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의 명동'도 옛말…크리스마스 기분은커녕 썰렁함만
트리·캐럴 없는 성탄절 이브…분위기 깨는 정치 현수막도
[청주=뉴시스] 연현철 기자 =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오전 충북 청주시 상당구 북문로1가 성안길에서 자선냄비 구세군의 거리 모금 활동이 한창이다. 2024.12.24. yeon0829@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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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뉴시스] 연현철 기자 = "크리스마스에는 마냥 기쁘고 들떠야 하는데 그런 기분이 들겠냐고요. 지나는 사람들을 한 번 보세요. 웃는 얼굴이 없다니까요."
24일 오전 청주 성안길(충북 청주시 상당구 북문로1가)은 다소 고요하다. 성탄절을 하루 앞뒀음에도 평소와 비슷한 모습이 오히려 낯설게 여겨진다.
매년 이맘때면 거리 한복판을 독차지했던 대형 트리도 없다. 그나마 거리 곳곳에 꾸며진 눈 모양 조명들과 흐릿하게 들리는 캐럴풍 음악이 연말을 눈치채게 할 정도다.
알록달록한 색으로 꾸며진 '메리 크리스마스(Merry Christmas)', '연말 세일' 팻말과 포스터도 성탄절 분위기를 내기엔 역부족이다. 가뜩이나 썰렁한 거리에 여기저기 내걸린 탄핵정국 정치 관련 현수막은 삭막한 기운을 내뿜는다.
꽁꽁 얼어붙은 거리를 녹이는 구세군 종소리가 반갑다. 맑고 청아한 구세군 종소리가 올해에는 유난히 구슬프다.
46년간 구세군 활동을 이어온 신동익(70)씨의 어두운 표정이 모든 걸 설명하고 있다. 구세군 거리 모금 수익은 해를 거듭할수록 줄다가 코로나19 시기 크게 주춤하더니 올해 탄핵 정국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이 자리가 청주 거리 모금 자리 중 제일 수익이 좋았던 곳이었어요. 시외버스터미널보다 여기가 제일이었어요. 10년 전만 해도 여기에 사람이 얼마나 많았다고…. 근데 지금은 사람이 너무 없어요. 내년에는 장소를 옮겨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청주=뉴시스] 연현철 기자 =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오전 충북 청주시 상당구 북문로1가 성안길에는 찾는 시민들이 줄어 다소 한산한 분위기다. 2024.12.24. yeon0829@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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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 분위기를 만끽하기 위해 거리에 나온 시민들의 얼굴은 실망감보다 당혹감을 나타냈다.
내년 3월 출산을 앞두고 남편과 거리 데이트에 나왔다는 류재이(28·여)씨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역력했다.
"대학 시절 남편과 데이트했던 기분을 다시 느껴보려고 왔거든요. 내일이면 크리스마스인데 거리에 트리도 없잖아요. 날도 추운데 홈파티나 할 걸 그랬나 봐요."
지인 선물을 위해 외출했다는 김경순(29·여)씨에게도 이날 성안길의 모습은 낯설기만 하다.
"확실히 성탄절 분위기는 없는 것 같아요. 20~30대가 많이 와야 할 텐데 트리도 치우고 캐럴도 안 틀면 누가 여길 오겠어요."
[청주=뉴시스] 연현철 기자 =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오전 충북 청주시 상당구 북문로1가 성안길 골목은 사람들의 발길이 없어 썰렁하다. 2024.12.24. yeon0829@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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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현실에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성탄절 특수를 기대도 안했지만 매출 실적은 예상을 뛰어넘어 처참한 수준이라고 입을 모은다.
주변 골목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강모(32)씨는 매출 전표를 보는 게 겁이 날 정도다.
"요즘이요? 그냥 평소랑 같아요. 아마 모르실 거예요. 크리스마스 시즌이 평소랑 같다는 게 얼마나 무서운 말인지…. 내일은 좀 괜찮을까요? 기대하면 안 되겠죠?"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모(66)씨의 얼굴에도 그늘이 졌다.
"예전부터 경기가 안좋기도 했고 코로나 때문에 다들 힘들었잖아요. 그런데 이젠 탄핵 때문이라고 하네요. 10년 가까이 꾸역꾸역 버텼는데 요즘엔 내가 미련한 건지 싶어요."
[청주=뉴시스] 연현철 기자 =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오전 충북 청주시 상당구 북문로1가 성안길 입구 횡단보도 앞에 탄핵정국 관련 정치 현수막이 내걸렸다. 2024.12.24. yeon0829@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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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 초까지만 해도 성안길은 '청주의 명동'으로 불렸다. 그만큼 지역 대표 상권으로 평일·주말 구분 없이 늘 사람들로 붐볐다. 해마다 성탄절을 전후해 지하상가 정류장을 지나는 버스는 항상 만원이었고 거리의 조명과 캐럴은 밤새 꺼지지 않았다.
과거와 현실의 괴리감 속에서 거리를 지키는 상인들과 이곳을 오가는 시민들.
청주 지역민 모두 성안길에 성탄절의 기적이 찾아오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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