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통해 답안지 입수 인정
대법 징역 1년·집행유예 3년
경찰 미성년자 압수수색 절차 위반 지적
지난 2022년 1월 ‘숙명여고 시험 정답 유출’ 사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쌍둥이 자매 중 한 명이 서울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2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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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시험지를 유출해 부정행위를 저질렀다는 혐의로 기소된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가 징역형 집행유예를 확정 받았다. 다만 대법원은 경찰이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미성년자 당사자가 아닌 부친을 통해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김상환)는 24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쌍둥이 자매 A씨와 B씨에 대해 징역 1년과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이 합당하다고 보고 상고기각 판결했다.
사건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쌍둥이 자매의 아버지였던 C씨는 숙명여고 교무부장으로 근무 중이었다. 검찰은 C씨가 ▷2017년 1학기 기말고사 ▷2017년 2학기 중간·기말고사 ▷2018년 1학기 중간·기말고사 과목의 답안 일부 또는 전부를 알아내 자매에게 전달했고, 자매들은 답안지를 이용해 시험을 치렀다고 판단해 기소했다. 검찰은 쌍둥이 자매와 아버지가 공모해 학교의 학업 성적관리 업무를 방해했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와 2심 재판부는 유죄로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대학입시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시험”이라며 “공정한 경쟁 기회를 박탈하고 공교육에 대한 다수 국민들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명령 240시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일부 혐의를 무죄로 판단해 감형,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쌍둥이 자매가 자신의 아버지와 공모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각자 치른 시험에 대해 ‘공범’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였다. 2심 재판부는 “정상적인 방법으로 성적을 올리기 위해 노력하던 같은 학년 학생들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했다”며 “여전히 정기고사 성적은 정당한 성적이라고 주장하며 범행을 극구 부인하며 잘못을 전혀 뉘우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대법원은 혐의에 대한 2심 재판부의 판단은 인정했지만 경찰의 수사 과정에 위법한 부분이 있다는 주장은 받아들였다. 경찰이 아버지인 C씨를 통해 당시 미성년자였던 쌍둥이 자매의 휴대전화를 압수한 것이 위법하다는 주장이다. 다만 휴대전화에서 발견된 증거 외에 다른 증거들로 유죄가 증명돼 판결 자체가 잘못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수사기관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처분을 받는 자가 의사능력이 있는 미성년자일 경우 반드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 친권자에 대한 영장 제시로 갈음할 수 없다”며 “경찰이 휴대전화를 압수할 때 피고인(자매)들에게 영장을 제시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찰이 피고인들에게 휴대전화 탐색·복제·출력 등 일련의 과정에 참여할 기회를 보장하지 않았다”며 “압수·수색 절차가 위법해 휴대전화의 전자정보나 이에 기초해 수집한 증거들은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미성년자가 의사능력이 있는 한 압수·수색 영장제시 및 참여권이 보장돼야 하고 친권자에 대한 영장 제시나 참여권 보장으로 대신할 수 없다는 점을 최초로 판시했다”고 이번 재판의 의미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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