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달러 기부하면 트럼프와 만찬 티켓
"식탁 앉지 못하면 메뉴판행"…회동 안간힘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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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현지시간) 2021년 1·6 의사당 폭동을 비판하고 2020년 대선에 불복하는 사람들에 대한 지원을 보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던 기업과 협회들 다수가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식에 자금을 대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포드, 인튜이트, 도요타, 미 제약연구제조업협회(PhRMA) 등은 각각 100만달러(약 14억6350만원)를 기부한다. WSJ는 지금까지 100만달러 이상을 기부한 기업만 13곳 이상 확인했다고 전했다. 골드만삭스, 제너럴모터스(GM), 뱅크오브아메리카(BoA), AT&T, 스탠리블랙앤드데커 등도 기부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중 대부분은 기부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다만 몇몇 기업은 정당과 관계없이 수십년간 대통령 취임식에 기부해왔다고 말했다.
WSJ는 "기업 임원들이 비즈니스 환경에 광범위한 영향력을 미칠 의제를 가진 새 대통령에 대응하기 위해 서두르면서 이러한 공약(의사당 폭동으로 기부 철회) 중 상당수는 과거의 일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취임식 관계자들은 트럼프 당선인의 첫 취임식 당시 기록인 1억700만달러(약 1565억원) 이상을 모금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역대 취임식 최고 모금액 기록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식 당시 6100만달러(약 892억원)를 모금했다.
100만달러를 기부하거나 다른 사람에게서 200만달러를 모금한 기부자는 취임식 전 며칠간 내각 임명자들과의 환영 연회, 트럼프 대통령 부부와의 '촛불 만찬', 사교 행사(black-tie ball) 등에 참석할 수 있는 티켓 6장을 받는다. 트럼프 당선인은 앞서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모두가 내 친구가 되고 싶어한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보좌진들은 이러한 기업들의 모금 활동이 과거 트럼프 당선인을 배척했던 기업으로부터 참회를 이끌어내는 수단이라고 보고 있다. 한 보좌진은 거대기술기업(빅테크) 억만장자들이 마러라고를 방문해 과거의 잘못을 만회하려는 듯 취임식을 위해 100만달러짜리 수표를 쓰는 모습을 못마땅해했다. WSJ는 기업들이 취임식 모금에 서두르는 것은 "트럼프 당선인의 백악관 복귀를 앞두고 기업들이 얼마나 큰 변화를 겪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주요 컨설턴트들은 취임식에 기부하고 트럼프 당선인과 회동할 기회를 만드는 것이 기업에도 이익이 된다고 조언하고 있다. 공화당 전략가 케빈 매든은 기업 고객들에게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 논의에 적극 참여하라고 조언하며 '식탁에 앉지 않으면 메뉴판에 오른다'는 속담을 인용했다.
일부 공화당 전략가들은 기업들에 홈페이지에서 친 민주당 문구를 지우도록 했다. 특히 1·6 의사당 폭동 뒤 기부를 중단했다는 표현을 삭제하라고 강조했다. 스탠리블랙앤드데커 등 6개 기업은 이를 지웠다. 해당 기업은 트럼프 당선인의 첫 취임식 땐 2만5000달러를 기부하는 데 그쳤으나 이번에는 100만달러를 기부한다고 발표했다.
가상화폐 거래 플랫폼 크라켄과 코인베이스는 각각 100만달러를 기부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그간 가상화폐 규제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밝혀왔다. 정부효율부(DOGE) 수장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무료 납세 애플리케이션(앱)을 배포하겠다고 밝힌 뒤 주가가 폭락한 세무 소프트웨어 업체 인튜이트도 100만달러를 냈다. 화이자와 업계 단체 PhRMA 등 제약업계도 취임식 기부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트럼프 당선인과 과거 마찰을 빚었던 제프 베이조스가 창업한 아마존도 100만달러를 기부했다. 베이조스 창업자가 경영하는 우주기업 블루오리진은 머스크 CEO 소유 기업 스페이스X와 경쟁 관계기도 하다.
차터 커뮤니케이션은 과거 트럼프 당선인의 첫 취임식에 25만달러,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에 35만달러를 기부했지만 이번엔 100만달러를 기부하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에 100만달러를 기부했던 우버는 회사 측에서 100만달러, 다라 코스로샤히 CEO가 100만달러를 기부해 총 200만달러를 낸다. 이 외에도 오픈AI, 메타플랫폼, 켄 그리핀 시타델 CEO 등도 각각 100만달러를 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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