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유최안 부지회장이 2022년 6월24일 화물창 바닥에 가로·세로·높이 1m의 철 구조물을 안에서 용접해 스스로를 가둔 채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금속노조 선전홍보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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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가 지난 2022년 여름 대우조선해양(지금의 한화오션) 하청노동자 파업 당시 “윤 대통령 부부에게 강경 진압하라고 보고했다”고 주장하는 내용이 담긴 녹음 파일이 26일 공개됐다. 명씨가 현 정부 국정에 광범위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명씨가 2022년 7월20일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이 파업하던 거제 조선소로 이동하던 중 지인과 나눈 대화 내용이라며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해당 녹음을 들어보면 ‘민간인 신분’인 명씨가 대우조선해양 경영진을 접촉해 회사 쪽 입장을 듣고 윤 대통령 부부에게 전달했고 정부의 강경 대응을 주문했다고 자랑하듯 말하는 내용이 나온다.
명씨는 “저번주 대통령한테 내가 보고를 했다. 조선소고 뭐고 내용을 잘 몰라서 (대우조선해양) 이영호 부사장한테 보고서를 만들어 달라고 했더니 만들어주더라”며 “대통령하고 사모님(김건희) 한테 강경진압하라고 다 보고했어”라고 말한다. 그는 이어 “바로 그날 (한덕수 국무총리가) 바로 긴급소집을 하더라. 아래께(‘그저께’의 방언)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하고 다 불렀다”고 했다.
명씨는 “내용을 잘 모른다”고 말하면서도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한 강한 반감도 드러냈다. 그는 “데모하는 놈은 150명이고 거기 하청 일하는 놈 1만명인데 그 150명 때문에 만명이 다 죽게 생겼더라”며 “회사 피해를 지금 5700억, 전체 이리저리하면 7천억원 된다고 하더라. 말이 7천억이지 XX”이라고 했다.
그는 “대통령하고 사모님한테 이야기한 게 있어서 보고를 올렸으니까 가서 눈으로 쳐다보기라도 해야 된다”며 거제조선소를 직접 방문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한겨레>는 명씨가 2022년 7월 현장을 방문해 대관팀(정부·공공기관 상대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 안내를 받아 파업 현장을 둘러봤고 2~3일 뒤 정부의 강경 대응이 이어졌다고 보도한 바 있는데 관련 의혹이 녹음 파일로 확인된 것이다.
민주당은 명씨의 ‘보고’ 시점을 7월13일로 추정하며 “당시 정부 대응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밝혔다. 그해 7월14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대우조선해양 파업과 관련해 “위법한 행위가 계속되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했고, 18일 윤 대통령은 한 총리와 오찬 주례회동에서 “산업 현장의 불법 상황은 종식돼야 한다”는 강경 발언을 내놨다는 점을 든 것이다. 같은 날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과 추경호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은 형사처벌과 손해배상 등을 예고하는 관계부처 합동 담화문을 발표했다.
이후 대우조선 하청노조(전국금속노동조합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와 대우조선 사내협력사협의회는 7월22일 협상을 타결했다. 대우조선해양은 하청노조 집행부 5명을 상대로 470억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고, 조합원 28명은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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