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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8 (토)

[오경아의 행복한 가드닝] 갈대의 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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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오경아 정원 디자이너·오가든스 대표


정원용 식물로 ‘갈대’가 등장한 역사는 짧다. 1950년대 독일의 원예가 칼 푀스터(karl foerster)는 황금색 이삭이 유난히 예쁘고, 늘어지지 않고 똑바로 잘 서주는 ‘칼 푀스터종’을 만들어낸다. 이 갈대는 정원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식물로 평가받는다.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식물도 아닌 외떡잎식물, 전 세계에서 거의 잡초로 취급받던 갈대가 정원의 핵심 식물로 등장했기 때문이었다. 이 식물을 중시하는 자연주의 화단 디자인은 독일과 덴마크의 가든 디자이너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다. 1964년 덴마크를 거쳐 미국으로도 이 화단이 소개된 이후 시카고를 중심으로 시카고식 자연주의 식물디자인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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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주의 식물디자인은 일년생보다는 다년생 위주로, 색상이 지나치게 화려하거나 인위적인 재배종보다는 자생종을, 하나의 종을 압도적으로 쓰기보다는 여러 종을 혼합하는 방식의 식물디자인을 말한다. 인위적으로 알록달록한 식물 조합이 아니라 자연 스스로 만든 초원의 군락지처럼 보이는 화단 조성 기법인 셈이다.

지금 이 유행은 우리나라에도 불고 있다. 유럽의 유명 식물디자이너가 연출한 화단을 선보이는 일이 많아졌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자연주의 식물디자인의 핵심은 지역의 자생식물로부터 시작된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칼 푀스터 갈대가 중심이 된 유럽의 자연주의 식물 디자인과 미국의 시카고를 중심으로 재탄생한 초원 식물 디자인은 그 수종이 크게 다를 수밖에 없다. 각각의 자생식물로부터 출발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항상 답은 우리 스스로에게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우리 산과 들에 피어난 식물에 대한 관심이 먼저여야하고, 이를 정원식물로 만들어낼 수 있는 힘을 길러야 우리의 자연주의 식물 화단 연출도 가능하다.

오경아 정원디자이너·오가든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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