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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금)

[초동시각]부정선거 음모론, 정상적인 세상에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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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12·3 비상계엄 소식을 들은 곳은 아버지 칠순을 기념해 가족여행을 온 베트남이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객실서 가족과 대화를 나누던 도중 윤석열 대통령이 대국민담화 영상을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것을 보고 혼이 빠진 듯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봤던 기억이 난다.

더욱 황당한 것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유에 대해 ‘부정선거’를 들었다는 것이다. 부정선거는 실무선에서 선거를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말이 안 되는 괴담으로 치부하는 음모론이다. 윤 대통령은 단 한 번의 선거, 그것도 실무를 전혀 경험할 수 없는 후보로 치른 선거가 전부라서 저런 음모론을 믿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이 부정선거 음모론을 믿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부정선거가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는 것은 개표장에 한 번이라도 가본 사람은 바로 알 수 있는 내용이다. 개표장에는 선거관리위원회와 개표에 참여하는 인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개표참관인도 있다. 각 정당과 후보 그리고 선관위 공모를 통해 뽑는 인원들이 개표 과정을 감시한다. 이들은 자유롭게 개표 현장을 돌아다닐 수 있다. 특히 정당과 후보 관련 참관인은 개표가 본인 후보의 당락을 결정하기 때문에 눈에 불을 켜고 감시한다. 또 관람을 희망하는 대한민국 유권자는 누구나 참관석에서 개표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총선에 개표 부정이 있었다면 전국의 모든 개표참관인, 그것도 상대 당과 후보 개표참관인의 눈을 속여야 한다. 그게 과연 가능할까.

중앙선관위의 전산을 조작해 당락을 바꾼다는 주장도 있다. 이것도 개표 과정을 살펴보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총선의 경우 각 지역선관위가 본인이 담당한 선거구 개표를 담당하게 되고, 지역선관위가 집계한 개표 결과를 중앙선관위에 보고한 뒤 그 내용이 공표되는 형식이다. 우리가 방송과 중앙선관위 홈페이지를 통해 알게 되는 개표 진행 상황과 개표 현장은 대략 한 시간에서 30분 정도의 텀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거의 모든 후보 캠프에서 현장에 파견한 개표참관인을 통해 개표 결과를 먼저 알게 되며, 나중에 이 내용을 중앙선관위가 발표하는 내용과 비교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만약 개표 현장과 중앙선관위의 개표 결과가 다르면 난리가 날 것이다. 즉 중앙선관위의 전산이라는 것은 각 지역선관위가 보내주는 데이터를 취합하는 역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투표지 분류기와 전자계수기를 해킹해 개표를 조작한다는 주장도 터무니없는 소리다. 투표지 분류기로 분류된 투표용지는 사람이 직접 세어보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분류가 됐는지도 확인한다. 이후 사람이 센 투표용지의 매수가 맞는지를 전자계수기를 통해 재확인하게 된다. 말이 자동화지 사실상 수개표인 셈이다. 투표지 분류기와 전자계수기는 수개표에 도움을 주는 도구에 불과하다. 이럼에도 선거 부정, 개표 부정을 외치는 사람은 여전하다.

지금까지 취재하며 만나본 선관위 공무원들은 본인들이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투표를 관장하고 있다는 사실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다른 어떤 기관보다도 공정하고, 선거와 관련된 질문에는 하나라도 더 알려주기 위해 노력하는 공무원들이었다. 이번 비상계엄은 국민 불안은 물론 사명감으로 일하는 선관위 공무원들에게도 큰 상처를 줬다. 제발 정상적인 세상에서 살았으면 한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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