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2024.12.25. (사진 = 뉴시스DB)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게임 중에 시비가 붙어 상대방 부모를 성적으로 비하하는 메시지를 보냈더라도 성폭력처벌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성적 만족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순 분노 표출 목적으로 보인다는 취지의 판단이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은 지난달 28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통신매체이용음란)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지난 2021년 3월 리그오브레전드 게임을 하던 중 게임 내 채팅창을 이용해 같은 게임을 하던 20대 여성 B씨에게 B씨의 어머니에 대한 성적인 비하 메시지를 여러 차례 보낸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재판에서 게임을 하다가 순간적으로 화가 나 상대방에게 모욕감을 주기 위해 해당 메시지를 보냈지만, 성적 욕망을 채우려는 목적에서 한 행동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1심은 A씨의 혐의를 인정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또한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에 3년간 취업 제한도 명령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상대방의 부모에 대한 성기 비하, 가상적 성행위 묘사, 성적 조롱, 비하 등을 통해 상대방에게 성적 수치심, 모멸감 등을 주고 그것으로 심리적 만족감을 얻고자 하는 욕망을 충족하려는 목적에서 전송한 것임이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A씨는 불복했으나 2심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이 있었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A씨가 보낸 메시지가 통신매체이용음란죄에서 정한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피고인과 피해자는 서로의 성별조차도 모르는 사이로서, 이 사건 당일 처음 인터넷 게임상에서 함께 팀을 이뤄 이 사건 게임을 하게 되었을 뿐"이라며 "피고인은 피해자와 다투는 과정에서 다소 공격적인 피해자의 메시지 내용에 화가 나서 이 사건 메시지를 한 문장씩 전송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대법원은 "피해자의 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모멸감을 주는 표현이 섞여 있기는 하다"면서도 "피고인은 피해자와의 다툼 과정에서 자신의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을 뿐, 상대방에게 성적 수치심을 줌으로써 자신의 심리적 만족을 얻고자 하는 욕망이 있었다고 쉽게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2papers@newsis.com

▶ 네이버에서 뉴시스 구독하기
▶ K-Artprice, 유명 미술작품 가격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