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권한대행 "사전에 보고받은 적 없어" 반박
'정치활동 금지' 포고령, 金이 쓰고 尹이 수정
"노상원에게 자문 구한 건 사실…尹과 무관"
"체포조 명단 없어… 체포조 운영은 예방활동"
지난 10월 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국군의날 기념 시가행진 행사 당시 김용현(앞줄 왼쪽) 전 국방부 장관과 대화하는 윤석열 대통령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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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불법계엄 사태'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측이 비상계엄 선포 건의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을 거쳐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한 권한대행은 "허위 사실"이라며 즉각 반박했다.
김 전 장관 변호인단의 이하상·유승수 변호사는 26일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방·행정안전부 장관이 국무총리를 거쳐 계엄을 건의하도록 한 계엄법에 따라, 사전에 한 총리에게 먼저 보고를 한 다음 대통령에게 건의하는 절차를 밟았다고 김 전 장관이 명확히 말했다"고 전했다. 다만 이는 규정에 따른 '절차상 건의'이고, 김 전 장관이 윤 대통령에게 처음 계엄을 건의한 구체적인 시점은 "특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 권한대행 측은 그간 사전에 계엄 계획을 몰랐다고 했다. 총리실은 김 전 장관 측 기자회견 직후 설명자료를 통해 "한 권한대행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통령으로부터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직접 듣기 전까지 관련한 어떤 보고도 받은 사실이 없다"며 법적 대응을 취하겠다고 했다. 김 전 장관 측은 이후 다시 입장을 내고 "국무회의에 대통령이 임석하기 직전 총리에게 계엄 이야기를 한 것"이라며 "그전에 총리에게 사전 논의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총리실은 다시 "한 권한대행은 국무회의 때 김 전 장관으로부터 계엄에 대하여 어떤 말도 들은 바 없다"고 반박했다.
"초안에 '통행금지' 내용, 尹 지시로 삭제"
변호인단은 이날 '일체의 정치 활동 금지' 등이 담긴 계엄 포고령 1호 초안을 김 전 장관이 작성했으며, 이후 윤 대통령이 내용을 검토하고 직접 고쳤다고 밝혔다. 이들은 "계엄은 일반적으로 국민에 대한 통행금지를 내용으로 하는데, 김 전 장관이 작성한 초안에 이런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면서 "그러나 윤 대통령이 계엄은 일반 국민을 향한 것이 아님을 강조하면서 국민 생활의 불편, 경제활동을 고려해 삭제 지시했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계엄 발동은 대통령의 헌법상 통치 권한"이라면서 내란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도 되풀이했다. 다수당 횡포에 경고하고 부정선거 의혹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와 일맥상통한 내용이다. 계엄 사전 준비에 대해 "국방부의 통상 업무"이며, "대통령이 언제 계엄 결심을 할지 알 수 없으니 항상 대비하는 것이 군령·군정 사무를 하는 국방부 장관의 정당한 업무 수행"이라는 주장도 내놨다.
윤 대통령이 계엄 당일 국회의원의 국회 출입을 막지 말라는 지시를 명확히 했고, 곽종근 특수전사령관과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수차례 전화해 의원 출입을 막으라고 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변호인 유승수(오른쪽) 변호사가 26일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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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포조 운영은 잠재적 '예방활동'"… 노상원에도 선 그어
김 전 장관 측은 또 '체포자 명단'은 '예방활동 대상자 명단'이 와전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포고령 1조는 정치활동을 금지하는데, 각 당 대표 등 주요 당직자들을 '잠재적으로 정치활동이 예상되는 자'로 보고 예방활동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호인단은 정보사령부와 방첩사령부 병력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투입하려고 했던 사실은 인정했다. 변호인단은 "김 전 장관은 해외에 거점을 둔 여론조작 세력에 대한 수사 임무를 정보사에, 국내 여론·선거조작 카르텔에 대한 수사는 방첩사에 지시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선관위는 헌법기관이지만 그 행위의 속성상 행정업무에 속하기 때문에 계엄군이 들어간 건 계엄법에 따른 정당한 직무수행이었다"고 말했다.
계엄 모의를 기획한 인물로 지목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해선 "김 전 장관에게 자문을 제공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대통령과는 전혀 관련이 없고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선을 그었다. '북한 공격 유도' '수거 대상' 등의 표현이 기재된 노 전 사령관의 수첩을 두고도 "김 전 장관도 내용을 알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위용성 기자 u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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