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성탄절에 이런 소식도 있습니다. 부산의 한 경찰 지구대 앞에 누군가 선물 상자를 놓고 갔습니다. 김장 김치와 아동용 외투, 저금통 등이 들어있었는데, 이 '얼굴 없는 산타'는 수급자 가정인 탓에 많이 기부하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손 편지를 썼습니다.
구석찬 기자입니다.
[기자]
누군가 모자를 눌러쓴 채 커다란 종이상자를 들고 나타납니다.
지구대에서 경찰관이 나오자, 상자를 땅에 놓고 다급히 자리를 뜹니다.
상자에는 김장 김치 한 포기와 아동용 외투 한 벌, 1천 원짜리 30장과 동전으로 가득 찬 저금통이 들어 있었습니다.
함께 발견된 손 편지엔 자신이 세 아이 아빠이며, 첫째가 장애 3급인 수급자 가정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폐지를 판 돈이라 많이 기부하지 못해 미안하다"면서 "세 자녀의 저금통도 드리니 도움이 필요한 아기 가정에 전달되길 바란다"는 당부도 담겼습니다.
이들 가족은 지난 어린이날에도 현금과 라면, 과자가 든 상자를 놓고 갔습니다.
[정학섭/부산 덕천지구대 팀장 : 최소한 8차례 이상은 되지 않을까, 산타가 따로 있지 않다.]
부산역에서는 코레일 직원들을 깜짝 놀라게 한 40년 전의 사연이 소환됐습니다.
지난 22일 아침 7시였습니다.
매표 창구에 롱코트를 입은 여성이 흰색 봉투를 넣고는 황급히 사라졌습니다.
봉투에는 5만원 권 40장, 200만원이 들어 있었습니다.
봉투 뒷면에는 83자 짤막한 글이 적혀 있었습니다.
"40년 전 돈이 없어서 열차표를 사지 않고 이용했다"며 "늦었지만 요금을 갚는다, 다시 한번 죄송하다"라는 말을 전했습니다.
부산역 직원들은 200만원을 소외계층에 기부하기로 했습니다.
[설평환/코레일 부산역장 : 여러 가지 어려운 시기잖아요, (직원들 사이에서) 감동적이었다는 표현이 많았습니다.]
동화처럼 따뜻한 이야기가 요즘같이 시린 세상, 온기를 불어넣고 있습니다.
구석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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