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6 (목)

육사 등 없애고 국방부 산하 사관학교로 단일화해야 [왜냐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지난 9월25일 오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76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 예행연습에서 육군사관학교 생도들이 분열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겨레

정길호 | 전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12·3 내란사태는 온 국민을 공포에 떨게 했고 전 세계를 경악하게 했다. 민주시민의 대동단결과 국회의원들의 신속한 계엄령 해제 결의로 1980년 광주 학살과 같은 유혈 참극을 막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관계 당국의 수사 과정과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이번 내란 폭동의 우두머리는 대통령이고 중요임무 종사자는 모두 육군사관학교(육사) 출신의 현역 지휘관과 예비역 장군들이다.



군사 쿠데타를 수차례 겪은 국민은 가슴을 쓸어내릴 수밖에 없는데, 육사 출신 고급 장교들이 쿠데타에 쉽게 가담하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 현재의 사관학교 교육제도는 정보화시대에 걸맞은 인성 교육 및 수월성 교육과는 너무 동떨어져 있다. 각 군 책임 아래 실시하고 있는 사관학교 교육을, 융복합 시대에 민주시민 의식이 투철한 생도를 양성하는, 폭넓고 다양한 교육으로 전환하여야 한다.



사관학교 교육제도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다. 첫째, 생도 교육을 모두 현역 군인이 전담하고 있다. 이는 유연하고 다양한 사고 능력을 갖추는 교육과는 거리가 멀다. 이런 현상을 국방 당국도 “동종 교배”라고 표현하며 심각한 문제점으로 인식하고 있다. 군사 교육·훈련은 당연히 현역 군인이 전담하는 것이 옳지만 일반 교양과목과 전공학과 교육까지 현역 군인이 전담하는 것은 시대착오다. 자유롭게 학문 연구를 전문 직업으로 하는 민간 교수가 적어도 50% 이상 교육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 사관학교는 오래 전부터 그렇게 운영하고 있다.



둘째, 각 군 중심의 사관학교 교육이 과연 올바른가? 융복합 시대에 적절한 분화와 통합을 통한 리더십과 판단력이 요구되는데, 사관학교가 각 군 총장의 지휘 아래 운영됨에 따라 합동군 또는 연합군 차원의 교육 수준과 역량을 구비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국방부 산하의 사관학교로 격상할 필요가 있다.



셋째, 학교별 교육 인원 규모가 작아 여러 형태의 심도 있는 교육을 실시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육사 300명, 해사 170명, 공사 200여명의 입학 정원을 유지하고 있어 효과적인 학교 경영과 다재다능한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인지 재고하여야 한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하여 각 군 사관학교와 국군간호사관학교를 통합하여 학부 체제로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



넷째, 젊은 대위 또는 소령 장교들이 생도 교육 과목의 절반 이상을 가르치고 있는 것도 상당한 문제점이다. 아무리 특수목적 학교일지라도 명색이 대학 교육인데, 전임강사 또는 조교수 자격의 젊은 장교가 교육의 태반을 책임지는 것은 특히 인성 교육에 큰 지장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군 조직은 폐쇄적이고 명령 통일과 즉응 대응 능력을 생명으로 여기기 때문에 민주적 가치관과 합리적 사고를 축적하기에는 기본적으로 거리가 멀다. 그러나 현대 군 조직은 일반 사회 조직과 같이 수렴하고 있어 자유분방하고 건전한 민주시민 의식과 합리적인 가치관이 정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게 변화되기 위해서는 직업 군인의 중추인 사관학교 생도 교육이 단순한 직업 교육이 아닌 인성 교육에 비중을 두어야 한다. 즉,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고 경영 합리화를 기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사관학교 운영체계를 개선해야 한다.



직업 군인도 국민의 일환으로 시민의식과 직업 전문성이 조화를 이룰 때 건강한 군대 조직이 될 것이다. 군 직업과 사회 직업은 빠른 속도로 수렴하고 있기 때문에 현대 사회에 걸맞은 의식구조와 사고체계가 체질화된 미래지향적인 직업 군인을 양성해야 한다.



▶▶한겨레는 함께 민주주의를 지키겠습니다 [한겨레후원]

▶▶실시간 뉴스, ‘한겨레 텔레그램 뉴스봇’과 함께!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