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투 겉면에 무임승차 사과 편지
오만원권으로 200만원 넣어 전달
24일 연합뉴스는 한국철도공사 부산경남본부를 인용해 지난 22일 오전 7시쯤 부산역 매표창구에서 일어난 일에 관해 보도했다. 일요일이었던 이날 부산역 매표창구는 여느 주말 아침과 마찬가지로 승차권을 구입하는 고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그때 단정한 롱코트 차림의 여성이 매표창구 안으로 편지 봉투를 넣고는 황급히 자리를 떴다.
한 여성이 부산역 매표창구에 남기고 간 봉투. 코레일 부산경남본부 제공 |
역무원이 건네받은 봉투를 확인했더니 봉투 안에는 오만 원권으로 현금 200만원이 들어 있었다. 봉투 뒷면에는 "죄송합니다. 지난 40년 전 제가 돈이 없어서 기차를 열차표를 사지 않고 이용했었습니다. 많이 늦었지만 열차표 요금 갚습니다.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부산역 직원들은 긴 세월이 지났는데도 잊지 않고 용기를 내준 고객에게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설평환 부산역장은 "고객의 용기에 직원 모두가 감동했다"며 "앞으로도 고객의 신뢰와 사랑을 받는 부산역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이 여성이 남기고 간 200만원은 소외계층에 기부할 예정이다.
한편 무임승차 등 기차 부정 승차는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최근 5년간 명절 동안 기차 부정 승차 적발은 약 6만건에 달한다. 2018년부터 지난해 2월까지 명절 동안 코레일의 부정 승차 적발 건수는 총 4만1923건이며, SRT는 1만7623건으로 집계됐다. 징수부가 운임은 코레일 10억5900만원, SRT 2억440만원에 달해 총 12억8340만원이다. 철도사업법 제10조는 승차권을 위조하거나 부정 승차 의도가 있다고 판단되면 최대 30배 부가 운임을 내도록 하고 있지만 자진해서 신고하거나 사용 날짜가 다른 승차권을 가지고 있는 경우 기존운임의 0.5배만 내면 된다.
지난 9월 한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는 '나만의 KTX 값 아끼는 꿀팁'이란 제목의 글이 올라와 논란이 됐다. 공무원으로 알려진 글 작성자는 "난 서울에서 부산 갈 때 KTX 표를 대구까지 끊고, 대구 지나고 나서 이어폰 꽂고 자는 척한다"며 "(부산 전에) 울산이나 경주에 정차(하는 기차를 타면) 안 된다"는 꼼수를 공개했다. 이어 "운 나빠서 걸리면 대구역에서 내려야 했다고 말한다. 그럼 그냥 넘어가거나, 좀 깐깐한 검표원은 대구에서 부산 비용만 결제한다"면서 "당황한 (것처럼) 연기를 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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