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저격] 트로트 서바이벌에서 진짜 장인을 보고 싶은 이유: 2 vs. 3 불꽃 대결 (글: 장은진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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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쏟아지는 콘텐츠 홍수와 나도 헷갈리는 내 취향, 뭘 골라야 할지 고민인 당신에게 권해드리는 '취향저격'.
트로트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연말을 맞아 MBN과 TV조선 두 종편 채널의 맞대결로 뜨거운 격전을 치르고 있다. 이제 트로트는 한물가지 않았나라는 의견에 반박하듯 경연 방식의 변화, 방송 컨셉의 변화를 주고 새롭게 단장한 두 프로그램은 9%와 13%대를 육박하는 시청률로 출사표를 던졌다. 밤 9시가 넘은 심야 시간대에 편성됐는데도 시청률과 화제성 수치가 높다는 점은 분명 고무적인 일이지만, 냉정하게 점검해야 할 문제들도 드러나고 있다.
<현역가왕>의 '의외성' vs. <미스터트롯>의 '확장성'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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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방송으로 먼저 기선을 잡은 MBN <현역가왕 2>는 출연자들의 인지도로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 5년 동안 여러 미디어와 매체에서 트로트 왕관을 썼던 우승자들이 총출동해 신선한 신인 발굴이 아닌 실력자들의 대결로 판을 짰다. 박구윤, 진해성, 김수찬, 환희 같은 프로들의 등장으로 화제성을 잡고 제3자인 심사위원 심사 방식 대신 경연자들이 스스로를 평가하는 자체 평가전으로 30여 명의 현역 도전자들을 선발했다.
그동안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에서 제대로 된 무대를 보여줄 기회가 없었던 중고 신인이나 역량을 펼치기 힘들었던 프로들의 대결. 현역가왕의 핵심은 '의외성'이다. 발라드 가수인 환희에게 저런 감성이 있다고? 김수찬은 목소리는 더 깊이 있어졌네?! 트로트는 여러 장르를 만나 새롭게 재해석되고 부르는 사람에 따라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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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첫 회를 방송한 <미스터트롯>3는 대학부, 직장부, 유소년부라는 소속 포지션을 통한 신인 발굴이라는 기존의 구도를 크게 깨지 않으면서 현 포맷에 현역부 X를 블라인드 테스트로 진행하는 방식을 결합해 호기심 전략을 작동시켰다. 트로트 오디션에 <히든싱어>의 통이나 <복면가왕>의 실체를 가리는 복면처럼 거대한 블라인드 베일을 설치하고 출연자의 실루엣만으로 다음 회를 계속해서 기다리게 만드는 영민한 전략을 짠 것이다. 도전자가 누구든 간에 블라인드 베일이 벗겨지기 전까지 그의 존재를 캐내기 위해 수많은 누리꾼들은 예측을 할 것이고 이런 버즈 마케팅은 입소문과 함께 퀴즈 게임 같은 역할놀이를 시청자들에게 제공한다.
우리가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을 보며 쉽게 빠져드는 이유는 로제 카이유아가 말한 놀이의 4대 요소인 경쟁(아곤), 행운(알레아), 현기증(일링크스), 모방(미미크리)이 다 들어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새로운 것에 흥미를 보이지만 너무 낯선 것에는 아예 다가설 흥미조차 생겨나지 않는다. 예능 프로그램은 낯섦과 낯익음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다. 기존의 서바이벌 포맷에서 벗어나 블라인드 평가라는 장치를 넣고 여러 방식을 융합한 <미스터트롯>의 확장성 전략은 맞대결에서 살아남기 위한 제작진의 차별화에 대한 고민을 보여준다.
거대 트로트 팬덤을 활용한 화제성 전략
트로트 시장은 이미 2020년 <미스터트롯> 출신 톱7인 영탁, 이찬원, 정동원이 배출되면서 거대 팬덤이 생성됐고 현재도 중년 팬덤의 충성도로 인해 K-팝의 한 주류로 트로트가 자리 잡게 됐으며 코어 팬덤으로 인해 음반 판매량과 공연 열기도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미스터트롯>3 제작진은 여기에 주목해 기존 심사위원들을 국민 마스터와 선배 마스터로 나누어 19명의 심사위원을 포진시켰다. 한쪽 마스터에게 올 하트를 받아도 다른 마스터의 과반을 넘지 못하면 탈락한다는 새로운 규칙도 만들었다. 이 중 선배 마스터 심사위원은 <미스터트롯>1, 2를 통해 거대 팬덤을 탄생시킨 영탁, 정동원, 박지현 등 시즌1, 2의 인기 멤버들의 출연을 성사시켜 각각의 팬덤 층의 지지와 응원까지 흡수하는 화제성 전략을 펼치고 있다. 각각의 팬덤은 자신이 응원하는 가수가 심사하는 방송 신청을 하거나 온라인상에서 뜨거운 반응을 유도하는 등 사전 화제성에 대한 홍보단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여전히 건재한 톱7 출신 트롯맨들은 과거 실전에서의 경험, 긴장과 실수에 대처하는 법, 생존 전략 등 선배 참가자로서의 조언을 하면서 그 어떤 전문가의 심사보다 현실감 있게 다가올 듯하다. <현역가왕>이 타이틀의 정체성처럼 현역의 실력을 보여주는 데 포커스를 맞췄다면 <미스터트롯>은 신인들의 등용문을 향한 선배들의 관계, 즉 정서적인 교감으로 '관계성'을 스토리텔링 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띄는 점이다.
경쟁 프로그램의 종착역은 일본일까?
결국 이 두 트로트 프로그램의 종착역이 신선한 트로트 가수를 발굴하고 현역 가왕을 선발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지만 이런 긍정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두 프로그램이 지향하는 방향성이 결국 일본 진출 혹은 일본과의 협업이란 점은 물음표를 던진다. <미스터트롯>은 요시모토 흥업, NTT 도코모 스튜디오&라이브와 합작 계약을 체결하며 실시간으로 미스터트롯 재팬을 볼 수 있다고 홍보한다. 두 프로그램 모두 순위권 안에 든 우승자들에게 일본 활동 및 진출을 지원한다는 점도 눈여겨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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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가왕>이 한일 가왕전과 한일 톱텐쇼를 통해 한일 예능 공동제작 및 합작에 물꼬를 트고 특정 부분 기여를 한 것도 사실이지만 왜 트롯맨들은 일본으로 가야 됐을까? <현역가왕>일본 방송 이후 일본에서도 잊혀졌던 엔카와 K-트로트 붐이 다시 일고 있다지만 이것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닐지는 냉정하게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내년이 한일 수교 60주년이라는 것과 그동안 냉랭했던 한일 관계가 다시 대중문화 교류를 통해 활발하게 이뤄진다는 것은 분명 좋은 취지이자 신호탄임에는 확실하다. 그러나 K-트로트가 왜 갑자기 일본행에 열을 올리게 됐는지, 두 프로그램이 같은 노선을 선택했어야 했는지는 의문이다. 후발 주자인 <미스터트롯>이 일본 진출이 아닌 다른 지향점을 선택했다면 훨씬 페어플레이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는 것도 그 때문이다.
신선함 떨어지는 출연자를 위한 매력적 스토리텔링이 절실한 시점
과거 <현역가왕>1은 평균 15% 시청률을 상회했고 <미스터트롯>2 역시 <트랄라라 브라더스>나 <미스터 로또> 같은 스핀오프 프로그램을 통해 화, 목요일의 시청률을 끌어올렸지만 두 프로그램을 통해 배출된 트로트 가수들의 화제성과 영향력은 <미스터트롯>1과 비교했을 때 미약하다.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 우승자들의 화제성이 약화된 것은 여러 가지 요인으로 분석해 볼 수 있다.
경연 프로그램마다 자신의 성장과 도전을 위해 얼굴을 내미는 출연자들의 중복 출연은 프로그램 신선도를 하락시키고 실력 있는 신인을 발굴한다는 취지를 무색하게 만든다. 거기에 예능적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해 연기자, 모델, 개그맨, 다양한 장르의 출연자들의 배치는 일회성 재미를 줄 수는 있으나 본질인 노래 실력이 뛰어나지 않으면 주목받기 힘들다. 10위권 안에 드는 실력자로 입성했다 해도 그동안 트로트 프로그램에 노출된 그들의 모습과 예능에서 소비되는 캐릭터, 만들어지고 입혀진 이미지로 개성을 상실한 캐릭터는 어떤 새로운 모습도 기대하기 힘들다. 이미 식상해진 캐릭터에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은 개인사 스토리텔링은 더욱더 트로트 프로그램을 향한 피로도를 누적시킨다.
호기심과 기대감에 한두 번은 채널을 고정시킬 수 있겠지만 서바이벌 음악 예능의 지속성은 매력적인 스토리텔링이라는 거대한 골조와 출연자의 진정성이 함께 녹아들 때 가능하다. 어느 하나라도 부족하거나 저울의 추가 기울면 시청자들은 과감하게 등을 돌려버린다. 그런 면에서 앞으로 두 프로그램은 출연자들의 실력과 그들의 서사를 경연과 어떻게 녹여낼지가 관건일 것이다.
그 많던 트로트 가수들은 다 어디로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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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트롯>1의 임영웅의 성공은 트로트 서바이벌의 신화를 더욱 부추긴다.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2일간 10만 명에 가까운 인파를 운집하게 만든 임영웅은 어떤 면에서 넘사벽의 상징이 되었다. 혹자는 그를 코로나 시대를 만나 운이 좋았던 행운아라고도 평가하기도 하고 최근 SNS상의 발언으로 위기론까지 나왔지만 실력만으로 평가한다면 임영웅은 현재 자신만의 독보적인 콘텐츠로 트로트 장르 일인자로 자리 잡은 것은 확실해 보인다.
그런 점에서 <미스터트롯>3와 <현역가왕>2는 실력 있고 재능 있는 트로트 신인을 왜 일본으로 보내는지 아주 근본적인 것부터 고민해 봐야 할 필요가 있다. 제2의 임영웅 신화를 만들기 위해, 더 큰 호응과 반응을 얻어내기 위해 더욱 자극적이 될 수밖에 없는 시각적 연출, 실력보다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한 신변잡기에 가까운 예능적인 요소의 부각.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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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표 D콘텐츠 제작위원 minpy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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