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에 카자흐스탄에서 추락해 수십 명의 사상자를 낸 아제르바이잔 항공 여객기 사고의 원인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사고기 꼬리 부분에 구멍 여러 개가 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격추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 의견도 나왔다.

25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은 이날 카자흐스탄의 교통 사건 담당 검사가 사고 현장에서 비행기 블랙박스를 수거했다고 보도했다. 아제르바이잔 검찰도 차장검사를 단장으로 하는 조사팀을 현장에 급파해 사고 조사에 나섰다.

아제르바이잔 항공 J2 8243편 여객기는 이날 오전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서 체첸공화국 그로즈니로 가던 중 원인 모를 이유로 갑자기 항로를 바꾼 뒤 카자흐스탄 서부 악타우시 인근에서 추락했다. 이 비행기에는 승무원 5명을 포함해 67명이 탑승했는데, 이 중 38명이 사망했다. 생존자 29명 중 어린이가 3명이다.

25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 악타우 인근에 추락한 아제르바이잔 항공 여객기 잔해.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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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발생 직후에는 새때와의 충돌이 사고 원인으로 거론됐다. 이는 러시아의 민간 항공 감시업체가 내놓은 예비정보를 토대로 한 것으로, 이 업체는 "새 떼와의 충돌로 비행기에 비상 상황이 발생해 기장이 항로를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아제르바이잔 항공도 이런 설명을 내놓았다가 곧 철회했다.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새 떼 충돌을 원인으로 단정 짓기에는 아직 이르다"며 "전달받은 정보에 따르면 사고 항공기는 악천후로 항로를 변경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일부 외신은 항공기가 새 떼 충돌사고를 당하면 가까운 벌판에 비상착륙 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새때 충돌을 사고 원인으로 지목하면 사고기가 동쪽의 카스피해를 건너 악타우로 향한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러시아군이 사고 여객기를 우크라이나 무인기로 오인해 공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사고기 목적지는 최근 몇 주 동안 우크라이나 무인기에 대응해 러시아 방공 시스템이 작동했던 곳이다. 특히 사고기 꼬리 부분에는 구멍 여러 개가 나 있는데, 일부 항공 전문가들은 이것이 미사일 공격이나 방공 시스템이 작동하면서 공격받은 흔적과 일치한다고 주장한다.

항공 보안 회사 오스프리 플라이트 솔루션의 매트 보리 최고 정보 책임자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잔해 사진 등을 보면 사고 항공기는 대공포에 맞은 것으로 보인다"며 "사고 영상에 나타난 항공기의 움직임은 새떼 충돌로 인한 모습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AP통신은 항공기 항로 추적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를 인용해 사고 항공기가 강력한 GPS 전파방해를 겪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과거 러시아가 광범위한 지역에서 GPS 전송을 방해해 비난받은 바 있다고도 했다.

아제르바이잔 검찰총장은 사고 원인에 대해 "현재로서는 어떤 단정도 할 수 없다"며 "모든 가능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으며 전문가들이 필요한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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