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달러 후원' 회사, 벌써 13곳 달해
WSJ "트럼프 맞는 기업들의 변화 상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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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20일(현지시간) 열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 취임식에 미 대기업들의 거액 후원이 잇따르고 있다. 상당수는 미국 민주주의 역사의 최대 오점으로 꼽히는 '1·6 의사당 폭동 사태' 직후 정치적 기부 중단을 선언한 회사들이다. 권력자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헌신짝 버리듯 약속을 뒤집으며 표변하고 있는 셈이다.
"기부 중단 선언하고선... 최소 11곳이 기부"
25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자의 두 번째 취임식 모금액은 2017년 1월 집권 1기 시작 때의 1억700만 달러(약 1,566억 원)를 웃돌 것으로 관측된다. 기업들의 '통 큰' 기부 덕이다. 100만 달러(약 14억6,400만 원) 이상 거금을 내기로 한 기업만 현재까지 13곳이다. 취임식까지 아직도 25일 남은 상황을 감안하면, 총 18개 기업이 100만 달러 이상씩을 기부했던 1기 취임식을 능가할 것이라는 게 트럼프 당선자 측 예상이다.
WSJ는 액수에 관계없이 '취임식 기부금'을 낸 기업·단체의 면면을 살펴본 결과, 최소 11곳이 과거 정치 기부 중단을 선언한 곳임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2020년 11월 대선에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패하자 '트럼프 극렬 지지자'들은 이듬해 1월 6일 의회의 대선 결과 인준을 막기 위해 의사당을 점거하고 폭동을 일으켰는데, 그 여파로 정계 자금줄 역할을 하던 기업 상당수가 "정치 기부를 재검토하겠다"며 거리 두기에 나선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 재집권'에 언제 그랬냐는 듯 상황이 달라졌다. 포드자동차와 도요타자동차, 미국의약연구제조업협회(PhRMA), 소프트웨어 기업 인튜이트 등은 이번 취임식을 앞두고 100만 달러씩을 쾌척했다.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제너럴모터스, 통신사 AT&T, 공구 제조기업 스탠리 블랙 앤 데커 등도 거액을 기부했다. WSJ는 "골드만삭스와 도요타, 인튜이트, PhRMA는 적어도 지난 10년간 누구의 취임식에도 기금을 지원하지 않았다"며 "사실상 첫 기부로 볼 수 있다"고 짚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탑승한 차량 및 호송차들이 지난 21일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를 떠나고 있다. 팜비치=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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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들, 부지런히 마러라고 리조트로
트럼프 당선자 측은 기업들의 쏟아지는 기부를 '일종의 사과'로 여기고 있다. 과거 그를 외면했던 기업들이 잘못을 뉘우치고 '관계 개선 희망'의 표시로 돈을 대고 있다는 것이다. WSJ는 "이번 취임식을 지원하려는 열의는 트럼프의 백악관 입성을 대하는 기업들의 태도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5일 대선 이후 구글, 아마존, 메타 등 빅테크 수장들이 트럼프 당선자의 플로리다 마러라고 자택을 앞다퉈 방문하는 것도 기업들의 달라진 기류를 반영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 대기업들의 이러한 행보는 '회사 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이라는 게 기업 전략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공화당 전략가 케빈 매든은 "내년과 내후년에 많은 일이 추진될 것이며, 그 과정은 지금부터 시작되고 있다"고 WSJ에 말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이나 규제로 불이익을 받지 않으려면 트럼프 당선자 취임 전부터 접촉면을 늘려야 한다는 취지의 조언이다.
실제로 '취임식 기부'를 한 기업들 중 다수는 앞으로 시행될 정책에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분야에 속해 있다. 트럼프 당선자가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관세 상향'의 직접적 영향권에 있는 도요타 등 자동차 제조업체가 대표적이다. 빅테크들도 행정부의 반(反)독점 타깃이 될 땐 기업 활동에 지장이 불가피하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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