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6 (목)

“전쟁 중에도 스타트업은 키워야지”…2년간 유니콘 10곳 늘어난 이 나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휴전 앞두고 ‘중동 새판 짜기’

이스라엘 첨단 무기·방위산업
하이테크 스타트업이 뒷받침

올 벤처기업 투자 31% 늘고
성공적 IPO로 기업가치도 쑥


매일경제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위치한 페레스 혁신센터에 꾸려진 스타트업 홍보 전시관. 지난해 10월부터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스라엘에선 유니콘 기업이 10개 늘어났다. [텔아비브=성승훈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협상 타결이 임박하면서 이스라엘 주도 ‘중동 새판 짜기’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0월 7일 시작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이 속속 승리를 거두면서 ‘저항의 축’이 크게 약화됐기 때문이다.

‘저항의 축’은 이란을 필두로 한 △알아사드 정권(시리아) △헤즈볼라(레바논) △하마스(팔레스타인) △후티(예멘)를 뜻한다. 알아사드 정권은 붕괴했고, 헤즈볼라는 항복에 가까운 휴전안에 서명했다. 하마스도 휴전안 타결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영국 BBC 방송은 지난 21일 팔레스타인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사이의 가자지구 전쟁 휴전 협상이 90%까지 완료됐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주도 ‘중동 새판 짜기’에서 주목되는 것은 이스라엘 하이테크 스타트업들이다.

전쟁 상황에서도 이들의 글로벌 경쟁력에 힘입어 이스라엘 경제·산업은 계속 탄탄대로를 달렸다. 이스라엘 재무부에 따르면 이스라엘 경제성장률은 올해 0.4%에서 내년 4.3%로 크게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예루살렘포스트는 “이스라엘 국방부는 스타트업 270여 곳과 직·간접적으로 협력하고 있다”며 “최근 하이테크 중심에 방위산업이 자리를 잡고 있다”고 전했다.

창업 요람인 스타트업 네이션에서 조(兆)단위 매출 기업을 키워내는 ‘유니콘 네이션(Unicorn Nation)’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25일 이스라엘 경제산업부에 따르면 2018년 이후로 이스라엘에선 유니콘 기업 89곳이 탄생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전쟁이 본격화했으나 2023년(4곳)과 2024년(6곳)에도 유니콘은 오히려 늘어났다. 이스라엘 하이테크 벤처캐피털(IVC)은 “2021년 이후 감소했던 유니콘이 다시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스타트업 투자액도 크게 늘고 있다. 스타트업네이션센터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투자액만 102만달러(약 14억원)에 이른다. 전년 동기 78만달러(약 11억원)보다 31% 증가했다. 스타트업네이션센터는 “지정학적 갈등에도 투자자 신뢰를 끌어낼 수 있는 창업 생태계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PwC는 인수·합병(M&A)과 기업공개(IPO)를 비롯한 이스라엘 스타트업 엑시트가 크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올해 스타트업 엑시트 가치는 134억달러(약 19조2000억원)로 전년 75억달러(약 10조7000억원)보다 78% 늘었다.

전쟁 중에도 M&A와 IPO에 나선 스타트업은 늘어난 셈이다. PwC는 “이스라엘 하이테크 산업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거래 규모와 거래액 모두 상승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이스라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5만1000달러까지 치솟았다. 한국뿐 아니라 일본·영국·프랑스·독일을 제쳤다. 끊임없는 전쟁에도 이스라엘 경제가 꾸준히 성장하는 배경으로는 민·관·군 협력과 유대인 자본이 꼽힌다.

역설적이게도 지정학 갈등이 민·관·군 협력 토대를 마련했다. 텔아이브에서 만난 페레스센터 관계자는 “이스라엘 혁신 원동력은 생존이었다”며 “자주국방을 위해 방위산업을 육성했고 국토 5%에 불과한 척박한 농지에서 식량을 생산하고자 브레인파워를 결합해 첨단 농업도 탄생시켰다”고 말했다.

페레스센터는 이스라엘의 전 대통령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시몬 페레스가 설립한 비영리 단체다.

군 복무 경험을 밑천으로 삼아 스타트업·유니콘을 키워내는 일도 흔하다. 이스라엘군(IDF)이 탈피오트 프로그램을 시작하며 우수 인재를 군대로 불러들였기 때문이다. 탈피오트는 이스라엘의 엘리트 군사 과학기술 인재 양성 프로그램으로, IDF는 인재를 선발해 히브리대에서 수학·물리학 등을 가르치고 6년간 장교로 근무하도록 하고 있다.

전역자들은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창업 전선에 뛰어드는 것이 풍토다.

이스라엘 기업 최고경영자(CEO) 상당수는 탈피오트 프로그램 출신이다. 벤처기업인 80% 이상도 탈피오트 프로그램을 수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프 라파포트 위즈 CEO가 대표 사례다. 사이버보안 스타트업 위즈(Wiz)는 구글의 인수 제안을 거절하며 몸값을 높인 것으로 유명하다. 구글은 230억달러(약 32조원)를 제안했으나 위즈가 거절했다. 라파포트 CEO는 사이버보안 특화부대 ‘8200부대’에서 복무한 뒤 위즈를 세웠다.

바라크 샤인 주한 이스라엘대사관 부대사는 본지와 만나 “이스라엘 청년들은 IDF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미래 커리어를 설계할 수 있다”며 “부대를 이끄는 리더십을 경험하며 비즈니스 리더로 성장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방산이 다른 산업의 성장을 이끈 경우도 적지 않다. 페레스센터 관계자는 “필캠(Pillcam) 아이디어는 이스라엘 방산기업 라파엘에서 탄생했다”며 “레이더 기술을 헬스케어에 접목해 위장 촬영용 소형 카메라를 만드는 하이테크 기업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헤즈볼라 등과 싸우면서도 연구개발(R&D) 예산을 늘리며 민·관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이스라엘혁신청(IIA)에 따르면 R&D 예산은 10억세겔(약 4000억원) 늘었다. 군비를 증강하며 예산을 줄이는 가운데 R&D 예산만 증액한 것이다.

한편 유대인 자본도 이스라엘 경제성장을 도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월가를 비롯해 전 세계 금융·산업 부문에서 유대계 자본·기업들이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유럽을 넘어 전 세계를 호령했던 로스차일드 가문이 대표 사례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유대계 영향력이 막강하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와 샘 올트먼 오픈AI CEO 등이 실리콘밸리를 주름잡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창업·투자라는 선순환도 이뤄지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선 유대인이 창업한 스타트업이 투자받을 확률이 90%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이스라엘 기업은 135개사 이상이다. 미국·중국에 이어 세계 3위다. 작은 면적(2만2145㎢)과 적은 인구(930만명)를 고려하면 눈부신 성과다. 암논 데켈 히브리대 혁신센터 이사는 “얄라(Yallah)는 히브리어로 일단 해보자는 뜻”이라며 “이스라엘만의 도전 정신으로 수많은 스타트업을 키워냈다”고 강조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