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21 개발 과정에서의 중요한 성과로 국내 자체 개발에 성공한 항공전자장비를 빼놓을 수 없다. 항공전자장비는 전투기의 두뇌에 해당되는 임무컴퓨터, 눈 역할을 하는 능동형 전자주사식 위상배열(AESA) 레이더, 적외선 탐색추적장비(IRST)를 포함한다.
매일경제가 지난 13일 방문한 한화시스템 연구소(분당 소재 서현사업장)는 항공전자장비 개발의 핵심 거점이다. 경기도 용인에서 개발 중인 AESA 레이더를 제외하고, 나머지 항공전자장비 대부분이 이곳에서 개발된다. IRST는 전투기에 필수적인 항공전자장비로, 적외선을 탐색하고 추적하는 장비다. KF-21의 기체 앞부분에 두드러진 모양의 구형 장비가 바로 IRST의 적외선 센서다. 공격 목표를 탐지하기 위해 전파를 쏘는 레이더와 달리 IRST 장비는 표적에서 나오는 적외선 에너지를 탐지하기 때문에 훨씬 더 은밀하게 작전을 할 수 있게 해준다. IRST는 KF-21 양산 두 번째 단계인 블록2(공대지 작전 가능)부터 정식 운용된다.
IRST는 미국이 기술 이전을 거부한 뒤 이탈리아의 방산 업체인 레오나르도와 기술협력 계약을 체결해 개발됐다. 하지만 계약 체결 이후에도 기술을 어느 정도 이전할지 '밀당'이 이어졌다. 이재익 전자광학체계 1팀 수석연구원은 "계약서에 기술 개발을 '지원한다'고 나와 있지만 양쪽의 해석이 달랐다"면서 "질문을 하면 딱 부러지게 얘기해주지 않고 방어적인 태도를 보일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저녁 식사 자리를 마련해 집요하게 물어보고, 들은 내용을 곧바로 연구실로 돌아와 적용해서 데이터를 얻어 내기기도 했다"고 말했다.
항공전자장비는 실물을 개발하는 것도 어렵지만 KF-21 전투기와 연동시키는 시스템 작업, 즉 체계 통합 때 더 고난도 기술을 필요로 한다. 김영곤 한화시스템 항공시스템 개발팀장은 "데이터를 연동하기 위한 소프트웨어는 T-50 개발 과정에서도 미국이 전혀 공유하지 않았던 기술"이라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결국 개발해 냈다"고 말했다.
노지만 방위사업청 한국형전투기사업단장은 "조종사의 비행이나 교전은 임무컴퓨터와 여기에 연결한 각종 항공전자장비를 통해 이루어진다"면서 "체계 통합은 비유하자면 간 이식 수술을 할 때 간 자체가 튼튼하기도 해야 되지만, 혈관 연결도 잘되고 거부 반응 없이 정상적인 역할을 하도록 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IRST의 국산화는 아직 절반의 성공이라 할 수 있다. 적외선 센서의 돔(Dome)은 레오나르도가 직접 제작해 KF-21에 탑재한다. 한화시스템은 IRST 신호처리부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비록 절반에 못 미치는 국산화였지만 연구인력에겐 귀중한 경험으로 남았다. 이재익 수석연구원은 "우리의 장점에 대해 자신감을 많이 얻었고, 외국 업체들의 기술 수준이 조금 과장돼 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안두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