난 3일 ‘롯데리아 2차 회동’엔 구삼회 육군 제2기갑여단장도 참석했다. 경찰은 “당시 회동은 노씨가 중심이 돼 별도의 ‘수사 2단’을 만드는 모임이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했다.

노씨가 이끄는 수사 2단은 계엄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버 확보 임무를 맡았다. 현직 대법관인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체포하는 계획도 포함됐다. 이들은 노 위원장과 선관위 직원들을 케이블 타이로 묶고 두건을 씌우는 방안도 논의한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이 계획 실행을 위해 노씨는 수사 2단에 군 관계자들을 배치하는 문건까지 사전 작성했다. 이 문건에는 수사단장을 포함해 총 60여 명의 명단이 적혀 있었다. 이 중 내란 및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피의자로 입건된 군 관계자 15명이 포함돼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계엄 선포 전 집결 장소·시간 등도 구체적으로 적혀 있었다고 한다. 경찰은 이 문건이 김 전 장관에게 전달됐는지, 김 전 장관이 포고령 발령 후 이 문건을 토대로 인사 발령을 내려고 했는지 등을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군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았다는 피해의식을 느낀 노씨가 계엄 작전을 계기로 재기의 가능성을 노렸는지도 조사 중”이라고 했다. 여인형 방첩사와 별개로 ‘수사 2단’을 꾸려 자신의 영향력을 재확인하려 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노씨가 김 전 장관의 ‘배후 조언 그룹’의 일원이었을 뿐 계엄의 핵심은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실제 병력을 움직이는 데 노씨가 한 역할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며 “내란 모의 단계에서 단순한 머릿속 구상이나 수첩 메모는 내란죄 구성 요건인 ‘폭동’과 거리가 있다”고 했다. 실제 병력을 움직여 ‘한 지역의 평온을 해하는’ 폭동을 실행하는 데 노씨가 개입한 정황이 불분명하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경찰 관계자는 “노씨가 ‘NLL 북한 공격 유도’ 같은 구상을 나 홀로 한 것인지, 김 전 장관을 통해 윤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실제 작전으로 실행이 됐는지 등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내란을 일으키기 위해 북한과의 국지전을 조장하려 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대통령이 타국과의 충돌을 의도적으로 유도했다면 이는 명백한 외환죄”라고 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노씨 수첩의 내용이 그간의 북한 관련 정황과 맞물린 실제 작전 구상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면 그 파장은 가늠조차 어렵다”고 했다.

☞내란죄(內亂罪)·외환죄(外患罪)

내란죄: 대한민국 영토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를 처벌하는 규정(형법 87조). 대통령은 재직 중 형사 소추를 받지 않지만 내란 및 외환죄는 예외다. 내란 우두머리는 사형·무기징역·무기금고에, 주도적인 참여자는 사형·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금고에 처한다.

외환죄: 외국과 모의하여 대한민국에 맞서는 범죄. 외국이 대한민국에 적대적인 행위를 하게 하는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일반 이적)에, 적국을 도와 국가의 존립과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경우 사형 또는 무기징역(외환 유치)에 처한다.

[주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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