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곡법 거부, 쌍특검 보류, 재판관 반송
韓, 권한 해석 놓고 논리적 모순에 갇혀
野, 탄핵안 '발의·보고'...27일 '표결' 전망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26일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하면서 야당의 탄핵소추안이 발의됐다.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안 표결은 이르면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배정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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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김정수 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하면서 스스로 탄핵 심판대에 올랐다. 한 권한대행의 탄핵 여부는 이르면 27일 국회 표결로 결정된다.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한 권한대행의 직무는 즉시 정지된다. 동시에 헌정사 최초 '탄핵 권한대행'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한 권한대행은 2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예정에 없던 대국민 담화를 내놨다. 시기상으로 헌법재판관 3인에 대한 국회 표결을 앞둔 때였다. 한 권한대행은 "여야가 합의안을 제출할 때까지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겠다"며 "여야가 합의안을 제출하면 즉시 헌법재판관을 임명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이 이들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는다면 탄핵하겠다며 최후통첩을 날린 바 있다. 국회 몫 헌법재판관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으로 통과되는 만큼 민주당 주도로 가능하다. 한 권한대행으로서는 그 직전에 '임명할 수 없다'는 입장을 선제적으로 내놓은 것이다.
한 권한대행은 "야당은 여야 합의 없이 헌법기관 임명이라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을 행사하라고 압박하고 있다"며 불쾌한 심경을 감추지 않았다. 또 "안정된 국정 운영에만 전념하라는 우리 헌정 질서의 또 다른 기본 원칙마저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쌍특검법'(내란 일반특검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보류에 이어 헌법재판관 임명마저 반송한다면 탄핵 추진이 불 보듯 뻔했지만 물러서지 않은 것이다.
한 권한대행의 이같은 결정에 더불어민주당은 탄핵 개시를 선언했다. 민주당은 이날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고, 국회 본회의에 보고했다. 탄핵안은 국회 보고 24시간 뒤, 72시간 이내 표결이 이뤄져야 한다. 민주당은 더 이상 시간을 끌 이유가 없다고 판단, 오는 27일 표결에 들어갈 방침이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한 권한대행의 담화 직후 "권한대행이 아니라 내린대행임을 인정한 담화"라고 깎아내렸다. 대통령 탄핵 사건의 심리를 위한 헌법재판관 임명을 국회에 반송하는 건, 내란 혐의자들의 지연작전에 불과하다는 비판이었다.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권한대행을 이어받는다. 사진은 최 부총리(왼쪽)와 한 권한대행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배정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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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원내대표는 또 "가장 적극적인 권한 행사인 거부권 행사를 해놓고 가장 형식적인 행사인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한다는 궤변"이라고 꼬집었다.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20년 만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반면, 요식 행위에 불과한 헌법재판관 임명에 소극적인 건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한 권한대행은 헌법재판관 거부 사유로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권한 행사는 자제하라는 것이 우리 헌법과 법률에 담긴 일관된 정신"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지난 19일 양곡관리법 등 6개 쟁점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뒤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 범위라는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상황에 따라 권한대행의 권한을 자의적으로 해석했다는 비판이다.
국회에 보고된 한 권한대행에 탄핵안은 크게 5가지 사유로 구성돼 있다. △채해병·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 건의 △12·3 계엄 사태에 적극 가담 △계엄 직후 당정 공동 국정운영 구상 발표 △내란 상설특검 후보 추천 의뢰 방기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등이다. 국무총리 직무 수행부터 권한대행 직무 수행까지다.
민주당 의원 170명이 이름을 올린 탄핵안에는 "한 권한대행이 스스로의 위헌·위법 행위를 통해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책임을 이행하지 않았고, 대통령의 위헌·위법한 행위를 방조 또는 방치함으로써 대통령에 대한 보좌의 책임도 수행하지 못했다"고 적시돼 있다.
이번 탄핵 표결에서는 한 권한대행에 대한 표결 정족수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권한대행 탄핵 전례는 없었던 데다, 이와 관련한 규정도 헌법에 명시돼 있지 않다. 민주당은 국무총리 기준(151석)으로 야당 단독 처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대통령 기준(200석)을 주장하고 있다. 입법조사처 등 국회 내에서도 이견이 존재한다.
다만 의결 정족수 권한을 우원식 국회의장이 쥐고 있다는 점에서 '국무총리 기준'이 적용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우 의장은 한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직후 "한 권한대행이 쌍특검법 처리와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를 '여야 협상'으로 규정한 일은 매우 잘못됐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우 의장은 한 권한대행 탄핵 표결 전에 입장을 밝힐 전망이다.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한 권한대행의 직무는 정지된다. 동시에 헌정사 최초의 '탄핵 권한대행'이 된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역할은 정부조직법 제26조에 따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권한대행을 이어받는다. 한 권한대행의 탄핵 표결이 이뤄진다면 지난 14일 윤 대통령의 탄핵 표결 이후 13일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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