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그림책연감 2024’ 펼침면. 원주시그림책센터 일상예술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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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그림책연감 2024’(원주시그림책센터 일상예술 발행)를 받았다. 매년 발간하여 올해로 아홉 번째이다. 전년도에 발행된 한국 창작 그림책의 출판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소중한 자료이다. 연감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147개 출판사, 678명 작가가 625권의 그림책을 발간했다. 연감 발행 후 최성미 실무 담당이 보고한 통계도 흥미롭다. 웅진출판은 34권으로 1년 동안 가장 많은 책을 냈으며, 나머지 89%의 출판사가 1~3권의 책을 냈다. 그림책의 평균 가격은 처음 조사했던 2016년 1만1500원에서 1만5500원으로 상승했다.
기획과 편집을 맡은 ‘사회적협동조합 그림책도시’는 원주에서 2004년부터 활동을 하고 있는 ‘패랭이꽃그림책버스’가 모태로, 20년 동안 그림책 활동이 축적된 곳답게 그림책의 특성을 편집에 잘 반영하고 있다. 책마다 글, 그림 작가에 더해 편집자와 디자이너를 적고, 색연필, 수채, 오일 파스텔, 디지털 작업 등 작업 방식을 밝혀놓고 있다. 그림 작업 방식은 이미지에서 가장 중요한 특징을 만들며, 그림책은 출판 과정에서 디자이너의 역할 비중이 유독 높다는 점에서, 그림책에 대한 섬세한 배려와 이해를 보여준다. 또한 표지와 본문 펼침 면을 보여줄 때, 지금까지 여러 지면에서 쉽게 무시되곤 했던 그림책들의 판형, 즉 본문 사이즈에서 가로와 세로의 비율을 지켜서 담으려는 노력이 느껴진다.
한국그림책연감 2024 사회적협동조합 그림책도시 기획·편집, 원주시그림책센터 일상예술(20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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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연감인 ‘한국그림책연감 2016’이 나왔을 때 무척 반가웠다. 우리 그림책의 출간 추이는 그림책의 사회적 환경 연구에서 가장 기본적인 자료인데, 공식적인 통계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출판 관련 통계는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정리한 ‘한국출판연감’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그림책은 아동 분야에 포함되어 집계되기 때문에 그림책만의 독자적인 출간 추이를 파악하기는 어려운 상태이다.
최근 10여년, 그림책은 그 독자층이 전 연령으로 확장하면서 독립적인 예술의 한 분야로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현실에서 새로운 예술 분야가 만화나 뮤지컬, 게임처럼 ‘문화예술진흥법’상 고유의 형식과 특성을 지닌 독자적 예술로 사회적 차원의 안정적 지원 체계를 마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림책에 대한 제도적 차원의 인정은 정부의 지원을 받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단적인 예로 2022년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받은 이수지 작가는 지금도 동화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 작가, 만화가 이 넷 중의 하나로 불리곤 한다. 한 포털 사이트는 인물 소개란에 ‘그림책 작가’로 기재해달라는 요구에 그러한 직업군이 없어서 불가하다는 답변을 했다고 한다. 우리가 ‘그림책 작가’라는 직업군을 검색 결과로 볼 수 있게 된 것은 여러 작가의 꾸준한 요구와 국제적 상 수상 등으로 우리 그림책의 국제적 위상이 확인된 2022년경부터이다.
‘그림책연감’은 지속성이 중요한 연감이기에, 시민에게 가장 가깝게 존재하는 예술로서의 그림책에 대한 원주시의 꾸준한 지원이 고맙다.
조은숙 그림책 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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