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교사 김관행 씨, 낙뢰 맞아 심정지돼
심폐소생술만 40분, 전남대병원 에크모 치료
"응급 의료진 감사"…병원에 1000만원 기부
고등학교 교사 김관행 씨(오른쪽)와 응급의학과 전문의 조용수 전남대 교수. 전남대병원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김 씨는 지난 8월 5일 광주 조선대 캠퍼스에 연수를 받으러 갔다가 점심께 낙뢰를 맞고 쓰러졌다. 그는 당시 큰 천둥소리에 창문을 밖을 지켜본 사범대 조교들에게 발견돼 심폐소생술을 받아 7분 만에 조선대병원 응급실로 이송된 것으로 전해졌다. 의사인 김 씨의 부친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며 당시 상황을 복기했다. 그는 "(아들이) 낙뢰를 맞은 것 같다고 연락이 온 게 12시 20분쯤"이라며 "(아들이) 심폐소생술을 20분 넘게 하는데 심장이 돌아오지 않아 언제쯤 올 수 있겠냐고 물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행히 10분 뒤 심장이 돌아왔다고 전화가 왔다. 한시름 놓고 응급실로 갔는데, 의식이 없고 몸에 온갖 기계를 다 걸어놨더라. 폐에 물이 많이 차서 산소 공급이 안 된다고 했다. 그 상태에서 버티면 사는 거고, 못 버티면 죽는 거였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산소 농도는 계속 올라가고 승압제도 올렸다. 눈앞에서 죽어가는 게 보였다. 살아나기만 바랐다. 내 아들이 맞나 싶을 만큼 얼굴이 부어 있고, 많이 안 좋아 보여 거기서부터 다시 답답했다"고 말했다.
40여분간 심폐소생술을 했는데도 상태가 악화한 김 씨는 에크모(ECMO·인공심폐기계)를 갖춘 전남대병원으로 이송됐다. 에크모는 혈액을 밖으로 빼 산소를 공급, 인체에 주입하는 방식으로 심장과 폐 기능을 밖에서 대신해주는 장치다. 에크모 치료를 주도한 조 교수는 "처음에는 상태가 몹시 안 좋았다. 심장이 멎은 시간이 너무 길어 의식도 전혀 없었고, 혈압 올리는 약을 최대한 다 썼는데도 혈압이 정상인의 절반도 유지가 안 됐다. 인공호흡기를 썼는데도 저산소증 심해 1, 2시간 이내 사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사흘간 밤낮으로 이뤄진 에크모 치료로 김 씨의 기력은 되돌아왔고, 입원 10일 만에 인공호흡기를 뗄 수 있을 만큼 몸 상태가 돌아왔다고 한다. 조 교수는 "사실 낙뢰 사고 생존율이 1%라고 하는데, 그것보다 낮다고 생각한다. 낙뢰 맞고 심장 멎은 사람은 (보통) 30분 이상 심폐 소생술 안 하고 사망선고를 내린다. 저는 회복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김 씨가 혼자 이겨낸 것"이라며 "본인의 의지가 강해서 이겨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환자보다 먼저 의사가 포기하는 일은 없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낙뢰를 맞기 이틀 전부터 2주간 기억이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최근 복권을 사라는 말을 많이 듣는데 이미 살아남은 것 자체로 복을 다 쓴 것 같다"며 "가장 재수 없는 사람 중 재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발견, 이송 다 운이 좋았다. 트라우마로 남을 장면을 보여드렸는데 이겨내고 살려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낙뢰를 맞고 살아난 김관행 교사가 자신을 살린 전남대병원에 1000만원을 기부했다. tvN 방송화면 |
김 씨의 부친은 국내 응급의료 시스템을 세우는 데 크게 기여한 고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과도 개인적인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윤 센터장은 지난 2002년부터 17년간 중앙응급의료센터를 이끌며 닥터 헬기를 도입하는 등 응급의료 시스템 개선에 힘 써왔으나, 지난 2019년 설 연휴 근무 당시 사무실에서 과로로 쓰러져 순직했다.
이에 김 씨는 지난달 전남대병원에 1000만원을 기부했다며 "평소 응급의학과에 좋은 마음이 있었는데 제가 응급의학과 혜택을 볼 줄은 몰랐다. 다른 모든 분에게 감사한 마음이 있어 기부하게 됐다"고 전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