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지난 24일 서울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열린 서울재팬클럽(SJC) 오찬 간담회에서 통역 발언을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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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헌법재판관 임명 여부로 ‘탄핵 갈림길’에 섰다. 더불어민주당은 한 대행이 마은혁·정계선·조한창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을 경우 이르면 28일 한 대행 탄핵소추안을 처리할 방침이다. 지금으로선 한 대행이 탄핵소추를 감수하고라도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이 발생하는 초유의 사태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내정자는 헌법재판관 임명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헌법소원을 내겠다고 밝혔다. 12·3 내란사태에 책임이 있는 한 대행이 내란을 부정하는 여당의 비호 아래 국정 혼란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25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26일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의 국회 인준 절차가 끝나면 한 대행은 즉각 임명하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국회는 26일 본회의에서 세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처리하는데,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 찬성이 가결 정족수여서 민주당 의원들(170명)만으로도 통과시킬 수 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파면이 안 된 대통령은 수사도, 체포도 쉽지 않다. 헌법재판소 ‘9인 체제’를 완성해 탄핵심판을 빨리 마무리하는 게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했다.
27일 본회의에 한 대행 탄핵안을 보고하겠다고 전날 예고한 민주당은 이날, 이르면 28일 탄핵안을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탄핵안은 본회의 보고 24시간 이후부터 72시간 이내에 처리해야 한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헌법재판관 임명을 중대하게 보고 있어, 국민의힘이 반대해도 28일 또는 30일 본회의를 열어 탄핵안을 처리할 의사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직을 맡은 한 민주당 의원은 “한 대행이 임명 거부 의지가 뚜렷한데 굳이 시간 낭비할 필요가 없잖나. 우 의장이 주말에도 본회의를 열 용의가 있는 듯해 토요일(28일)도 표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날 국무회의에서 “법리 해석과 정치적 견해가 충돌하는 현안”이라며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뜻을 밝힌 한 대행의 생각엔 아직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총리실 관계자는 이날 “한 대행은 이날 외부 일정 없이 고심 중”이라며 “숙고할 시간이 필요하고, 여야 협의 상황 등도 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임명을 반대하는 상황에서 ‘여야 협의’는 무망한 얘기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총리로서 대통령을 제대로 보필하지도 설득하지도 못해 국정이 무너졌는데, 한 대행 뜻대로 나라를 주무르려고 하는 게 말이 되냐”고 비판했다.
한 대행은,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검사’ 역할을 맡은 국회가 ‘판사’에 해당되는 헌법재판관 임명에 개입하는 게 문제라고 보고 있다. 마은혁·정계선·조한창 후보자는 국회가 추천한 이들이라는 점을 문제 삼은 것인데, 이는 윤 대통령을 엄호하고 있는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주장과 일치한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내정자는 이날, 헌법재판관 임명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한 대행이 이들을 임명할 수 있는지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탄핵이 유행이 돼, 어느 당이든 대통령을 탄핵하려 할 수 있다. 헌법적으로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김정원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은 지난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현안질의에서, 대법원은 이날 백혜련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국회 몫 헌법재판관 3명을 임명하는 게 헌법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한 대행의 이런 태도엔 민주당 요구대로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더라도, 내란죄로 인한 처벌 등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여당과 보수층만 보고 가는 게 더 낫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에서 “(한 대행이) 지금의 정치 지형에 대한 판단도 있었을 것”이라며 “내란과 관련해 추후 수사로 밝혀질 부분까지 고민을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대행 탄핵안 가결 정족수가 대통령 기준인 재적 의원 3분의 2(200명) 이상인지, 총리 기준인 재적 의원 과반(151명)인지를 둘러싼 논란도 한 대행의 ‘뭉개기’ 배경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한 대행이 ‘총리’로서 12·3 내란사태에 개입한 것 등을 탄핵 사유로 들며, 151명 찬성으로 탄핵이 가능하다고 본다. 하지만 한 대행은 ‘200명’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00명을 채우려면 국민의힘 이탈표 최소 8명이 필요하다.
다만, 한 대행이 막판에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거론된다. 만약 한 대행까지 탄핵소추되면,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다시 권한대행을 이어받는 사상 유례없는 일이 벌어진다. 가결 정족수 논란이 법적 다툼으로 이어지며 더 어지러운 상황이 지난하게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안에서도 헌법재판관은 임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친한동훈계 박상수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불교방송(BBS) 라디오에서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고 내년 4월18일이 지나가면 지금 2명의 헌법재판관의 임기가 종료된다. 그 사태가 되면 헌법재판관 수가 4명이 되기 때문에 헌법재판소가 완전히 마비된다”고 말했다. 내란죄 수사 대상인 한 대행으로서도 헌법재판소 탄핵심판까지 진행하는 건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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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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