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부장 아버지가 5회 걸쳐 답안 유출
먼저 기소된 부친은 징역 3년 만기 출소

서울 서초구 숙명여고.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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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무부장이었던 아버지로부터 중간·기말고사 답안을 받아 시험을 치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쌍둥이 자매에게 유죄가 확정됐다. 중상위권대 성적의 자매가 '강남 8학군'에서 단기간에 전교 1등을 차지하면서 알려지게 된 성적 조작 사건은 기소 5년 만에 마무리됐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현모(23)씨 자매에게 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24일 확정했다. 숙명여고 재학생이던 쌍둥이 자매는 2017년 1학년 1학기 기말고사부터 이듬해 2학년 1학기 기말고사까지 총 5회에 걸쳐 교내 정기고사 답안을 아버지로부터 제공받아 점수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됐다. 부친 현씨는 1996년 해당 고교에 임용돼 2016년부터 교무부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교무부장 현씨는 시험 시행 전 출제 원안과 답안지 등을 사전 검토한 뒤 결재하는 자신의 역할을 악용해 두 딸에게 정답을 미리 알려준 것으로 파악됐다. 아버지의 도움으로 답안을 미리 외워갈 수 있었던 쌍둥이 자매는 여러 과목에서 문제지를 받자마자 한편에 정답을 적어둔 채 시험을 치렀다.

현씨 가족의 입시비리는 자매 성적이 급등한 것을 수상하게 여긴 주변 학부모들의 청원으로 드러났다. 교육열이 특히 강한 강남 8학군 특성상 성적 변동이 흔치 않은데도, 자매의 종합석차는 1학년 1학기 각각 전교 59등, 121등에서 2학년 1학기 각각 문·이과계열 전교 1등으로 급상승했다.

두 딸에 앞서 재판에 넘겨진 현씨는 "딸들이 열심히 노력해 성적이 오른 것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쌍둥이 자매도 '실력으로 1등을 한 것인데 아버지가 같은 학교 교무부장이란 이유로 다른 학부모와 학생들의 시기 어린 모함을 받는다고 생각하느냐'는 검찰 질문에 "맞다"고 증언했다.

법원은 그러나 아버지 현씨의 시험지 유출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고, 2020년 3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이 확정됐다. 쌍둥이 자매의 1심 재판부는 부친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들을 종합해, 두 딸에게 각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240시간의 사회봉사도 명령했다.

항소심에선 자매간 공모 사실이 무죄로 인정되면서 형이 다소 가벼워졌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아버지가 건네준 답안을 이용해 각자 자신을 위해 시험에 응시했고, 공통으로 시험을 치르지 않은 과목도 있다"며 "두 딸은 아버지를 통해 서로의 범행을 알게 됐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수사기관의 위법한 압수수색에 의해 휴대폰이 제출됐다는 자매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대법원은 "아버지가 친권자 지위에서 영장을 제시받았더라도, 경찰이 피압수자인 피고인들에게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아 적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문제가 된 휴대폰을 제외하고서라도,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나머지 증거들만으로 쌍둥이 자매를 유죄로 인정하기에 충분하다고 결론 내렸다. 사건 발생부터 판결 확정까지 7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아버지 현씨는 수감생활을 마치고 출소했다.

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