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장진리 기자] 여기, 지금 자신이 어떤 드라마를 보는지 차마 자랑할 수 없었던 시청자들이 있었다. 처음에는 오글거렸고, 나중에는 ‘아는 맛’에 중독됐다. 안방 시청자들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MBC 금토드라마 ‘지금 거신 전화는’(극본 김지운, 연출 박상우 위득규)의 이야기다.

‘본방사수’를 절대로 놓칠 수 없었던 ‘어둠의 시청차단’이 모인 드라마는 첫 회 시청률 5%에서 방송 8회 만에 7%로 오르며 두 자릿수 시청률도 넘보고 있다.

숫자로 확인할 수 있는 시청률보다 더 뜨거운 것은 화제성이다. 넷플릭스, 웨이브 등 OTT를 통해 시청하는 시청자층이 두터운 덕에 시청률보다 체감 화제성이 더욱 독보적이다. 지금 이 드라마를

굿데이터코퍼레이션 공식 플랫폼 펀덱스에서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지금 거신 전화는’은 12월 3주차 화제성 부문 TV-OTT 전체 드라마 1위를 차지했고, 주연을 맡은 배우 유연석과 채수빈은 출연자 화제성에서 1위와 3위를 차지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과시했다. 화제성을 구성하는 VON(보이스 오브 네티즌) 부문에서도 1위에 오르며 화제성 지수를 올킬했다.

‘지금 거신 전화는’은 인기 웹소설을 원작으로, 협박전화로 시작된 정략결혼 3년 차 쇼윈도 부부의 시크릿 로맨스릴러를 그린 드라마다.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탓에 ‘지금 거신 전화는’은 스토리도, 캐릭터도 선을 넘는 극성을 가지고 있다.

언제 어느때건 냉철함을 잃지 않는 스타 아나운서 출신 대통령실 대변인과 남매의 교통사고 후 강요된 함묵증으로 말을 잃은 수어 통역사라는 인물 설정과 ‘선 결혼, 후 로맨스’에 빠지는 쇼윈도 부부의 스토리는 10대 청소년 시절 이불 덮고 침대를 팡팡 때리고 얼굴까지 붉히며 보던 ‘할리퀸 로맨스’와 꼭 닮았다.

드라마화된 ‘지금 거신 전화는’은 원작의 자극적이고 흥미로운 설정은 살리면서도 지상우(허남준) 등 새로운 인물과 보육원 실종 사건 등 추가 사건을 잘 버무려 가장 효과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드라마판의 각색은 원작이 가진 아쉬운 틈을 잘 메우고 현실감까지 더하면서 숨 막히고 기막히게 설레는 ‘로맨스릴러’의 참맛을 구현했다.

백사언을 연기하는 유연석은 이른바 ‘광공 남주’라는 설명으로 정리할 수 있는 인물에 숨을 불어 넣었다. 유연석은 ‘건축학개론’, ‘늑대소년’, ‘수리남’ 등으로 대표되는 비열한 악역과 ‘응답하라 1994’, ‘낭만닥터 김사부’, ‘슬기로운 의사생활’ 등에서 보여준 따뜻하고 올곧은 선역의 얼굴을 모두 가지고 있다.

마치 ‘지킬앤하이드’처럼 하나의 얼굴로 두 자아를 넘나들며 배우로서 확장성을 가져온 유연석의 강점은 ‘지금 거신 전화는’ 백사언에 그대로 녹아들었다. 일에 있어서는 그 누구보다 차가운 이성을 가졌지만, 사랑 앞에서는 앞뒤도 물불 가리지 않는 뜨거움을 가진 사람을 누가 이보다 더 적확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홍희주는 완전히 새로운 언어’, ‘알려줘, 너를 미워할 수 있는 방법. 널 사랑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 등 자칫 오그라들다 못해 민망해질 수 있는 웹소설식 대사에 설레다 못해 가슴이 저릿해지는 건 ‘집착 광공 계략 다정 남주’ 백사언을 씹어 삼킨 유연석의 고민이 녹아 있는 연기와 캐릭터 소화력이 있기 때문이다.

‘처연 토끼 여주’가 된 채수빈의 열연도 인상적이다. 이부 언니는 귀가 멀고, 남동생은 세상을 떠난 불행한 사고 앞에 목소리를 잃어버리길 강요받은 ‘현대판 인어공주’ 홍희주가 된 채수빈은 백사언의 도움만 받던 ‘캔디형 여주’에서 백사언을 지키겠다는 다짐을 하는 ‘구원 여주’로 변신을 예고하며 남은 스토리의 전개에 대한 기대를 더하고 있다.

‘지금 거신 전화는’은 백사언의 비밀과 서로의 구원이었던 백사언, 홍희주의 로맨스 서사가 풀리면서 더 많은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불러 모으고 있다. 웹소설 안에서만 존재했고, 현실엔 없었던 백사언의 ‘미친 사랑의 여정’이 계속될수록, ‘지금 거신 전화는’의 중독성은 강해져 갈 전망이다. 시청자들에게 ‘무한 돌려보기’라는 맹독을 푼 ‘지금 거신 전화는’을 시작한 이상, 더 이상 보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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