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IPO 시장 결산]
유가증권 7개사·코스닥 88개사 상장
상장 당일 변동폭 확대로 공모주 청약 경쟁 치열했던 상반기
10월 들어 신규주 첫날 공모가 대비 급락 이어져
27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주식시장에서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와 리츠를 제외한 신규로 상장한 기업 수는 유가증권 시장 7개사, 코스닥 시장 88개사를 기록했다. 신규 상장을 통해 4조3000억원가량을 조달했다.
에이피알, HD현대마린솔루션, 시프트업, 산일전기, 전진건설로봇, 더본코리아, 엠앤씨솔루션 등이 유가증권 시장에 입성했다. 시가총액이 가장 큰 HD현대마린솔루션은 지난 5월8일 공모가 8만3400원으로 상장했다. 현재 주가는 공모가 대비 90%가량 올랐다. 지난 8월 상장한 전진건설로봇은 공모가 대비 110% 이상 올랐다. 유가증권 시장 신규 상장사 가운데 더본코리아만 공모가 대비 소폭 하락했다.
신규 코스닥 상장사가 조달한 공모 금액은 총 2조4400억원으로 지난해 2조7700억원 대비 11.9% 감소했다. 코스닥 시장 공모금액은 2021년 3조5800억원을 기록한 뒤로 3년 연속으로 감소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미국 대통령 선거를 비롯해 대내외 불확실성이 컸던데다 신규 상장 기업 수도 줄어든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신규 상장사 가운데 기술성장 특례제도를 통해 상장한 기업은 42개사로 2005년 관련 제도를 도입한 이후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바이오 기업 16개사가 기술성장 특례제도를 통해 상장했다. 소재·부품·장비 17개사와 소프트웨어 5개사 등도 기술성장 특례제도를 통해 코스닥 시장에 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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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따블'로 시작한 올해 IPO…공모가 고평가 논란 일어
올해 IPO 시장 청약 열기는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올해 1호 상장사인 우진엔텍은 상장 첫날인 1월24일 공모가 5300원 대비 300% 오른 2만12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현대힘스도 1월26일 상장 당일 공모가 7300원 대비 300% 오른 2만92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말 상장한 케이엔에스, LS머리얼즈, DS단석에 이어 우진엔텍과 현대힘스 등이 상장 첫날 주가가 가격제한폭인 300%까지 오르면서 공모주 청약 시장으로 시중 자금이 몰려들었다. 올해 1월 일반 청약 평균 경쟁률은 1382 대 1을 기록했다. 지난해 1월 평균 경쟁률 378 대 1을 큰 폭으로 웃돌았다.
연초부터 시중 자금이 몰린 덕분에 IPO 시장 대어로 꼽히는 에이피알과 HD현대마린솔루션 등이 상반기 유가증권 시장에 무난하게 입성했다. 에이피알은 기관 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서 경쟁률 663대 1을 기록했다. 공모가는 희망범위 14만7000~20만원 상단을 초과한 25만원으로 결정됐다.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에 증거금 13조9100조원이 몰렸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IPO 시장에서 일반청약 경쟁률은 1610 대 1로 역대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며 "올해 상반기 기관 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을 거친 29개 기업의 공모가 확정 현황을 살펴보면 공모가 상단 이상 비중이 100.0%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상반기 IPO 시장에서 공모주를 받아 상장 첫날 시초가로 팔았을 때 수익률은 124.1%에 달했다. 공모주 청약 시장으로 자금이 몰린 이유다. 최대한 많은 자금을 동원해 공모주를 받으려는 투자자가 급증했다.
올해 하반기 들어 기대 수익률이 낮아지기 시작했다. 7월 신규 상장한 기업의 평균 공모가 대비 시초가 수익률은 32.8%로 집계됐다. 8월에는 평균 시초가 수익률 38.7%로 소폭 상승했다. 7월과 8월을 포함해 3분기 신규 상장사 시초가 수익률은 43.8%를 기록했다. 상반기 대비 시초가 수익률이 낮아지면서 공모가 고평가 논란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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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공모주 투자 불패 기록…내년 상반기까지 IPO 침체 전망
지난 10월24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씨메스를 시작으로 상장 첫날 공모주 투자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씨메스는 공모가 3만원으로 상장했다가 2만3100원으로 첫날 거래를 마쳤다. 10월25일 상장한 웨이비스는 공모가 1만5000원 대비 27.4% 하락한 1만890원으로 첫날 장을 마감했다. 뒤를 이어 상장한 클로봇, 성우, 에이럭스, 탑런토탈솔루션, 에이치이엠파마, 토모큐브, 에어레인, 노머스, 닷밀, 쓰리빌리언, 에스켐, 엠오티, RF시스템즈, 사이냅소프트 등이 줄줄이 공모가 대비 급락했다.
지난해 6월 상장 첫날 변동폭을 확대한 이후로 1년여간 이어진 공모주 투자 '불패' 기록이 깨지면서 청약 시장에 영향을 줬다. 지난 24일 상장한 쓰리에이로직스는 일반 청약에서 경쟁률 88.5 대 1을 기록했다. 증거금은 1493억원을 모집하는 데 그쳤다. 상대적으로 청약 시장에서 인기가 높았던 신약 개발 업체도 소외당했다. 지난 19일 상장한 온코닉테라퓨틱스 일반 청약은 증거금 2300억원, 경쟁률 92 대 1을 기록했다.
올 4분기 코스닥 지수는 11.6% 하락했다. 경기 침체 우려와 함께 '12·3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정치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주식시장 부진은 IPO 시장에도 영향을 줬고 공모주 청약 경쟁률이 저조했다. 연말 IPO 시장 침체는 내년 상반기까지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업계는 대어급 공모주 부재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연말 IPO 시장 분위기를 봤을 때 상반기 대어급 공모주 상장은 어려워 보인다"며 "내년 2월 상장을 추진 중인 LG CNS와 케이뱅크 등의 분위기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형수 기자 parkh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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