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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5 (수)

첫 골 넣자 관중들 일제히 '나치 경례'…축구선수 누군가 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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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독재자 무솔리니 손자 데뷔 골

"편견 알고 있어…실력으로 인정 받을 것"

이탈리아 한 프로축구 경기 도중 관중들이 일제히 일어나 일명 '파시스트 경례'를 하는 모습이 포착돼 논란이 불거졌다. 문제의 장면은 올해 프로축구에 데뷔한 신예 선수의 1호 골 직후 벌어졌다.

이 선수의 이름은 로마노 플로리아니 무솔리니. 한때 아돌프 히틀러 독일 총통과 손잡고 유럽을 전쟁의 겁화에 몰아넣었던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의 외증손자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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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노 플로리아니 무솔리니의 프로 데뷔 첫골 세리머니.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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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프로축구 리그 세리에 B팀인 'SS 유베 스타비아' 소속 로마노 플로리아니 무솔리니는 이날 체세나 FC와의 경기에서 리그 첫 골을 기록했다. 그의 득점 덕분에 팀은 1대 0으로 체세나를 꺾었다. 로마노는 지난해 7월 'SS 라치오'에서 데뷔한 뒤 현재는 임대 이적해 리그 첫 시즌을 보내고 있다.

그의 공로에 대한 현지 팬들의 반응은 열광적이었다. 아나운서가 "로마노가 득점했다"고 소리치자마자, 관중들은 "무솔리니"를 연호하며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나 이들 중 일부는 '파시스트 경례'를 하며 로마노의 득점을 기렸다. 한쪽 팔을 대각선 방향으로 높이 쳐든 채 손바닥을 아래로 향한 포즈로, 무솔리니 치하의 이탈리아에서 독재자를 기리기 위해 자주 쓰이던 경례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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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노의 첫 골에 일제히 일어나 나치 경례를 선보이는 관중들. 엑스(X) 캡처


로마노는 무솔리니의 손녀이자, 현직 정치인인 알레산드라 무솔리니의 아들이다. 무솔리니와의 관계는 외증손자가 된다. 그의 모친인 알레산드라는 이탈리아의 극우 정당인 '포르자이탈리아' 소속 상원의원 및 유럽의회 의원을 지낸 바 있다.

로마노는 자신에게 여지없이 따라붙는 '무솔리니' 꼬리표에 개의치 않고 오직 실력만으로 프로 무대에 서고 싶다는 의향을 밝힌 바 있다. 그는 한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편견은 언제나 존재할 것"이라면서도 "축구와는 상관없다. 내 이름 때문에 나의 축구 경력이 영향을 받는다면 매우 실망스러울 거다. 중요한 건 내가 그라운드에서 무엇을 하는가에 있다"고 피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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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 20년 넘게 이탈리아 왕국에서 독재를 펼쳤으나, 사후 시신이 광장에 매달려 조롱 당하는 등 끔찍한 말로를 보냈다. 연합뉴스


한편 무솔리니는 '국가 파시스트당'의 당수이자 1922년부터 1943년까지 이탈리아 왕국의 권좌를 장악했던 독재자다. 당시 이탈리아에서 그의 칭호는 '두체(duce·지도자)'였다. 파시스트당의 상징이었던 황금 도끼와 함께 특유의 '파시스트식 경례'는 무솔리니 치하 이탈리아의 상징으로 남아 현재까지 논란의 이미지로 받아들여진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3년 이탈리아가 연합군에 항복한 뒤, 무솔리니의 독재도 끝났다. 실각 이후 그는 체포돼 구금됐으나, 동맹이었던 나치에 구출돼 독일로 넘어가 망명정부를 세웠다. 그러나 1945년 나치도 연합군에 무너지자 공산주의 계열 파르티잔에 체포돼 총살됐다. 그의 시신은 이탈리아 밀라노의 광장에 거꾸로 매달리고, 시민들에게 조롱당하는 등 갖은 수모를 당했다고 한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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