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관세문제에 '미치광이' 전략 대응
내달 붕괴위기 처한 캐나다 트뤼도 행정부
정정불안 조속히 종료하고 美와 협상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만들겠다는 충격적인 발언으로 국제사회에 파문이 일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18일 자신의 SNS를 통해 "왜 우리가 연간 1억 달러가 넘는 미국의 보조금을 캐나다에 지원하는지 아무도 대답할 수 없다"며 "많은 캐나다인이 캐나다가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길 원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들은 세금과 군사 보호 비용을 크게 절약할 수 있다. 대단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며 '51번째 주!!!'라는 표현으로 마무리했다.
이는 단순한 즉흥적 발언이 아닌 치밀한 계산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캐나다는 지난해 미국과의 무역에서 680억달러 이상의 흑자를 기록했다. 미국의 수출입 규모로는 6위에 해당하는 주요 교역국이다. 특히 캐나다는 석유와 철강 등 원자재의 75%를 미국에 수출하고 있으며, 56% 이상의 수입품을 미국에서 들여오는 등 미국 경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미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당선 직후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이는 그의 집권 1기 시절인 2018년 철강 관세를 둘러싼 무역 분쟁의 재현을 암시한다. 당시 양국 관계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마스크와 백신 수출을 둘러싼 갈등으로까지 번졌으며, 트뤼도 총리는 보복 관세로 맞대응하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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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트럼프는 최근 트뤼도 총리를 '주지사'로 격하하여 지칭하는 등 노골적인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캐나다 총리가 미국 대통령과 동급의 국가 원수임에도 불구하고 의도적으로 격을 낮춘 것으로, 외교적 결례를 넘어선 심각한 도발로 해석된다.
현재 캐나다는 내부적으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트뤼도 정부는 내년 1월27일 의회 불신임안 통과 가능성에 직면해 있으며, 경제 상황도 악화일로다. 코로나19 시기 연평균 8-9%까지 치솟았던 물가상승률은 현재 1.6%대로 급락했고, 경제성장률은 0.6% 내외에 그치고 있다.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시행한 이민 장벽 완화 정책은 오히려 주택가격 급등을 초래하며 내부 민심 이반을 가속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이러한 발언이 소위 '미치광이 전략'의 일환이라고 분석한다.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강한 모습을 보이는 이 전략은 특히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상대를 겨냥한다는 특징이 있다. CNN은 "동맹국 국내 정치에 개입하려는 트럼프 당선인의 의지는 한국, 프랑스, 독일 같이 정치적 혼란과 내부 분열로 인해 반격하기 힘든 국가 정부들의 경고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과 캐나다의 관계는 역사적으로 복잡한 양상을 보여왔다. 1차세계대전 이전까지 양국은 영국 식민지 시절의 갈등으로 인해 원만하지 않은 관계였다. 1812년부터 1815년까지 이어진 미영전쟁 당시에는 영국군이 워싱턴 DC를 폭격하여 백악관이 불타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현재의 백악관이 흰색 건물이 된 것도 이때 불에 그을린 흔적을 가리기 위해서였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그러나 1, 2차 세계대전을 겨치며 양국은 혈맹 관계로 발전했다. 특히 냉전 시기에 들어서며 영국의 영향력이 약화되자 캐나다는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외교 노선을 전환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이전까지 양국은 모범적인 이웃 관계를 유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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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우려되는 점은 이러한 트럼프의 접근이 미국의 세계적 리더십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나토(NATO)와 같은 전통적인 동맹체제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재래식 전력을 상당히 소진한 상황에서, 미국은 유럽 방면의 안보 중요성이 낮아졌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향후 국제질서가 19세기와 같은 무한 군비경쟁 시대로 회귀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이스라엘-하마스 분쟁과 같은 국지전이 더 큰 전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각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될 수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중재자 역할 부재는 심각한 문제로 대두될 수 있다.
트럼프의 고립주의 정책은 미국의 대외 무역수지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국, 멕시코, 독일, 캐나다, 한국 등 미국과의 교역에서 큰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국가들이 우선적인 타겟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들 국가 중 정치적 혼란을 겪고 있는 국가들은 미국의 요구에 더욱 취약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동북아시아 지역의 안보 환경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한반도는 세계의 '화약고' 중 하나로 꼽히는 만큼, 미국의 역할 축소는 역내 안보 불안정성을 더욱 가중시킬 수 있다. 새로운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국들의 군사적 어려움에 대해 무관심한 태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며,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트럼프의 캐나다 발언은 단순한 도발을 넘어, 앞으로 전개될 미국의 고립주의적 대외정책과 자국 우선주의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이는 동맹국들에게 자체 국방력 강화와 새로운 안보 전략 수립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정치적 불안정성을 겪고 있는 국가들은 이러한 변화에 더욱 취약할 수 있어, 국내 정치 안정화와 함께 새로운 국제질서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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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송윤정 PD singasong@asiae.co.kr
박수민 PD soo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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