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워싱턴포스트 “그린란드 최대 1조7000억 달러 가치”
희토류 금속ㆍ원유 매장량 풍부…온난화로 막대한 개발 가능
파나마엔 이미 넘긴 운하 운영권, “되찾겠다” 천명
캐나다엔 “관세 싫으면, 51번째 주 되든지”
NYT “아메리카 퍼스트는 고립주의 아닌, 최강 군사력을 바탕으로 한 과거 팽창주의 연상케 해”
트럼프는 같은 날 현재 파나마 정부가 100% 통제ㆍ운영하는 파나마 운하에 대해서도 “운하 운영권을 도로 가져와야 한다”며 “운하가 나쁜 자들의 수중(the wrong hands)에 들어가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나쁜 자들’은 중국을 뜻한다. 중국은 현재 남미 국가들과의 무역에서 미국을 제치고 현재 1위이며,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파나마 운하를 가장 많이 사용한다.
‘침공’이 아니고선, 미국이 파나마 운하의 운영권을 확보할 방법은 없다. 그러나 트럼프는 11월 27일에도 멕시코의 마약 카르텔에 대해 “미 해군을 동원해 바다를 봉쇄하고, 특수부대를 보내 카르텔 두목들을 잡아 들이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와 관련, 23일 뉴욕타임스는 트럼프의 영토 확장 욕심은 “자신의 협상 전략을 지원할 수 있는 전세계 최대 군사력을 갑자기 손에 쥔 부동산 개발업자의 본능을 반영한다”며, 트럼프의 ‘아메리카 퍼스트’ 철학은 고립주의 정책이 아니라 과거 미국의 팽창주의ㆍ식민주의 정책을 연상케 한다고 분석했다. 즉, 1898년 스페인ㆍ미국 전쟁에서 이기고 필리핀을 식민지로 얻은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 분위기에 가깝다는 것이다. 미국은 필리핀과 괌, 푸에르토리코를 넘겨 받고, 스페인에 모두 2000만 달러를 지불했다.
이와는 결이 다르지만, 트럼프는 집권 시 25% 수입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계획에 항의하는 쥐스탱 트뤼도 총리와 11월 말 만난 자리에서는 “(관세를 피하려면) 캐나다가 미국의 51번째 주(州)가 되면 된다”며, 트뤼도를 ‘주지사(Governor)’라고 부르며 조롱하기도 했다.
◇그린란드: 얼음 녹으면서, 북극권 항해 안보의 전략적 가치 커져
트럼프의 그린란드 욕심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19년 8월에도 최측근들에게 구입 방안을 알아보라고 지시했지만, 그린란드를 자치령으로 두고 있는 덴마크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린란드의 크기는 한반도 면적의 10배에 가까운 217만 ㎢로, 세계에서 가장 큰 섬이다. 인구는 약 5만 6000명으로, 눈과 얼음에 덮이지 않은 전체 면적의 20% 지역에 산다. 덴마크가 18세기 초부터 지배했으며, 2009년 그린란드 자치 정부가 출범했지만 외교ㆍ국방ㆍ안보는 여전히 덴마크가 대표한다.
그린란드의 비두피크 미 우주군 기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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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금도 그린란드 서쪽 배핀 만(灣)에, 미 우주군 산하의 비두피크(Pituffik) 우주 기지를 두고 있다. 우주 감시와 미사일 방어가 주(主)목적이다. 이 기지는 냉전 초기에 설립되고, 과거엔 툴리(Thule) 미 공군기지로 불렸다.
그린란드에는 원유와, 네오디뮴ㆍ디스프로슘과 같은 희토류 금속 매장량이 풍부하다. 중국과 러시아엔 이 두 종류의 희토류 원소가 풍부하게 매장돼 있다.
◇굳이 그린란드의 가격을 매긴다면
사실 미국이 그린란드에 눈독을 들인 것은 트럼프가 처음은 아니다. 1860년대 앤드루 존슨 대통령(17대ㆍ1865~1869년 재임)도 그린란드의 자연자원이 전략적 투자 가치가 있다는 보고서를 냈지만, 주목을 받지 못했다. 또 해리 S 트루먼 행정부(33, 34대ㆍ1945~1953년)도 덴마크에 금으로 1억 달러에 사겠다고 제안한 적이 있다. 이는 지금 가격으로 환산하면 14억 달러(약 2조3282억 원)에 해당한다.
그러나 트럼프는 “세상의 모든 것에는 가격이 있다(Everything has a price)”는 입장이다. 그가 2011년 TV 방송인으로서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호기심(Curiosity): 미국의 가격’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때에는 미국의 가치를 58조 달러로 추정하기도 했다. 여기엔 인체의 가격을 제외하고, 도로(2조8000억 달러)ㆍ철로 체계(3630억 달러)ㆍ자연자원ㆍ부동산ㆍ인프라 등이 포함돼 있었다. 트럼프는 인간의 신체는 2300만 달러로 매겼다.
그렇다면, 오늘날 그린란드의 가격을 따진다면 얼마가 될까. 2019년 트럼프가 그린란드 구입 의사를 밝혔을 때, 워싱턴포스트가 추정한 가격대는 무엇을 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 2억 달러에서 1조7000억 달러까지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미국이 1867년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를 사들일 때 지불한 돈은 720만 달러. 이는 2019년 기준으로 1억3000만 달러였다. 그린란드는 알래스카의 1.5배이므로, 단순히 계산하면 약 2억 달러라는 가격이 나온다.
그러나 지속적인 지구 온난화로 동토(凍土) 밑에 있는 자원이 앞으로 계속 발굴될 그린란드의 잠재적 가치는 막대하다. 따라서 설립 초기 이익 창출도 없이 주식 가격이 폭등해 주가수익비율(P/E Ratio)이 847까지 뛰었던 아마존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그린란드의 가치는 1조 7000억 달러까지 뛰어오른다. 올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는 29조 1677억 달러(추정)다.
◇”운하 운영권을 되찾겠다”는 파나마 운하
파나마 운하는 얘기가 다르다. 트럼프는 22일 애리조나 주 피닉스의 한 컨퍼런스에서 “운하 사용료가 터무니없이 비싸다. 다른 곳에서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파나마 운하에서도 호구 취급을 당한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바가지 씌우는 것을 즉각 중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운하 운영권을 되찾고, 나쁜 자들의 손에 들어가지 않게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으로의) 운영권 인양은 파나마가 결정할 일이지, 중국이나 다른 나라가 관여할 것이 아니다. 중국은 어찌 되는지 보면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이 운하에 대한 통제ㆍ운영권은 없지만, 홍콩 소재의 한 기업이 파나마 운하 인근의 두 항구를 운영하고 있다.
길이 82㎞인 파나마 운하는 매년 1만4000척의 선박이 지나간다. 전세계 무역량의 4%를 차지한다. 운하 사용은 미국 선박이 가장 많고, 다음은 남미를 오가는 중국 선박들이다.
1914년 미국이 건설했지만, 1977년 지미 카터 행정부 때 미국과 파나마는 인양 조약을 맺었고, 파나마 정부는 2000년에 파나마 운항에 완전한 통제권을 획득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미국이 이때도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공짜로 넘겼다’고 생각한다. 다른 나라가 미국을 이용해 먹은 좋은 예(例)라는 것이다.
파나마 정부가 "운하 운영권은 절대로 인양 못한다"고 반박하자, 트럼프가 올린 합성 사진. 미국 국기가 걸린 이 수로 사진에, 트럼프는 '미국 운하에 온 것을 환영한다"고 썼다. /트루스 소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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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은 즉각 반발했다. 그는 “파나마 운하와 인근 지역(Canal Zone)은 마지막 1㎡까지 파나마 소유이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주권과 독립은 협상 대상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트루스 소셜에 다시 “두고 보면 알 것(We’ll see about that)”이라고 응수했고, 수로(水路) 이미지와 미국 국기를 합성한 사진을 붙이며 “미국 운하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띄웠다.
파나마 정부가 반대하는 한, 1989년 파나마의 독재자 마누엘 노리에가 정권을 전복시켰던 것과 같은 침공을 하지 않고서는, 미국이 이 운하의 통제 또는 운영권을 다시 가져올 방법은 없다.
◇오, 캐나다!
11월 29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부리나케 미국 플로리다 주의 마러라고 트럼프 리조트로 찾아갔다. 11월 25일 트럼프가 취임하면 캐나다와 멕시코산 수입 제품에 대해서도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하자, 이를 ‘진화(鎭火)’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29일 만찬에서 트뤼도 총리의 항의를 받은 트럼프는 “그게 싫으면,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면 된다”고 했다. 이후 이 발언 내용을 소셜미디어에 공개하면서 트뤼도를 ‘주지사’(Governor)’라고 칭했다.
캐나다 총리를 '주지사'로 부르며 "25% 관세가 싫으면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든지"라고 농담했던 트럼프가 12월11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에 올린 AI 생성 사진. 캐나다 국기를 옆에 세우고, 산 정상에서 산봉우리들을 보고 있다. 그림의 제목은 '오, 캐나다!'/트루스 소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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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12월 11일에는 캐나다 국기를 옆에 꽂고 거대한 산맥을 내려다 보는 자신의 모습을 AI(인공지능)이 합성한 그림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제목은 ‘오, 캐나다!’ 였다.
[이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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