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박정희 대통령 동상 제막식’에서 홍준표 대구시장(가운데)이 박수를 치고 있다. 김규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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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가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을 세운 뒤 직원들에게 밤새 동상을 지키는 이른바 ‘불침번 근무’를 시켜 논란이다.
25일 대구시의 말을 들어보면, 대구시는 지난 24일부터 박 전 대통령 동상을 보호하는 업무를 행정국 직원들한테 맡겼다. 근무 시간은 저녁 6시부터 다음 날 아침 9시까지다. 이 업무는 오는 1월3일까지, 공휴일에 상관없이 이어진다. 3명이 한 조를 이루어 동상이 잘 보이는 위치에 세워둔 차 안에서 동상을 감시한다.
안중곤 대구시 행정국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공공시설관리공단이 시설 방호를 맡는데, 인력 증원에 시간이 걸려 당분간 행정국에서 맡기로 했다. 행정적으로 필요한 조처”라고 설명했다.
대구시는 동상을 설치한 뒤, 인근에 폐회로텔레비전도 4대 설치했다. 동상 제막 하루 전 시민사회가 반발하며 분필로 낙서하는 등 시설이 훼손된 만큼 방호를 강화할 필요도 있다는 것이 대구시 입장이다. 안 국장은 “폐회로텔레비전은 동상이 훼손됐을 때 사후적 조처를 위한 수단이고,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막고자 한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박정희우상화사업반대범시민운동본부가 동대구역 광장 앞에서 세워진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안내문에 “독재자” “X새끼” “내란원조 쿠데타 독재로 해먹음”이라는 문구를 분필로 새겨넣었다. 김규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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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구시 새공무원노동조합은 성명을 내어 “대구시는 시대착오적인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제막을 강행하고 이마저도 부족했는지 동상을 지키려고 직원들을 동원해 야간에 불침번 보초를 세웠다. 이것이 크리스마스 선물인가. 연말연시 가족들과 행복하게 보내야 할 시간에 동상 하나 지키려고 불침번 근무를 시키는 대구시는 각성하고 (불침번 근무를) 즉시 철회하라”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 23일 대구시는 3m 높이의 활짝 웃고 있는 박 전 대통령 동상을 세웠다. 대구시는 이 동상을 만드는데 예산 4억8000만원을 들였다. 전날인 22일 ‘박정희우상화사업반대범시민운동본부’는 동상 제막에 반대하며 동상 주위에 “독재자” “X새끼” “내란원조 쿠데타 독재로 해먹음”이라는 문구를 분필로 썼다. 이 문구는 제막식 당일인 23일 모두 지워져 있었다.
앞서 지난 8월 대구시는 이곳에 ‘박정희 광장’이라는 표지판도 세웠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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