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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5 (수)

‘칩워’ 확전… 美, 中 반도체에 ‘수퍼 301조’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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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용 반도체까지 규제 강화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경쟁이 첨단 반도체에서 레거시(범용) 반도체로 확산되고 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23일 “중국의 반도체 지배를 위한 행위와 정책, 관행에 대한 조사를 개시한다”며 “우선 중국의 범용 반도체 제조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했다. 특히 미국은 이번 조사에 통상법 301조를 적용하기로 했다. ‘수퍼 301조’라고도 불리는 이 조항은 상대국의 불공정 무역 행위에 대해 보복 관세 등으로 제재하는 것으로, 미국 통상 정책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 중 하나로 꼽힌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미국의 대중 제재는 첨단 반도체 분야에서 기술·제품 수출과 투자를 통제하는 수준이었다”며 “이번엔 제재 분야를 범용 반도체까지 확대하고, 제재 수단으로 보복 관세까지 빼들었다”고 했다. 미 정부의 발표에 중국은 “미국이야말로 반도체법(칩스법)으로 자국 반도체 산업에 거액의 보조금을 제공하고 있다”며 강력 반발했다.

조선일보

그래픽=양인성


◇미, 중 범용칩 겨냥 관세 칼 빼들어

미 USTR은 이번 조치에 나선 이유에 대해 “중국은 시장 점유율 목표를 설정한 뒤 불공정하고 비시장적 수단을 동원했다”고 밝혔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막대한 정부 보조금을 받아 덤핑 수준의 낮은 가격에 반도체를 판매하면서 글로벌 시장을 잠식하고, 반도체 공급망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가전제품 등에 쓰이는 시스템반도체나 PC용 D램 등 각종 레거시 반도체 시장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최근 급격히 늘고 있다. 시장 조사 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중국의 레거시 반도체 점유율은 2023년 31%에서 2027년 39%로 주요국 중 유일하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제재의 수단도 강화했다. 그동안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는 대부분 국가 안보 위협에 초점을 맞춰 이뤄졌다. 이번에 통상법 301조로 보다 직접적으로 타격을 줄 수 있는 ‘보복 관세’ 카드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중국산 범용 반도체는 아직까진 대부분 중국 내수용에 그치고 있지만, 최근 들어 가파르게 성장하기 시작했다”며 “미국 입장에선 더 늦기 전에 관세 등 여러 조치를 통해 견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중 “미국은 자기모순” 강력 반발

조사에 수개월이 걸리는 만큼, 미국의 최종 제재는 차기 트럼프 정부에서 결정된다. 이번 조치가 단기적으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는 않을 전망이다. 범용 반도체는 국내 기업들이 거의 생산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미·중 갈등이 격화하면서 원자재 등으로 불똥이 튀면, 글로벌 공급망 자체가 불안정해질 가능성은 높다”고 했다.

USTR 조치에 중국은 즉각 반발하며 보복 조치 가능성을 시사했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담화문에서 “미국은 거액의 보조금을 주고 미국 기업이 세계 반도체 시장의 절반 가까이 점유하고 있다”며 “중국의 위협을 과장하는 것은 명백한 자기모순”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실제 보복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은 낮다는 시각도 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통상법 301조는 불공정 행위가 드러나야 한다”며 “미국이 중국산을 쓰고 있어야 증거를 잡을 수 있는데, 중국은 현재 미국은 물론 한국에도 범용 반도체를 거의 판매하지 않는다”고 했다. 실제 트럼프 1기 정부는 2018년 통상법 301조를 근거로 반도체 등 중국산 818개 품목에 대해 5% 관세를 부과했으나 시장에 큰 영향은 없었다. 이 때문에 이번 조치도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협상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통상법 301조

미국의 이익에 반하는 불공정 무역 관행 국가에 대해 미국 대통령이 관세 등 각종 무역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한 법 조항. 보통 상대국의 정부 보조금이나 수입 쿼터(할당량) 등을 대상으로 한다. 1974년 제정됐지만 자유무역주의 기조로 한동안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러다 1985년 일본 반도체 기업이 급성장하자 미국은 이 조항을 내세워 압박했다.

[윤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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