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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8 (토)

평범한 바위인 줄 알고 고인돌에 쇠못 '쾅'…공기관 '아차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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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정보공사 "문화 유산인 줄 몰랐다" 해명

창원시 측, 전문가와 복원 진행할 예정

청동기시대 한반도 남녘의 지배자 무덤인 대형 고인돌에 공공기관 직원들이 측량한다며 쇠못을 박아넣은 사실이 드러났다.

아시아경제

국토정보공사 측 직원들은 지난 10월 21일 창원시 의창구 동읍 봉산리에 있는 1호 고인돌(지석묘)에 약 10㎝ 길이 못 형태의 '지적 도근점'을 박았다. 지적 도근점은 건물과 대지 등의 측량을 위한 기준 표식이다. 창원시 제공


26일 연합뉴스는 한국국토정보공사 경남지역본부 직원들이 시내 의창구 동읍 봉산리에 있는 청동기시대 1호 고인돌 상판에 길이 약 10㎝, 지름 1.5㎝의 '지적 도근점'을 박은 사실을 뒤늦게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해당 사실을 알게 된 창원시와 국립창원대학교 박물관 등의 기관이 최근 확인하고 복원 작업에 나서기로 했다.

국토정보 공사 측 직원들은 지난 10월 21일 창원시 의창구 동읍 봉산리에 있는 1호 고인돌(지석묘)에 약 10㎝ 길이 못 형태의 '지적 도근점'을 박았다. 지적 도근점은 건물과 대지 등의 측량을 위한 기준 표식이다. 쇠못 위에 동그란 모양의 플라스틱 표시물을 붙여 땅이나 벽, 바위 등에 박는 방식으로 설치된다. 창원시가 공개한 1호 고인돌 상판의 훼손 사진을 보면, 푸른 안료를 칠한 못의 윗부분 표식이 박혀 있고 표식 주위에도 푸른 안료가 번져 있는 모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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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동기시대 한반도 남녘의 지배자 무덤인 대형 고인돌에 공무원들이 측량한다며 쇠못을 박아넣은 사실이 드러났다. 26일 연합뉴스는 한국국토정보공사 경남지역본부 직원들이 시내 의창구 동읍 봉산리에 있는 청동기시대 1호 고인돌 상판에 길이 약 10㎝, 지름 1.5㎝의 '지적 도근점'을 박은 사실을 뒤늦게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창원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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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쪽은 이에 대해 "지적 재조사를 하면서 토지 측량을 위해 고인돌인 줄 모르고 지적 도근점을 박았다"면서 "고인돌이 비지정문화유산으로 사유지 밭에 있었고, 인근에 문화유산을 알리는 안내 정보도 없어 큰 바위인 줄 알고 작업했다"고 해명했다. 훼손된 1호 고인돌은 상석 길이 350㎝, 너비 285㎝, 두께가 35∼75㎝로, 봉산리 일대에 흩어진 크고 작은 고인돌 무리의 일부다. 현재까지 전모가 파악된 봉산리 일대의 고인돌들은 모두 8기지만 실제로는 훨씬 많은 유적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의 고인돌들은 아래와 둘레 부분에 묘역을 조성한 특징을 띠어 기원전 1세기~기원 전후 고대 창원 일대를 지배했던 세력자들의 독특한 무덤 양식을 드러낸 사례로 파악된다. 특히 1호 고인돌은 규모가 크고 놓인 위치도 현지 고인돌들 가운데 가장 높은 언덕 지점에 자리해 지역의 최고 수장급 무덤으로 지목되고 있다.

하지만 2007~2008년 국립김해박물관의 발굴조사 뒤로는 지방문화재로도 지정되지 않은 채 사실상 방치되어 왔다. 봉산리 고인돌 조사 책임자였던 임학종 전 김해박물관장은 "한국을 대표하는 철기시대 문화유산인 창원 다호리 유적지가 근처에 있다는 점에서 봉산리 고인돌 청동기 문화를 후대 다호리 철기 문화가 계승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국가사적 급 가치를 지닌 유적인 만큼 일단 지방문화재로 공식 지정하고 제도적인 보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창원시 쪽은 복원 작업과 함께 청동기시대 문화유산임을 알리는 표지판도 설치하기로 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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