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참여 큰 역할…경찰 '안전사고' 예방에 무게
트랙터, 집시법 금지 기구로 보기 어려워…조치 빨랐어야 지적도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의 트랙터들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남태령에서 윤석열 대통령 구속을 촉구하는 집회 후 대통령 한남관저로 향하고 있다. 2024.12.22/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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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트랙터를 몰고 상경한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과 경찰과의 대치가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 때처럼 대규모 충돌로 이어지지 않은 것은 시민 참여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규모 인파가 몰리자, 안전사고를 우려한 경찰이 강제 조치 대신 트랙터 제한 운영을 전제로 전농 측과 합의하면서 밤샘 대치가 마무리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2016년 때와 달리 전농 측에서 행진로 전체에 집회 신고를 낸 것도 충돌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됐다.
다만 장시간 대치 과정에서 부상자가 발생하는 등 경찰의 차단 조치가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시민 수천 명 모여들면서 안전사고 우려↑…강제해산 조치 '위험' 판단
25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전농 소속 '전봉준 투쟁단'은 트랙터 30여대와 화물차 50여대 등을 몰고 지난 16일부터 전남, 경남 등 각지에서 서울로 향했다. 이들은 세종시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양곡관리법 거부권 행사 규탄 집회를 마친 후 21일 정오쯤 서울 서초구 남태령고개에 도착했지만 경찰의 버스 차 벽에 가로막혔다.
28시간가량 이어진 전농과 경찰 측 밤샘 대치는 전농 측과 경찰이 트랙터 10여 대만 한강진역으로 이동시키기로 합의하면서 마무리됐다. 22일 오후 4시40분쯤 경찰차 벽이 해제된 후 서울로 진입한 트랙터 13대는 오후 6시쯤 관저 앞을 행진 후 시위를 마무리했다.
농민들의 트랙터 상경 시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트랙터는 농민들에겐 '소'와 같은 의미로, 한미 FTA나 양곡관리법 등 주요 현안이 있을 때마다 시위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 윤석열 대통령 탄핵뿐만 아니라 2016년 10월, 11월 박근혜 대통령 퇴진 시위 때도 농민들이 전국에서 트랙터를 몰거나 이를 차량에 싣고 서울 시내 진입을 시도한 적이 있다.
당시 이들의 진입은 집회에 트랙터 등 중장비 동원을 금지한 법원 판단에 따라 경찰이 강제 해산 조치를 시행하면서 모두 무산됐다. 충돌이 벌어지며 머리 등에 상처를 입은 농민들이 연행되고 차량이 견인 조치 되기도 했다.
2016년 11월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는 서울 종로경찰서장이 트랙터 등을 이용한 옥외 집회 및 행진을 금지한 조치와 관련, 전농 측이 낸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 결정한 바 있다. 법원은 전농 측이 행진, 집회에 참여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방송용 차량 1대를 제외한 화물차나 트랙터를 동원하는 것은 사실상 금지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전농 측은 2016년과 같은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이번엔 행진로 전체에 집회 신고를 냈다. 행진로는 전국 각지에서 세종시, 경기도 등을 거쳐 광화문 광장, 한남동 관저까지 이어졌다. 하원오 전농 의장은 "(서울과 경기도 관할이 갈리는)남태령 고개에 이르기 전까진 경찰 인솔로 통행이 원활하게 이뤄졌으며, 신호 및 통행 안내도 받았다"고 덧붙였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봉준 투쟁단 농민들과 시민들이 22일 서울 남태령 고개 인근에서 윤석열 대통령 체포와 구속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2024.12.22/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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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터, 집시법 금지한 '위협적인 기구' 아냐…행진 권리 보장해야
하지만 교통 혼잡이 예상된다는 이유로 행진 도중인 20일 경찰이 전농 측에 '제한 통고'를 내리고, 21일 서울에 진입한 트랙터를 차벽으로 막아서며 대치가 시작됐다. 이같은 사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생중계되자 현장엔 많은 시민들(22일 오후 3시 기준 주최 측 추산 3만 명, 경찰 추산 4000명)이 모였다.
추운 날씨에 많은 시민들이 도로에서 밤을 새우자, 저체온증 등 안전사고 위험을 우려한 경찰은 도심 교통 혼잡을 최소화하는 수준으로 진입 트랙터 수를 제한하기로 전농 측과 협의에 나섰다. 또한 교통 경찰관을 동행하는 조건으로 트랙터의 시내 진입을 허용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2016년과 달리 이번엔 매우 많은 시민이 트랙터와 함께 대기하고 있었고, 농민단체는 오히려 소수에 불과했다"며 "이 상황에서 현장 검거, 해산 등 강제 조치를 할 경우 안전사고가 우려돼 주최 측과 협의한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일각에선 안전사고가 우려될 정도로 대치가 장기화한 것과 관련, 처음부터 경찰이 행진할 권리를 보장하는 쪽으로 경찰력을 작동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는 2016년 트랙터가 실린 화물차량 견인 등을 견인한 경찰 조치에 대해 트랙터와 화물차량 등은 집시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위협적인 기구로 볼 수 없으며, 사전 차단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사회적 위험이 현저하다는 합리적 근거가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인 오민애 변호사는 "집시법이 원칙적으로는 신고제인 만큼 금지 요건을 좀 더 엄격하게 해석하고 권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경찰력이 작용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kimye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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