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미제 사건 이미지. 사진 픽사베이·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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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지검, 강도살인 40대 기소
23년 전 경기도 안산의 한 가정집에 침입해 30대 부부에게 흉기를 휘둘러 남편을 살해하고 부인에게 중상을 입힌 뒤 현금을 빼앗아 달아난 2인조 강도 중 한 명이 붙잡혔다. 미궁에 빠질 뻔한 사건이었지만, 경찰과 검찰이 DNA(유전자)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당시 범행 현장에 남아 있던 범행 도구에 묻은 DNA를 대조해 성범죄로 현재 교도소에 수감 중인 40대 남성을 범인으로 특정했다.
전주지검 형사3부(부장 한연규)는 27일 “강도살인 혐의로 A씨(44)를 기소했다”고 밝혔다. A씨는 신원을 알 수 없는 다른 공범 한 명과 함께 2001년 9월 8일 경기도 안산시 고잔동 한 연립주택 외벽 가스 배관을 타고 올라간 뒤 B씨(당시 37세) 부부 집 창문을 열고 들어가 안방에서 자고 있던 이들을 흉기로 찌르고 도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A씨 등은 미리 준비한 흉기로 B씨 부부를 위협하며 금품을 요구하다 격렬히 저항하는 B씨의 목·심장·복부·팔·어깨 등을 20차례 찔러 살해했다. 부인 C씨(당시 33세)에게도 흉기를 휘둘러 중상을 입힌 뒤 현금 100만원을 빼앗아 달아났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B씨 부부를 묶었던 테이프 등을 사건 현장에 남기고 갔다. 그러나 지문이나 족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2003년 10월까지 3년간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으나, 당시 기술로는 DNA 검출이 불가능한 탓에 범인을 특정할 수 없어 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았다.
그러나 재수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2015년 7월 31일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강도살인죄의 공소시효가 배제되면서다. 다만 강도상해 공소시효(10년)는 여전히 적용돼 A씨가 부인 C씨에게 저지른 혐의에 대해서는 기소하지 못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만성동 전주지방검찰청 청사.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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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 데이터베이스 활용…공범 단서 못 찾아
경찰은 대검찰청·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이 구축한 ‘DNA 데이터베이스(DB)’를 활용하기 위해 2020년 6월 이 사건 압수물에 대한 DNA 감정을 의뢰했다. 검찰·국과수는 2010년 7월 도입된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DNA법)에 따라 성폭력 등 중대 범죄의 ①수형인 ②구속 피의자 ③범죄 현장의 DNA 감식 시료를 채취해 데이터베이스에 등록·관리하고 있다.
해당 DB엔 다수의 성폭력 전과가 있는 A씨 DNA도 포함됐다. 국과수 분석 결과 압수물 중 범인이 C씨를 결박하려다 소파에 방치한 절연 테이프에서 A씨 DNA가 검출됐다.
A씨는 2017년 특수강간 혐의로 징역 13년을 선고받아 전주교도소에서 수형 중이었다. A씨는 외벽 배관을 타고 올라간 뒤 창문을 열고 주택에 침입해 피해자들을 흉기로 위협해 물건을 빼앗고 성폭행하는 등 이 사건과 같은 수법으로 수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2020년 9월 재수사에 착수한 안산단원경찰서는 A씨를 범인으로 지목, 전주교도소를 관할하는 전주지검에 사건을 송치했다. 이후 검찰은 A씨 단독 범행이 아닌 공범이 더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사건 압수물 일체에 대한 DNA 재감정을 비롯해 A씨 주변인에 대한 압수수색, 접견 녹취록 분석, 법의학 자문, 계좌 추적 등을 통해서다.
그러나 A씨는 검찰에서 “아무런 기억이 없고, 안산에 가본 적도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외려 “경찰이 위법 수사를 하고 있고, 증거도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DNA 증거에 결함이 없는 점 ▶A씨가 범행 무렵 안산시에 직접 전입 신고를 한 점 ▶사건 당일 자동차를 안산시에 이전·등록한 사실 등을 추가로 확인해 A씨가 범행 현장에 있었던 것으로 결론 냈다. 이와 함께 공범을 특정하기 위해 수사력을 집중했지만, 추가 단서는 확보하지 못했다.
이영규 전주지검 인권보호관(부장검사)은 “앞으로도 다양한 과학 수사 기법을 활용해 법망을 피해가는 범죄가 없도록 노력하겠다”며 “공소 유지 과정에서 공범 관련 단서가 확인되면 즉시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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