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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기후환경 리포트] 일본 쌀 가격 계속 폭등, '강 건너 불 아니다'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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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

일본의 쌀 가격 폭등이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더 오르고 있습니다.

지난 11월 일본의 쌀 가격은 60kg 기준으로 23,961엔.

우리 돈으로 22만 원이 넘었습니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64%나 더 비쌉니다.

일본 정부가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이것은 일본의 쌀값 지수를 보여주는 그래프인데요.

2020년 가격을 100으로 놓고 비교하는 겁니다.

올해 봄부터 오르기 시작한 일본의 쌀값은 여름부터 수직으로 상승해 9월에는 140에 육박했습니다.

쌀값이 폭등하자 시장에서는 한때 돈을 주고도 쌀을 살 수 없는 현상까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쌀값이 더 오를 것이란 전망에 사재기 현상도 나타났습니다.

일부 대형 마트에서는 1인당 쌀 구매 수량을 제한했지만, 순식간에 몰려든 사람들로 쌀이 동날 정도였습니다.

언론에서는 올해 쌀값 폭등을 연호를 붙여 '레이와 쌀 소동'이라고 부르고 있는데요.

이번 사태가 30년 전 일본을 강타했던 쌀값 폭등의 기억, 즉 1993년의 '헤이세이 쌀 대란'을 떠올리게 했다는 설명입니다.

헤이세이 쌀 대란의 원인은 일본을 강타한 이상 저온으로 벼가 냉해를 입어 수확량이 급감했기 때문입니다.

올해 쌀값 폭등의 원인은 뭘까요?

그때와는 정반대 이유로 쌀이 타격을 받았습니다.

이상 고온 현상입니다.

이것은 일본과 주변 지역의 여름철 평균기온을 분석한 그래프입니다.

지난 1993년 쌀값 대란을 일으킨 저온 현상이 보이시죠?

그러나 지난해와 올해는 관측 이후 최고 수준으로 기온이 올랐습니다.

일본 곳곳에서 여름철 폭염 신기록이 깨졌습니다.

일본 국립환경연구소를 화상 연결해 최근 일본의 폭염과 쌀값에 대해 물었습니다.

일본에서는 특히 품질 저하가 문제였다고 말합니다.

[유지 마쓰토미/일본 국립환경연구소 기후변화적응센터장]
"(쌀의) 품질이 떨어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온난화로 1등급 쌀의 생산과 공급이 줄어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보입니다)"

1등급 쌀을 비롯해 쌀 수확량이 줄면서 재고도 급감했습니다.

여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밀 가격 급등, 엔저 영향으로 관광객 급증, 지난 8월 일본 정부가 발표한 대지진 주의보 등으로 쌀 수요가 증가한 점도 쌀 가격을 높이는 요인으로 분석됐습니다.

예상치 못한 수요 증가에 1등급 쌀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불안감을 느낀 시민들이 쌀을 사재기하면서 가격이 폭등했다는 분석입니다.

[유지 마쓰토미/일본 국립환경연구소 기후변화적응센터장]
"(쌀) 생산 문제와 온난화 문제, 이런 문제들에 정책적으로 확실하게 대응하면 좋겠지만, 그게 잘 안되다 보니 (쌀값이 급등한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우리나라는 반대로 쌀값이 떨어졌습니다.

우리나라도 올해 기록적인 폭염과 병충해로 고통을 받았습니다.

실제로 우리 들녘은 어떤 상황인지 현장을 돌아봤습니다.

기록적인 폭염으로 곳곳에서 벼가 불임 현상을 일으켰습니다.

[윤여태/충남농업기술원 쌀연구팀장]
"껍질만 있죠. 비어 있죠. 벼가 고온 현상으로 불임이 된 거죠."

수확도 줄었지만, 더 큰 문제는 쌀의 품질입니다.

[윤여태/충남농업기술원 쌀 연구팀장]
"품질이 가장 문제가 되는 거죠. 전분을 합성하는 효소가 있어요. 고온에서는 효소의 활성이 떨어집니다. 전분 축적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거죠."

겉으로는 괜찮아 보여도 속으로는 그렇지 않은 벼가 많다고 말합니다.

[이희연/농민]
"겉으로 보기에는 잘 된 것 같아도 수확해 보니 (질이) 많이 떨어져. 그리고 덜 여문 게 많이 나오더라고"

그러나 일본처럼 고급 쌀을 찾는 수요가 많지 않고, 갑작스러운 수요 증가도 없어 공급 대란은 없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식습관 변화, 인구 감소로 쌀 수요가 줄고 있습니다.

오히려 쌀이 남아 걱정인 상황입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번 일본의 쌀값 폭등을 심상찮은 눈으로 보고 있습니다.

[진중현/세종대 스마트생명산업융합학과 교수]
"(기온이) 몇 도 올라가면 얼마나 큰 차이가 있겠느냐 했지만, 약간의 차이만 있어도 매우 위험해지고 사회 안정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우리나라도 언제든지 흉작이나 예기치 않은 수요 급증으로 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부족한 식량을 외국에서 필요한 만큼 사 올 수 있는 시대는 위협받고 있다고 말합니다.

[진중현/세종대 스마트생명산업융합학과 교수]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식량 수입을 잘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세계 경제가 너무 좋았어요. 블록 경제가 아니고 다 열려 있었고요."

이런 상황에서 우려되는 건 쌀과 식량 생산의 기반이 위협받고 있다는 겁니다.

이것은 논을 비롯한 전체 농경지 면적인데요.

1990년 210만 헥타르에서 최근 150만 헥타르로 30%나 급감했습니다.

농가 인구 감소는 더 급격합니다.

30여 년 만에 660만 명에서 208만 명으로, 3분의 1로 줄었습니다.

[진중현/세종대 스마트생명산업융합학과 교수]
"지금 농촌의 사람이 줄고, 농업을 하는 농촌의 인구가 줄고 있잖아요. 이거 굉장히 위험한 겁니다. 농촌이 무너지면, 사람이 없어지면 도시는 같이 멸망합니다."

기후 변화 시대에 식량 생산의 기반인 농경지와 농민을 지키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입니다.

고품질 쌀로 경쟁력을 높이고, 수익성 높고 기후 변화에 강한 대체 작물을 개발해 농촌의 붕괴를 막아야 합니다.

갑작스러운 공급과 수요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도 점검해야 합니다.

기후환경리포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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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인아 기자(innah@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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