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허가·분양·입주·준공 감소 전망 속 공사비·경기침체·정국불안 '삼중고'
역대 최대 공공주택 공급 방침에도 전월세·매매가 자극 우려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붙은 매매 및 전월세 홍보물 |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내년 주택 공급의 선행 지표인 분양과 후행 지표인 입주가 동시에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른바 공급 절벽 본격화에 따른 주택 시장 불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내년 공공주택 착공 및 인허가 목표를 역대 최대치로 잡았으나 계엄·탄핵소추 사태로 인한 국정 리더십 공백으로 정책 추진 동력이 유지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태다.
나아가 2026년에는 공급 부족이 더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원자잿값과 인건비 상승 등으로 공사비가 고공행진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확대 등과 맞물린 건설 경기 침체가 계속되는 것도 불안을 키우는 요소다.
서울시내의 아파트 신축 현장 |
◇ 내년 아파트 분양·입주 급감…"내년말까지 주택공급 50만가구 부족"
내년부터 인허가, 분양, 준공, 입주 등 주택 공급의 전(全) 단계가 이전보다 악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내년 전국 아파트의 입주 물량이 올해보다 줄어드는 것은 물론 분양 물량도 25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도 입주물량에 대해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R114는 26만3천330가구, 부동산 중개 플랫폼 직방은 23만7천582가구로 각각 전망하고 있다.
이는 부동산R114 기준으로는 올해보다 27.6%가, 직방 기준으로는 22%가 줄어든 수치다.
특히 부동산R114 집계로는 내년도 아파트 입주 물량은 2014년 이후 최저치다.
입주까지 통상 2∼3년이 걸리는 내년도 분양 물량 역시 쇼크 수준의 급감이 예고돼 있다.
연합뉴스와 부동산R114의 전수조사에서 내년도 민간아파트 분양 물량은 14만6천130가구(임대 포함)로 집계됐다.
주요 건설사 25곳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의 수치는 글로벌 금융 위기 여파로 그동안 분양 물량이 가장 적었던 2010년(17만2천670가구)보다 낮은 수준일 뿐만 아니라 부동산R114의 통계에서 확인할 수 있는 2000년 이후 최저치다.
향후 주택 공급 물량을 전망해볼 수 있는 인허가는 물론 입주 전 단계인 준공 물량도 올해보다 줄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은 최근 내년도 주택시장 전망을 발표하면서 인허가는 올해 35만가구에서 내년 33만가구로 5.7% 줄고, 준공은 올해 44만가구에서 내년 33만가구로 25.0% 줄 것으로 내다봤다.
주산연은 이러한 통계와 함께 "주택 공급이 내년 말까지 총 50만가구 정도 부족할 것"이라고 밝혔다.
3기 신도시에 포함된 남양주왕숙 A1·A2지구 |
◇ 정부, 내년 역대 최대치 공공주택 공급 목표
정부는 주택 공급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공공주택 착공과 인허가 물량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구체적으로 국토교통부는 내년 공공주택 공급 목표치를 역대 최대 규모인 25만2천가구로 잡은 상태다.
여기에는 ▲ 건설형 공공주택 14만가구(인허가 기준) ▲ 매입임대주택 6만7천가구(약정 기준) ▲ 전세임대주택 4만4천가구 등이 포함된다.
나아가 국토부는 공공 주택 착공 목표치를 올해보다 2만가구 많은 7만가구로 세웠다. 이 물량은 2∼3년 정도 뒤에 시장에 나온다.
이와 함께 내년까지 수도권을 중심으로 신축 매입임대주택을 모두 11만가구를 공급한다는 목표다.
정부의 주택공급 핵심 정책 중 하나인 매입임대주택은 다세대 등 기존 주택을 매입해 시세보다 싼 가격으로 임대하는 비아파트 공공임대주택이다.
정부는 2027년까지 3기 신도시 등 공공택지에서의 공급 물량을 기존보다 5만가구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3기 신도시 등 공공택지의 경우 지구계획 변경을 통해 당초 계획보다 주택 공급 물량을 1만7천가구 늘린 상태이며 내년에 1만8천가구를 추가로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대규모 주택 공급을 위해 2012년 이후 12년 만에 서울과 인근 지역의 그린벨트도 해제했다.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 설치된 크레인 |
◇ 공사비 급등·건설경기 침체·정국 불안 '삼중고'…2026년 전망은 더 암울
민간 아파트 입주·분양 물량 급감에 대응한 정부의 주택 공급 확대 방침에도 시장의 불안은 여전한 상태다.
원·부자재 가격 및 인건비 상승 등과 맞물린 공사비 급증, 전반적엔 건설경기 침체 상황 속에서 주택 공급의 선·후행 지표가 총체적으로 악화하는 것을 반전시킬 수 있겠느냐는 것이 그 이유다.
공사비의 경우 2020년부터 2023년까지 30%가량 뛰었으며 이에 따라 착공 지연, 공사 지연 및 중단 등이 발생하고 있는 상태다.
건설 경기 역시 한국은행의 지난달 건설경기 실사지수(BSI)가 50 미만을 기록하고 있는 상태다.
이와 함께 계엄 및 탄핵소추 상황으로 정책을 힘있게 추진할 수 있는 정부의 리더십이 사실상 공백 상태에 있는 것도 부동산 시장 불안을 가중하는 요소다.
정국 불안이 해소되면서 정부 운영이 완전히 정상화될 때까지 '관리 수준' 이상의 정부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2026년 이후의 부동산 시장 전망을 고려하면 부동산 시장의 우려는 더 커진다.
2026년 상반기 입주 예정 물량이 1만8천가구(한국부동산원 전망)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정부의 선제적 개입이 더 절실해지는 상황이라는 점에서다.
공급 감소 전망 속에 대출 규제 상황까지 더해지며 전월세 시장의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월세값 상승은 결국 매매가를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정부가 공급하는 공공주택의 상당 부분은 임대주택이라는 한계가 있고, 하반기로 갈수록 공급 축소가 부각될 것"이라며 "내년에 전월세 급등이 확실시되며 이는 시차를 두고 매매가 상승으로 나타나게 된다"고 말했다.
luc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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