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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세계 외교가에는 주목할 만한 기념일이 많다. 제2차 세계대전 종료와 유엔 창립 80주년이 대표적이다. 우리도 광복 80주년과 한일 수교 60주년을 맞이하고, 더불어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도 개최한다. 중국은 항일전쟁 '승리' 80주년을 기념할 것이다. 이보다 앞선 1월에는 미국의 새 행정부가 출범한다. 그런데 계엄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인해 우리가 자부하는 '중견국 외교'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할까 우려스럽다.
'중견국 외교'의 척도는 우리의 외교 역량과 영향력으로 가늠한다. 이의 판단 기준은 강대국 외교에서 우리가 차지하는 중요성이다. 지난 2년 동안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우방과 동맹과의 관계에서 이 같은 위상에 도달했다. 대표적인 표본은 두 개다. 나토 정상회의에 인도-태평양 4개국(IP4)의 일원으로 참석한 나토+IP4 정상회의이고, 우리의 외교 국방 장관이 참여한 우방(미국, 일본, 호주 등)과의 이른바 '2+2 전략대화'다.
그런데 올해 중국 외교의 성과를 보고 있노라면, 우리가 중국 외교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위상은 아직 이런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중국은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선진 강대국은 물론 이집트와도 전략대화를 가졌다. 우리도 중국과 전략대화를 하긴 한다. 올해 처음으로 2+2 전략대화를 했고, 외교부 차원에서 열 번째 '고위급 전략 대화'가 있었다. 우리 수준이 다른 우방에 비해 아쉬운 점은 참석자의 직급 때문이다. 중국과의 2+2는 외교부 차관과 국방부 국장, 외교부의 고위급 전략대화는 차관급에서 진행된다. 다른 우방은 장관급에서 중국과 전략대화를 한다.
올해 한국과 중국이 이런 전략대화를 재개했다는 점에서 그나마 양국 관계에 훈풍이 불었다고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우리가 ‘중견국’임을 자부할 정도의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중국과의 전략대화의 격상이 필요하다. 중국이 아무리 우리와의 협력 중요성을 강조해도 실제로 그들의 외교 전략 사고와 구상에 우리의 위상이 그러하지 못함만 방증하기 때문이다. 즉, 중국은 우리를 덜 아쉬워하고 있다.
그래서 대중 외교 전략의 정교함이 요구된다. 지금까지 대중국 외교에서 '조용한 외교' '눈치 보기' '저자세 외교'로 일관한 점을 윤석열 정부가 그나마 교정했다고 호평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경주 APEC 개최, 한일수교 60주년, 유엔 창설과 광복 80주년을 맞이해 우리 외교를 냉철하게 성찰하면서 더 정진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대중국 외교의 향상에 자양분으로도 활용해야 할 것이다.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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